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윤창원 기자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27일 비상계엄 관련 사건의 신속하고 투명한 재판을 위해 사법부가 지원 방안을 마련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뢰받는 법원을 만들기 위해 국회와 협력·협의하겠다는 뜻도 거듭 내비쳤다.
천 처장은 이날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 우석경제관에서 열린 제2회 한국법학자대회 축사에서 "법원은 비상계엄 관련 사건 재판의 역사적·시대적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어제 처음으로 관련 사건의 재판 과정에 대한 중계가 이뤄졌다"며 "신속, 투명하고 공정한 재판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와 바람에 부응하기 위해 최근 각종 재판 지원 방안들을 마련해 실시 중"이라고 했다. 내란 특검이 기소한 윤석열 전 대통령 사건의 재판 중계를 가리킨 것이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우리 법원이 국민 눈높이에 맞는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 구현을 위해 국민들로부터 신뢰받는 법원으로 거듭날 방안을 국회와 협력하고 논의해 적극적으로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천 처장은 "사법부는 법치주의 최후의 보루로서 비상계엄 직후 그 위헌성을 국회에서 분명히 밝혀 국민 다수의 민주·호헌 의식과 함께했음에도 그 후 여러 혼란에 직면해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여권에서 사법개혁을 강하게 추진하고 조희대 대법원장을 겨냥해 퇴진을 압박하는 등의 분위기를 지칭한 것으로 해석된다.
조희대 대법원장. 류영주 기자그러면서 천 처장은 "오늘 법학자대회에서 제시해 주실 혜안 가득한 말씀에 기대하는 바가 크다"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전국 법학교수들의 모임인 사단법인 한국법학교수회(회장 최봉경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주최로,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심판으로 훼손된 법치주의 확립을 주제로 27년 만에 여는 대규모 행사다.
교수회 측은 "법과 사회의 미래를 함께 숙고하는 공론의 장을 마련하는 한편 위헌적 비상계엄 사태 및 탄핵심판의 역사적 소용돌이 속에서 중대하게 훼손된 법치주의를 재정립하고 법학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한 해법을 모색하기 위한 행사"라고 설명했다.
이날 행사에서 발제자로 나선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더욱 심화하는 '정치의 사법화'가 법치주의의 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정치의 사법화'는 법치주의를 더 공고하게 하는 측면도 있지만, 정치를 통해 해결해야 할 많은 문제가 법적 분쟁으로 귀결된다는 문제가 있다"며 "결국 법치주의의 과정이자, 동시에 법치주의의 위기"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