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를 방조·가담한 혐의를 받는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이 14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박종민 기자법원이 12·3 내란 사태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범행을 도운 혐의(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을 받는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서울중앙지법 박정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5일 "구속의 상당성이나 도주·증거인멸의 염려에 대하여 소명이 부족하다"며 박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피의자가 위법성을 인식하게 된 경위나 피의자가 인식한 위법성의 구체적 내용, 피의자가 객관적으로 취한 조치의 위법성 존부나 정도에 대하여 다툴 여지가 있고 충분한 공방을 통해 가려질 필요가 있다"며 "현재까지의 소명 정도, 수사 진행이나 피의자 출석의 경과 등을 고려하면, 도주·증거인멸의 염려보다는 불구속 수사의 원칙이 앞선다"고 판단했다.
내란특검은 지난 9일 박 전 장관에 대해 내란중요임무종사,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 전 장관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전날 4시간 40분 동안 진행했다.
구속심사엔 조은석 내란 특검팀에선 이윤제 특검보를 비롯해 차정현·송영선 검사, 신동진·기지우 군검사 등이 참석해 구속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검은 전날 총 120장의 PPT도 준비했다. 범죄의 중대성과 재범 위험성, 증거 인멸·도주 우려 등 구속 수사가 필요한 사유가 담긴 230쪽에 이르는 의견서도 법원에 제출했다.
박 전 장관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제외하고 12월 3일 비상계엄 당일 저녁 윤 전 대통령이 가장 먼저 직접 호출한 인물이다. 특검은 박 전 장관이 대통령실에 일찍 도착해 졸속으로 진행된 국무회의와 국무위원들의 만류를 지켜봤다는 점에서, 그가 계엄의 위법성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다고 보고 있다. 이를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의 핵심 근거 중 하나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특검은 박 전 장관이 A4 용지에 직접 메모하거나 특정 문건을 들여다보는 모습이 담긴 계엄 당일 대통령실 대접견실 폐쇄회로(CC)TV 영상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앞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영장심사에서도 계엄 선포 전후 대통령실 CCTV 영상을 제시하며, 이들이 계엄을 방조하거나 가담한 정황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삼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전날 심사에서 혐의를 모두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상계엄 선포 자체가 내란이라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으며, 법무부 장관으로서 통상적인 업무 수행을 했을 뿐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는 취지다.
박 전 장관은 심문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며 "설명할 수 있는 부분들은 최대한 열심히 설명했다"고 답했다. '합수부 검사 파견을 검토하라는 지시는 왜 했는가'라는 질문엔 "법정에서 충분히 설명했다"고 했다.
법원이 영장을 기각하면서 서울구치소에서 결과를 기다리던 박 전 장관은 자택으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법원이 사실상 혐의 소명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하며 영장을 기각하면서 박 전 장관 측 주장에 힘이 실린 가운데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 이어 박 전 장관의 영장까지 연이어 기각되면서 특검팀의 향후 '내란 수사'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검팀은 기각 사유를 검토한 뒤 재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