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국내 차량용 반도체 경쟁력 강화와 생태계 확장을 위해 현대모비스 주도로 20여개 관련 기업과 연구기관이 힘을 합치기로 했다.
이는 민간형 한국 자동차 반도체(K차 반도체) 협력의 첫 사례로, 외국산 중심 시장 생태계를 탈피해 국내에 독자적인 설계와 생산 능력을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안정적 공급체계를 구축한다는 게 목표다.
현대모비스는 29일 경기도 성남시 더블트리 바이 힐튼 서울 판교 호텔에서 국내 완성차와 팹리스, 파운드리, 디자인하우스, 패키징, 설계 툴 전문사 등 23개 기업과 연구기관이 참석한 가운데 제1회 차량용 반도체 포럼, 오토 세미콘 코리아(ASK)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현대모비스 이규석 사장을 비롯해 삼성전자, LX세미콘, SK키파운드리, DB하이텍, 글로벌테크놀로지, 동운아나텍, 한국전기연구원 인사와 관련 임원 80여명이 참석했다.
현대모비스는 이날 포럼에 참여한 주요 기업들과 함께 국내 차량용 반도체산업 육성을 위해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참여 기업들은 국내 차량용 반도체 밸류체인을 형성하고 신규 사업 기회를 창출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처럼 민간 주도로 차량용 반도체 산업에 공동 대응하기로 한 건 이번이 처음으로, 유럽과 북미 등 외국산 제품의 의존도가 절대적인 시장에서 제품 국산화로 활로를 찾으려는 시도다. 실제로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100대 차량용 반도체 기업 가운데 국내 기업은 5개사에 불과하며, 이들 기업의 전체 시장 점유율은 3~4% 수준에 불과하다. 반면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연평균 9% 이상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데, 오는 2030년에는 그 규모가 약 20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포럼 개최 배경에 대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면 기업 차원을 넘어 차량용 반도체 산업 육성이라는 더 큰 이익 실현에 도움이 되겠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향후 무역분쟁이나 각종 외부 환경에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행사에서는 △국내 차량용 반도체 생태계 조성의 필요성 △모빌리티 핵심 반도체 국산화 방안 △협력 체계 구축을 위한 기술 방향성 등을 주제로 발표와 토의가 이어졌다.
현대모비스는 구체적인 협력 효과와 관련해 전기차 주행거리를 좌우하는 전력반도체와 핵심부품을 통합 개발하면 이를 각각 개발할 때보다 최대 2년 가까이 연구개발 속도를 단축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모비스 반도체사업담당 박철홍 전무는 "차량용 반도체는 제어기와의 상호 최적화가 가장 중요하다"며 "국내 기업들의 차별화된 경쟁력 향상을 위해 현대모비스는 제어기에 특화된 사양을 정의하고 동시에 실차 기반 검증을 지원해 개발 속도를 빠르게 향상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현대모비스의 차량용 반도체 연구개발 프로세스는 최근 기능안전 국제표준인 ISO 26262 인증을 최고 등급으로 획득했는데, 설계부터 품질관리 전 과정에서 확보한 연구개발 노하우를 적극 공유하는 등 생태계 구축에 참여하는 기업들을 적극 지원할 방침이라고 회사는 밝혔다.
현대모비스 이규석 사장은 "독자적인 반도체 설계 역량 확보와 함께 팹리스 및 디자인 하우스와 공동개발을 추진하고, 주요 파운드리와도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며 "IT(정보통신)나 모바일에 특화된 기업들의 신규 진출을 적극 장려하고, 이를 통해 국내 차량용 반도체 생태계 조성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현대모비스는 올해를 시작으로 이번 포럼을 연 1회 정례화하고, 내년부터는 스타트업이나 기존 반도체 유관기술 보유 기업의 신규 참여를 독려하기로 했다. 관련 협회와 주요 기관에도 문호를 넓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