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정상회의 주 회의장으로 사용한 경주 화백컨벤션센터(HICO). 경주시 제공 '2025 경주 APEC 정상회의'가 역대 가장 성공적인 회의라는 평가를 받으면서 지난 1일 폐막했다. 
신라의 천년 고도는 APEC을 통해 세계에 '경주'라는 이름을 각인시켰고, 경주는 세계적인 역사문화관광도시로 도약하기 위한 본격적인 준비에 나섰다. 
			
		
경주는 '지붕 없는 박물관'으로 불리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역사문화도시다. 또 국내 최초의 관광단지인 보문관광단지가 있는 관광도시기도 하다. 
하지만 세계로 눈을 넓혀보면 경주는 한계가 있었다. 서울과 멀리 떨어져 있는 지리적 한계에다 수도권 중심의 관광전략 등으로 인해 해외에서의 인지도는 낮았기 때문이다. 
과거 신라 수도 서라벌을 재현한 신라왕경도. 경주시 제공그러나 APEC 정상회의는 경주의 대외적 위상을 완전히 바꿨다. '가장 한국적인 도시'라는 경주만의 정체성을 세계에 확실하게 각인시킨 것이다. 
			
		
APEC 기간 아시아태평양지역 21개국 정상과 고위급 인사들은 신라 천년의 문화유산과 현대적 인프라가 조화를 이루는 경주의 매력을 직접 체험하며 극찬했다.  
외신들의 호평도 이어졌다. AP통신은 "고대 신라의 예술성과 현대 디지털 기술이 융합된 무대"라 평가했고, CNN은 "경주는 화합의 노천박물관으로 변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APEC 정상회의를 비롯해 한·미, 한·중, 한·일, 중·일 정상회담 등이 잇따라 펼쳐지며 경주는 세계인들에게 한국의 수준 높은 외교적 역량을 상징하는 공간으로 인식됐다.  
앞으로 경주가 이탈리아의 로마, 일본의 교토와 같은 글로벌 관광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이유다. 
경주 보문관광단지 전경. 경북문화관광공사 제공이를 반영하듯 트럼프와 시진핑 등이 찾았던 경주박물관은 '오픈런'이 나타났고, 황리단길을 비롯한 경주 곳곳에는 APEC을 전후해 외국인 관광객이 크게 늘어났다.  
게다가 APEC 정상회의에 맞춰 화백컨벤션센터(HICO)와 보문단지를 중심으로 교통, 보안, 안내 시스템 등 도시 전반의 인프라를 국제 기준에 맞게 정비하면서 경주의 대규모 국제행사 유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성공적으로 끝난 '경주 APEC'이 일회성 행사에 머물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부터가 시작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APEC 이후를 대비한 체계적인 지원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경주 APEC의 영향력과 위상은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들 것을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경상북도와 경주시는 APEC 정상회의에서 채택한 '경주선언' 정신을 전 세계에 확산하기 위한 '경주포럼'을 정례화하고 문화관광 인프라 확충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보문호수에 떠 있는 신라의 달. 경북문화관광공사 제공경제 분야의 '다보스포럼'과 같은 위상을 가진 문화 분야의 '경주포럼'을 정례화해 한국은 물론, 세계를 대표하는 국제 문화포럼으로 키우겠다는 목표다.  
문화관광 인프라 확충에도 힘을 쏟고 있다. 화랑교육원 등 경주 3곳에 2029년까지 '신라역사문화대공원'을 조성하고, 경주엑스포대공원에는 'APEC 문화전당'을 건립한다.  
		
		
경북문화관광공사도 2030년까지 5천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해 보문관광단지 내에 방치된 옛 신라밀레니엄파크나 주유소 부지 등을 복합리조트 등으로 개발할 방침이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APEC 정상회의는 경주를 '신라의 천년 고도'를 넘어 '세계 외교의 중심지'로 각인시키며 국제회의 도시의 가능성을 입증했다"며 "경주의 가치를 더욱 높이기 위한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문화유산과 첨단기술이 공존하는 도시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