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열차 제작 납품지연 책임을 물어 차량 제작업체에 올해 하반기 발주하는 신규 전동차량 입찰 사업에 나서지 말 것을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납품지연 업체에 '페널티를 부과해야 한다'는 등의 지적사항에 따른 조치로 보이지만, 코레일 측의 '입찰 포기' 요구는 법적 근거가 없어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23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코레일 고위 간부 등은 지난달 중순쯤 낡은 무궁화호를 대체해 도입하는 'EMU-150(ITX-마음)' 열차를 제작하는 D사를 찾아가 납품지연 책임을 물어 '입찰에 나서지 말라'고 요구했다.
D사는 코레일과 2018년 1차 계약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세 차례에 걸쳐 ITX-마음 열차 도입 사업 계약을 맺어 총 474량의 열차 제작 사업을 따냈다. 1차 계약에 객차 4량으로 이뤄진 열차 27편성(108량)과 객차 6량으로 이뤄진 7편성(42량) 등 총 150량을 비롯해 2차 계약 208량(4량 28편성·6량 16편성), 3차 계약 116량(4량 29편성) 규모다.
코레일 측 요구는 D사가 올해 상반기까지 4량 8편성과 6량 2편성 물량을 납품해야 했음에도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D사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납품지연 대책을 마련하라는 지적이 나온 이후 대책의 하나로 코레일에 확약서를 제출했다. 납품지연과 관련해 책임을 통감하고 올해 상반기 해당 물량을 차질 없이 납품할 것을 약속하면서 납품하지 못할 경우에는 '상반기 계획 물량 납품 완료일로부터 6개월 동안 철도 차량 구매 입찰을 자발적으로 참여하지 않겠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코레일 측의 입찰 포기 요구는 D사가 작성한 확약서에 따라 약속을 지키라는 취지로 풀이된다.
코레일의 요구는 제작업체가 작성한 확약서에 따른 조치라고 하더라도 논란이 불거질 전망이다. 법적 의무 없이 사실상 강요로 작성한 확약서를 근거로 입찰을 포기하도록 할 수 있느냐는 문제다. 국정감사 당시 코레일 한문희 사장도 "(납품) 지체가 있다고 해서 입찰 참가를 제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나 이런 것들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입찰에 응하고도 제작기간을 맞추지 못한 제작업체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반론도 나올 수 있다.
열차 납품지연 책임을 둘러싼 코레일과 제작업체의 입창차는 극명하게 엇갈리는 상황이다. <참고, "제작업체가 甲?"…ITX-마음이 소환한 '코레일 납품 지연'>
코레일 측은 제작업체가 제작기간을 인지하고 입찰에 참여했으며, 제작기간에 대한 이의제기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반면 D사 측은 강화된 철도안전법에 따라 2014년 3월 도입한 형식승인제도 이후 제작 기간이 추가로 필요함에도 현실적으로 반영이 이뤄지지 않은데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참고, [단독]코레일, ITX-마음 '47개월 제작' 검토…실제 계약은 33개월,이유는>한편 코레일은 지난 11일 전자조달시스템을 통해 서울 지하철 1호선 140칸 등 신규 전동차량 156칸 발주 사업을 위한 '규격 입찰서 평가 기준 및 작성 요령' 등을 공고했다.
해당 발주 사업과 관련해 입찰 업체 평가 기준과 방법, 낙찰자 선정 기준, 입찰서 작성 요령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본 입찰에 앞서 입찰을 희망하는 업체에 각종 기준과 방법 등을 알리는 사전 절차다. 업계에서는 이르면 다음 달 본입찰 절차가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