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송언석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관계자들이 21일 대구 동구 동대구역 광장에서 열린 '야당탄압·독재정치 국민 규탄대회'에 참가해 여당 규탄 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국민의힘이 '보수의 심장' 대구에서 6년 만에 대규모 장외집회를 열었지만, 강성 지지층 결집 이상의 효과를 내기엔 중도층 확장성이 부족해 동력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신 더불어민주당의 입법 독주를 헌법이 보장한 절차적 수단으로 직접 지연시키는 '무한 필리버스터'가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尹어게인' 구호 나오는 국힘 장외집회…"중도층은 더 멀어진다"
국민의힘은 21일 대구 동대구역 광장에서 '야당탄압·독재정치 규탄대회'를 열었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와 특검 수사의 부당성을 부각하며 정부·여당의 일방적 국정 운영을 규탄하는 자리였다. 당은 이어 25일 대전, 27일 서울에서의 장외 일정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영남권 중심의 강성 투쟁만으로는 중도층의 지지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적잖다. 이미 정치적 입장을 굳힌 당원·보수층 중심이라 여론 확장성이 제한적인 데다, 계속된 당원 동원이 어려워 지속성도 현실적으로 떨어진다는 판단이다.
특히 대구 장외집회 당일 오전 국민의힘 의원 전원이 참여한 텔레그램 단체 대화방에는 '야당탄압·독재정치'라는 집회 구호가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비영남권 한 중진 의원은 대화방에 "제 생각에 야당탄압·독재정치라는 이슈(구호)는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정치에 관심 없는 계층, 민주당을 찍었던 사람들의 지지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실제로 대구 집회 현장에서는 'STOP THE STEAL(부정선거 중단하라)', '(윤석열) 대통령을 석방하라' 같은 극우 구호가 적힌 깃발도 등장했다. 당 지도부 중 '강성'으로 분류되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연단에 올라 "저는 이재명을 대통령이라 부르지 않는다. 12개 혐의 5개 재판 유죄 취지 파기환송 재판만 속개된다면 당선무효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다. 또 "이재명 당선 무효"라는 구호를 선창하며 참석자들이 "내려와라"라고 화답하도록 유도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한 국민의힘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윤어게인' 세력이 와서 판을 치는데, '이건 아니다'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황교안 대표 체제 때처럼 우리끼리 모여서 화풀이하는 것밖에 더 되겠느냐"며 "이런 식으로 하면 중도층은 더 멀어진다"고 우려했다.
국회 안에선 '무한 필리버스터' 카드 만지작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21일 대구 동구 동대구역 광장에서 열린 '야당탄압·독재정치 국민 규탄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이 같은 현실론 속에서 원내 지도부는 본회의에 상정된 모든 법안에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를 적용하는 방안을 두고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 중이다. 과거 특정 쟁점 법안에 한정해 무제한 토론을 벌였던 것과 달리, 모든 법안으로 대상을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국회법상 필리버스터는 법안 하나당 최소 24시간을 소요시키기에 민주당의 입법 추진 속도를 늦추고 국정 운영 전반에 부담을 줄 수 있다.
국민의힘의 경우 의원들이 교대로 3시간씩 발언하고 대기조 한두 명만 둬도 총 10여 명이서 하루를 버틸 수 있다고 본다. 다만 필리버스터를 강제 종결시키기 위해서는 재적의원 5분의 3의 찬성표가 필요하므로 민주당은 범여권 의원 180명이 한꺼번에 모여야 하는 상황이 반복될 수 있어 지역구 활동 등에 차질을 빚는 등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소수 인원으로 다수의 힘을 뺄 수 있다는 얘기다.
한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민주당이 협치 정신을 무시하고 강행하는 행태에 대해 국민께 알리기 위해 모든 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하자는 의견이 많다"고 설명했다.
다만 필리버스터가 장기화할 경우 역풍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권이 이를 '발목잡기'로 몰아붙일 수 있고, 민생 법안까지 지연될 경우 중도층 이탈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결국 국민의힘의 전략은 장외투쟁으로 단기적 화력을 과시하되, 실질적 힘은 국회 안에서의 '무한 필리버스터'로 집중하는 이중 전략이 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의 일방적 국정 운영 프레임을 부각시키면서, 상대 당력을 소모시키는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여전히 과제가 남는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지지율 24% 갖고 선거를 어떻게 하느냐"며 "우리는 지금 '비상계엄 잘못했다, 죄송하다'고 국민에게 진지하게 사과한 뒤 새롭게 출발하겠다는 메시지가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반(反)이재명' 구호만으로는 중도층을 설득할 수 없다는 자성이다.
당 지도부는 22일 오전 경북 경산산업단지관리공단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 예정이다. 지난 15일 부산 현장 최고위에 이어 두 번째 현장 최고위 일정으로, 회의 직후에는 인근 중소기업 '일지테크'를 방문한다.
장 대표는 부산 등 영남권을 시작점으로 충청권을 거쳐 수도권까지 올라오는 방식으로 현장 최고위, 장외집회 등 지역 민심 행보를 이어가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