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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비즈니스의 그림자 속 실패의 초상…박민정 '전교생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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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제공 문학동네 제공 
젊은작가상 대상, 현대문학상, 문지문학상, 이상문학상 우수상을 거머쥐며 한국문학의 중견작가로 자리매김한 작가 박민정이 신작 소설집 '전교생의 사랑'을 펴냈다.

'바비의 분위기'(2020) 이후 5년 만의 소설집으로, 2018년부터 2024년까지 발표한 아홉 편의 단편을 묶었다.

표제작 '전교생의 사랑'은 1990년대 아역 배우로 활동하던 인물이 어른이 되어 자신의 과거를 재의미화하는 이야기다. 어린 시절 '국민의 절반 이상이 지켜본' 시상식의 주인공이었던 민지는 라이벌 세리의 급부상 이후 연예계를 떠나지만, 세리 역시 스캔들로 추락하며 '가장 나쁜 실패의 예시'로 남는다.

다시 마주한 두 사람은 과거의 경쟁 구도가 얼마나 허망한 것이었는지를 깨닫는다. 저자는 이들의 재회를 통해 '상품화된 여성성'과 '성인들의 폭력'이라는 오래된 문제를 섬세하게 드러낸다.

걸그룹 '메가미'의 해체 이후 멤버들의 삶을 다룬 연작 '나의 사촌 리사', '나는 지금 빛나고 있어요', '하루미, 봄', '누군가 어디에서 나를 기다리면 좋겠다'에서는 '한때 반짝였던 사람들'의 이후를 따라간다. 작가는 이 인물들을 "실패한 스타"로 그리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의 일상 속 성실함과 회복의 순간들을 통해, 살아남는 일이 곧 존엄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팬데믹 시기의 윤리와 불안, 도시의 계층 구조를 다룬 '미래의 윤리'와 '아직 끝나지 않은 여름'에서는 '비대면 사회'의 냉혹한 풍경이 포착된다. 작가는 "팬데믹이 단지 일상을 멈춘 사건이 아니라, 인간 내부의 윤리를 드러내는 시험대였다"고 말한다.

쇼비즈니스, 팬데믹, 젠더, 실패 이후의 삶을 교묘하게 따라간 소설집 '전교생의 사랑'은 화려함이 사라진 자리에서도 삶을 버티는 인물들의 목소리를 통해 "끝나지 않은 무대"가 있음을 전한다.

박민정 지음 | 문학동네 | 3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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