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미국 싱크탱크가 미국의 해군력 회복과 조선산업 재건을 위해 한국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최근 한미 간 관세·무역 협상 후속 논의가 속도를 내는 가운데, 한국 조선업이 협상 테이블에서 전략적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허드슨연구소의 마이클 로버츠 선임연구원은 최근 '미국의 해사 역량 재건(Rebuilding America's Maritime Capacity)'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통해 "미국의 해양 역량을 되살리기 위해선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과의 심층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로버츠 연구원은 중국의 급격한 해군력 확장을 지적하며 "미국 조선소가 해군에 군함 한 척을 인도할 때 중국 조선소는 세 척을 인도하고 있다"며 "이는 저임금 노동력, 국가 주도의 조선 독점 구조, 방대한 공급망이 만든 규모의 경제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중국이 전 세계 신규 선박 발주량의 75%를 차지한 반면 한국과 일본은 합계 20%에 그쳤다"며 "불과 5년 전만 해도 한국과 중국의 점유율은 각각 37%로 비슷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중국은 냉전기 소련 이후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에 가장 심각한 도전 세력"이라며 "군사와 상업 해양 지배를 국가 전략의 핵심으로 삼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한국과 같은 동맹국의 기술 협력이 미국 조선업 부활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버츠 연구원은 "미국이 에너지·산업 분야에서 한국의 안보를 강화할 수 있는 것처럼, 한국의 조선 기술력은 미국 해양 역량 회복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다"며 "한화의 미국 필리조선소 인수는 숙련된 미국 조선 인력을 고용하고 세계적 수준의 기술을 이전하는 동시에, 미 해군 조선 계약 경쟁에 참여할 기반을 만드는 전략적 조치"라고 평가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 시절 추진된 중국산 선박 입항 수수료 정책에 대해서도 "중국 선박의 국제 시장 가치 하락을 유도했고, 이에 따라 한국·일본 조선소의 선박이 더 매력적인 대안으로 부상했다"며 긍정적으로 분석했다.
또 최근 미 의회에서 발의된 '선박법(SHIPS for America Act)'을 언급하며 "이 조치들이 일관성 있게 추진되고 미국과 동맹국 해사 리더들이 적극 참여한다면, 미국 해사산업은 국가 전략 자산으로 다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미 정부도 조선 분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백악관 예산관리국(OMB)을 방문해 양국 간 조선산업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김 장관은 회동 후 "'마스가(MASGA)'에 대해 여러 건설적 논의를 했다"며 "구체적인 프로젝트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허드슨연구소 제언은 중국의 해양 굴기를 견제하려는 미국의 전략적 전환과 맞물려, 한국 조선업이 안보·경제 양축에서 미·중 경쟁의 핵심 파트너로 부상하고 있음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