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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비자 수수료 폭탄, 배경·실현가능성·해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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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미국 정부가 '전문직 비자'인 H-1B 비자 수수료를 1인당 10만 달러로 인상하기로 하면서, 미국에서 직업을 구하려는 우리 국민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배경은 무엇이고, 현실성이 얼마나 있는지, 해결책은 없는지 미국 현지 이민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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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문제가 된 H-1B 비자는 미국의 전문직 직군에서 일할 사람들에게 발급되는 비자다. 매년 신규 발급 물량은 8만 5천 개로 제한돼 있어 해마다 10대 1의 경쟁률을 보인다. H-1B 비자가 '로또'라고 불리는 이유는 발급을 추첨(lottery) 방식으로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미국의 극우 진영에서는 이 비자가 미국인들의 좋은 일자리를 빼앗는다고 주장한다. 미국 인력도 우수한데 굳이 양질의 일자리를 외국인에게 개방할 필요가 있느냐는 불만이다.
 
그러나 전문직 일자리로 이어지는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분야에서 미국 학생들의 경쟁력은 인도, 중국, 한국 학생들에 비해 한참 뒤처진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더욱이 아시아 젊은이들은 낯선 땅에서 새 삶을 시작하려는 개척 정신까지 겸비하고 있다.
 
LA에서 이민 변호사로 활동 중인 이승우 변호사는 "미국 인력의 현실을 망각한 극우 세력의 말만 듣고 트럼프 대통령이 덜컥 결정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산수'만 해봐도 이 제도가 실제 실행될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지난 회계연도에 발급된 신규 H-1B 비자는 14만 1천 건. 즉 구글, MS, 인텔 같은 미국 기업들이 140억 달러(약 20조 원)의 비자 비용을 추가로 부담하면서까지 인력을 수입하겠느냐는 것이다.
 
뉴욕에서 활동 중인 이민 전문 박동규 변호사는 "비자 수수료를 만약 개인이 내야 하는 상황이라면 신청자 자체가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수료 폭탄의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하더라도, 우리 정부 입장에선 마냥 손 놓고 불구경만 할 수는 없는 처지다.
 
이번 조치는 최근 조지아 근로자 억류 사태의 연장선일 뿐 아니라, 미국의 비자 정책이 애초부터 우리나라에 불공평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자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들에는 상당한 비자 혜택을 주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예외다.
 
호주인의 경우 H-1B와 유사한 '호주 전용' 비자인 E-3 비자를 받고 미국으로 이민 간다. 1만 500개로 제한돼 있지만 매년 미달이라 추첨조차 하지 않는다.
 
미국과 FTA를 체결한 싱가포르, 칠레도 H-1B 전체 쿼터(8만 5천 개)에 포함되지 않고, 이들 나라만을 대상으로 한 별도 비자를 발급받는다. 싱가포르는 5400개, 칠레는 1400개다.
 
또 다른 FTA 체결국인 캐나다와 멕시코의 경우 TN 비자를 발급받는데, 이는 아예 쿼터 제한조차 없다.
 
따라서 FTA 체결국 가운데 중동과 중미 국가를 제외하면, 한국과 칠레만이 H-1B '추첨'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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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 보니 지난해 신규 및 갱신 발급된 H-1B 비자 21만 9659개 가운데 한국인에게 발급된 건 2289개뿐이었다. 매년 2만 명 이상이 비자 발급에 실패하고 있는 셈이다.
 
박동규 변호사는 "미국 의회에서도 그동안 한국인 전문직 종사자 전용 비자인 E-4 비자 발급을 규정한 '한국 동반자 법안'이 발의돼 왔지만 통과되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도 친분이 있는 톰 수오지(Tom Suozzi) 의원이 관련 법률(H.R. 9952)을 발의하면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이 법안은 호주에 할당됐으나 채워지지 않은 숫자만큼 한국에 E-3 비자를 발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법안이 통과돼 시행되려면 물리적으로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
 
반면 시행령 개정은 트럼프 대통령의 결심만으로도 가능하다.
 
예컨대 사업 관련 목적으로 미국을 방문하는 사람들을 위한 B-1(상용 비자)이 그렇다.
 
이 비자는 비즈니스 파트너와의 협상, 회의, 컨퍼런스 참석, 계약 체결 등을 위해 발급된다.
 
그런데 B-1 비자로 미국에 입국했을 때 허용되는 활동들이 미국 국무부의 시행령인 FAM(Foreign Affairs Manual)에 규정돼 있다.
 
현재는 외국 회사에서 구매한 상업용 또는 산업용 장비의 설치, 서비스, 수리 활동이나 미국 근로자에게 해당 서비스를 수행하도록 교육하는 활동으로만 제한돼 있다.
 
박 변호사는 이 매뉴얼에 '미국 국익을 위해 국무부의 사전 허가를 받은 사람들의 활동'이라는 문구를 추가하면 이번 조지아 대규모 구금 사태 같은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FAM은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과 미국 이민국(USCIS)의 판단 근거로도 활용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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