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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웬치' 떠나 일상에 스며든 조직들…송환날 3명 또 탈출[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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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명 국내 송환날 한국인 3명 추가 탈출
캄보디아 정부 단속에 '웬치' 텅 비었지만
아파트·호텔 등 일상 공간으로 스며든 조직들
"'떴다방'처럼 이동해 범행 이어가"

캄보디아 프놈펜 시내의 한 고층 레지던스 겸 호텔. 최근 이곳에서 중국인 범죄 조직에 의해 로맨스 스캠 사기에 동원되던 한국인 3명이 구출됐다. 남성경 크리에이터캄보디아 프놈펜 시내의 한 고층 레지던스 겸 호텔. 최근 이곳에서 중국인 범죄 조직에 의해 로맨스 스캠 사기에 동원되던 한국인 3명이 구출됐다. 남성경 크리에이터
캄보디아 정부의 단속 등으로 온라인 스캠 조직들이 근거지를 버리고 하나 둘 국경을 넘어 도망치고 있지만, 일부는 오히려 현지 사회의 일상에 스미는 방식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일반 시민들이 거주하는 아파트나 사무실, 호텔 등에 점조직처럼 퍼져 여전히 사기 행각을 벌이는 것이다.

근절되지 않는 스캠 범죄에 동원되는 한국인들의 탈출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도 현지 경찰서에선 한국인 구출 및 검거 사례가 계속 확인되고 있다.

22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다수의 범죄단지가 밀집한 캄보디아의 해양 도시 시아누크빌에선 웬치에 갇혀 있던 한국인 3명이 지난 18일 현지 경찰에 의해 구출됐다. 이들은 감금 피해자이면서 범죄 조직에 가담한 피의자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현지 경찰서에 구금돼 있다.

이들이 구출된 날 캄보디아 당국에 구금됐던 한국인 64명은 국내로 송환된 날이기도 하다. 이민청에 구금된 한국인만 우선적으로 국내에 송환됐기 때문에 뒤늦게 구출된 이들은 귀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을 수 없었다.

시아누크빌에선 그 전날인 17일에도 한국인 2명이 현지 경찰에 의해 구조됐다. 이밖에도 최근 캄보디아 전역에서 범죄 조직에 연루된 한국인들이 연일 구출되거나 체포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내 범죄조직 안에 남은 한국인이 1천명을 넘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0일 오전 프놈펜 참카르몬의 45층 규모 레지던스 겸 호텔 인근에선 문신한 중국인 남성들을 다수 마주쳤다. 남성경 크리에이터20일 오전 프놈펜 참카르몬의 45층 규모 레지던스 겸 호텔 인근에선 문신한 중국인 남성들을 다수 마주쳤다. 남성경 크리에이터
현지에선 캄보디아에서 스캠 범죄 조직들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정황이 포착된다. 당장 온라인 상에서도 쉽게 스캠 범죄에 가담할 사람을 구하는 구인 광고를 발견할 수 있다. 웬치를 떠나고 있는 이들이 어디서 계속 번식하는 걸까.

캄보디아에서 20년 넘게 거주하며 범죄 조직들의 생리도 잘 알고 있다는 한 교민은 "호텔이나 단기 렌트 주택 등으로 옮겨서 계속 사기를 저지르고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 교민은 "원래 그들이 웬치(범죄단지)에서만 사기를 치는 게 아니다. 일반 가정집, 호텔에서 근거지를 두는 경우도 허다하다"며 "일부가 붙잡혀가면 나머지는 '떴다방'처럼 순식간에 근거지를 옮겨 다른 곳에서 범행을 이어가는 게 사기 조직들의 생리"라고 설명했다. 보코산 자락이나 한적한 시골에 외따로이 자리 잡은 웬치 말고도 점조직처럼 범행 장소들이 흩어져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취재진이 캄보디아 내에서 방문한 다수의 온라인 스캠 사기 범죄 현장들은 아파트, 레지던스, 호텔 등 일반인들이 정상적으로 기거하는 곳이었다. 지난 17일 직접 찾은 시아누크빌에선 웬치들이 차이나타운에 몰려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었는데, 그곳은 평범한 중국인들도 흔히 거주하는 곳이었다.  

20일 오전 취재진은 수도 프놈펜의 참카르몬 지역에 위치한 45층 규모 레지던스 겸 호텔을 찾았다. 이 장소는 한국인 감금 사건 등이 다수 벌어져 외교부에서도 위험지역으로 분류한 곳이다. 그러나 호텔 주변으로는 대형 고급 콘도, 외국계 은행, 대사관 등이 밀집해 있고 유동 인구도 많았다.

끔찍한 납치·감금 등 범행이 쉬이 벌어지는 장소로 보이지 않았던 호텔의 1, 2층엔 몰이 있어 누구나 쉽게 드나들었다. 다만 건물 내에선 다수의 문신한 중국인 남성들을 마주치기도 했다. 건물 사진을 찍으려 하자 경비원이 "찍지 말라"며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주변으로 중국 음식점 등 일종의 차이나타운이 형성돼 있기도 했다.

캄보디아 프놈펜 시내에서 약간 떨어진 외곽의 한 가건물로 이뤄진 판자촌. 몇달 전 이곳에선 중국인 온라인 스캠 일당 40명이 현지 경찰에 의해 단속됐다. 남성경 크리에이터캄보디아 프놈펜 시내에서 약간 떨어진 외곽의 한 가건물로 이뤄진 판자촌. 몇달 전 이곳에선 중국인 온라인 스캠 일당 40명이 현지 경찰에 의해 단속됐다. 남성경 크리에이터
이외에도 취재진이 직접 방문한 한인 거주 고급 아파트, 심지어는 판자촌도 중국인 온라인 스캠 일당이 체포된 사례가 있던 곳이었고 한다. 지역이나 겉모습과 무관하게 범죄조직이 기생하고 있는 것이다. 다수의 교민과 현지인에 따르면 주변 일반인들은 범죄를 인식하거나 알아도 쉬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취재 현장을 계속 동행한 현지인도 "이런 곳에서 온라인 스캠과 납치·감금이 벌어졌다는 걸 전혀 알지 못했다"며 놀라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취재진은 최근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구출 소식을 알린 한국인 3명이 감금됐던 한 고층 레지던스 겸 호텔도 찾아가 봤다. 취재진도 아무런 그냥 들어갈 수 있는 평범한 건물이었다. 1층엔 거주자 등이 이용할 수 있는 수영장이 있고, 여행자로 보이는 이들도 오갔다.

김 의원에 따르면 구조된 3명은 이 건물 13층의 한 호실에 갇혀 하루 10시간씩 로맨스 스캠 범죄에 동원됐다. 이들은 범죄 조직들의 대탈출 행렬이 관측되던 시점에도 도심 한가운데에서 온라인 스캠에 동원되다 구출된 것이었다.

이처럼 온라인 스캠 일당들이 독버섯처럼 일상 공간 곳곳에 스민다면 단속은 물론 그 안에 포함된 한국인들을 구출하기는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10년간 현지에서 살며 선교 활동을 해 온 한 선교사는 "범죄 조직들이 점조직식으로 남아서 범죄를 계속 벌이는 것에 대해 단속이 시급해 보이지만, (캄보디아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설지는 미지수"라고 염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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