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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王에서 '3617'까지 4년…윤석열 몰락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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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임금 王을 꿈꾼 자, 정책질의엔 "글쎄요~ 그~저거"
경고등 무시하고 검찰공화국 폭주…검찰청 폐지 자초

오른소리 유튜브 캡처오른소리 유튜브 캡처
4년 전인 2021년 10월 1일,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5차 TV토론회에서 느닷없이 임금 왕(王)자 논란이 폭발했다. 윤석열 당시 경선후보가 발언 도중 왼손을 들 때마다 손바닥에 그려진 왕(王)자가 카메라에 포착된 것이다. 전국민을 상대로 한 TV토론회에서 대권을 거머쥐고 싶은 욕망을 가감없이 보여준 것으로 해석됐다.
 
정치권에서는 "국민이 국정농단을 심판하고 촛불혁명으로 새 정부가 만들어졌는데, 국민을 위해 가장 봉사해야 할 1번 일꾼인 대통령을 왕으로 생각하는 사람"(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 "이젠 무속인까지 등장하는 역사상 최악의 대선 경선, 주술에 의해 대통령이 되겠다는 거냐"(홍준표 당시 경선후보)는 비판이 이어졌다.
 
무속논란이 계속되자 윤석열 캠프는 허술한 해명을 내놓았다. "연세 있으신 이웃 여성이 격려차 적어준 것". "물티슈로 닦았지만 안 지워져서 알코올 성분이 있는 세정제로 닦아도 지워지지 않아 방송국에 그대로 나가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수성펜이든 유성매직이든 알코올로 닦이지 않는 글씨는 거의 없다. 앞선 3차 TV토론회(9월26일)부터 王자를 써서 나온 것으로 드러난 만큼 만일 진심으로 부적절하다고 느꼈다면 4차, 5차 토론회 때에는 거절했어야 이치에 맞다.
 
당시 어른거렸던 무속의 그림자는 집권후 천공과 건진법사 등의 국정농단 의혹으로 현실이 됐다. 어설픈 해명은 '바이든-날리면'을 비롯한 국민의 상식을 뛰어넘는 무수한 엉터리, 거짓해명으로 이어졌다.

"그~ 남침시 발동되는 저거…미국대통령과 먼저 통화하겠습니다"


손바닥 왕(王)자 파동 나흘 전인 9월 26일에는 군 통수권자를 꿈꾸던 윤석열 후보의 깊이를 드러내는 질문-답변이 나온다. 대선후보 경선 3차 TV토론회에서 홍준표·윤석열 후보 사이에 이런 대화가 오갔다.
 
홍: "작계 5015에 대해 아시죠?"
윤: "네"
홍: "작계 5015가 발동되면 대통령으로서 제일 먼저 무엇을 해야 합니까?"
윤: "글쎄요~ 한번 좀 설명 좀 해 주시죠. (중략) 저~그~ 남침이라든가 이런 비상시에 발동되는 그~ 저거 아닙니까? 작전계획…(중략) 제가 대통령이라면 일단 미국 대통령과 먼저 통화를 하겠습니다"

 
작계 5015는 남침 등 전면전에 대응하던 성격인 '작계 5027'을 대체하기 위해 2016년부터 적용된 작전계획으로, 남침 이전에 '선제적으로' 무력대응을 할 수 있도록 바뀐 작전계획이다.
 
윤 후보의 엉뚱한 발언이 이어지자 "북의 핵미사일 발사 징후가 커질 때 발사지점을 먼저 타격을 가하는 거예요. 그리고 참수작전으로 들어가는 거예요. 그럼 대통령으로서 해야 할 일은 전쟁개시 직전에 전쟁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 이걸 결심해야 돼요" 등등 홍 후보의 '강의'가 이어졌다.

경고등 무시하다 괴물로 3D프린팅 되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특수공무 집행 방해,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첫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윤석열 전 대통령이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특수공무 집행 방해,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첫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그로부터 꼭 4년이 되는 26일, 내란특검이 추가 기소한 사건의 첫 정식재판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 심리로 열렸다. 가슴엔 수용번호 '3617'이 적힌 명찰이 달려 있었다. 대국민사과도 없고, 혐의를 인정하지도 않은 걸로 볼 때 보석요구가 재판출석의 목적일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王에서 3617까지 4년이 걸렸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 이태원 참사, 채해병 사망, 김건희 명품백 의혹, 총선참패 등 고비고비마다 켜진 경고등을 무시했기 때문일 것이다. 검찰권 남용을 통해 정적 죽이기와 김건희 의혹 덮기에 매달리면서 난맥은 깊어졌다. 새 출발의 전제는 반성일텐데 4년 전의 단면이 한겹 한겹 쌓이면서 괴물의 모습으로 3D프린팅된 것이 아닐까.
 
왕(王)을 꿈꿨던 윤석열에겐 자리가 목적이지, '어떤 대통령'에는 관심이 없어보였다. 대통령이 하루에 읽어야 할 보고서가 수십 건이라는데 집권 기간 술을 즐겼다는 얘기는 주권자인 국민에겐 재앙이다.

'영업1호와 술상무 1호'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중인 이재명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뉴욕 증권거래소(NYSE)를 방문해 월가의 거물들을 상대했다.
 
대본없이 이어진 25분간의 모두발언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을 알리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전임 정부와 비교해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이다. 저번 영업사원은 매일 술만 먹었는데…'라는 여론의 반응도 나왔다.
 
26일 저녁 '검찰청 폐지'를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검찰청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검찰 수장 출신인 윤석열과 정치검찰은 기획수사와 표적수사, 기소권 남용, 증거인멸을 일삼으며 몰락과 개혁을 자초한 셈이다.
 
나라 안팎의 도전과제 속에서 많은 국민들이 손흥민에 열광하고 있는 이유에 주목할 필요가 있겠다. 국민을 뜨겁게 만든 건 독일과 영국, 미국 리그로 옮기더라도 언제 어디서든 한결같은 손 선수의 '실력과 인성'이 아닐까.

애석하게도 국민들은 윤석열에게 그 두 가지를 찾아보지 못한다. 26일 공판을 보더라도, 그에게 이제라도 반성하고 회개하고 참회하라고 말하는 게 부질없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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