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4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정부가 2035년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중 산업 부문에서만 21~30%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가운데,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산업의 탈탄소 전환을 지원할 '전환금융 가이드라인'을 올해 안에 내놓는다.
전환금융을 도입해 운용 중인 유럽연합(EU)의 '택소노미(분류체계)' 방식과 일본의 '제3기관 분류·판단' 방식을 혼합, 보다 폭넓게 지원 대상을 설정해 산업 부문 배출 저감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5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기후에너지환경부와 금융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정부 공식 '전환금융 가이드라인' 초안을 마련하고 막바지 작업에 들어갔다. 연내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내년부터 시행을 추진하기 위해서다.
전환금융(Transition Finance)은 다배출 산업이 친환경 방식으로 제조공정과 설비를 전환하는 과정에 들어가는 투자를 지원하는 재원이다. 녹색금융이 이미 환경친화적인 녹색산업에 대한 투자를 늘려 다배출산업으로 흘러간 자금을 좌초자산이 되도록 한다면, 전환금융은 다배출산업이 녹색금융의 지원 대상이 되기 전까지 중간다리 역할을 맡게 된다.
자본시장연구원의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전환금융의 역할' 보고서에 따르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전환금융을 '신빙성 있는 이행 계획하에 파리협약과 일관된 넷제로(Net Zero) 전환을 실행하기 위해 기업이 조달하거나 집행하는 금융'으로, 일본의 'GX(녹색전환) 실현을 향한 기본 방침'은 '기업의 탄소중립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장기간의 전환을 지원하는 금융'으로 각각 정의한다.
G20(주요 20개국) 지속가능성 금융 실무그룹은 "지금까지의 지속가능성 금융은 '순수한 녹색' 활동에만 집중됐고, 온실가스 집약 부문은 전환을 위한 금융 접근성이 제약됐던 점을 지적하면서 고탄소산업의 질서 있는 저감 이행을 위한 전환금융 체계 마련을 제안"한 바 있다.
이 같은 전환금융 체계는 "택소노미를 통해 탄소중립으로의 전환을 가능하게 하는 경제활동과 투자활동을 인식할 수 있도록 하고 '전환워싱'을 방지하는 역할을 하며, 기업은 파리협약의 넷제로 달성을 위한 계획을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공시하고 과학적으로 확인해 인증해야 한다"고도 제안했다.
이처럼 정부 가이드라인은 전환금융 지원 대상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서, 대상 기업의 탈탄소 전환이 수월하게 이뤄지도록 돕는 동시에, '그린워싱'을 방지하는 기능을 하게 된다.
예컨대, 철강 업종에서 현재의 고로(용광로)를 전기로로 바꾸는 투자는 명백히 전환금융 지원대상이지만, LNG(액화천연가스) 발전소가 수소혼소발전으로 전환하는 경우 해당 수소를 그린수소로만 충당할 수 있는지 등에 따라 지원 가능 여부도 달라질 수 있어 현재 쟁점을 정리 중이다.
이처럼 정부 가이드라인이 제시되면, 기업들은 사업계획 시 전환금융을 통한 자금 조달 가능성을 고려한 설비 전환 계획을 짤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재원은 최대한 민간 부문을 통해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의 정책자금은 일부 들어올 수 있지만, 재정투입은 현재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가이드라인을 금융위 주관으로 마련하는 만큼, 추후 금융위가 민간 부문의 투자를 유도할 '선한 관치' 금융 조성 역할도 맡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기업이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할 수도 있다.
독일 석탄화력발전소서 뿜어져 나오는 수증기 구름. 연합뉴스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은 지난해 잠정치 기준 6억 9158만 톤으로, 이 중 산업부문이 2억 8590만 톤으로 가장 많고, 전력부문이 2억 1830만 톤을 차지한다. 이에 전력부문은 석유·가스 등 화석연료 비중을 줄이고 재생에너지 비중을 대폭 늘리는 '에너지 전환'에 속도를 낸다는 게 이재명 정부의 최대 역점 과제 중 하나다.
문제는 산업부문의 경우 대표적인 다배출 산업인 철강(1억 톤), 석유화학(5360만 톤), 시멘트(3930만 톤) 등 업종의 탈탄소 전환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석유화학은 업황부진으로 정부 차원의 구조조정이 추진될 예정이며, 철강도 중국산 물량·저가공세로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이에 전환금융으로 재원을 조달해 이들 업종이 제조공정과 생산설비를 친환경 전환할 수 있도록 지원하면서도, 수출 경쟁력을 잃지 않도록 균형점을 찾아가는 게 숙제다.
정부로선 탄소배출저감이 글로벌 추세이자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된 만큼 산업 부문 감축 계획도 목표대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이번 2035 NDC 논의 과정에서△철강(전체 배출량의 약 15% 차지)-수소환원제철 도입과 저탄소강 확대 △시멘트(약 14%)-소성된 클리커의 감축과 혼합 시멘트 확대 △석유화학(약 11%)-전기 NCC(납사분해시설)와 수소 NCC 도입 및 부생가스의 고부가 전환 등 3대 다배출 업종의 전환 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이를 실행에 옮기려면 상당한 규모의 금융을 일으켜야 한다. 일례로 철강의 경우 포스코만 놓고 봐도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의 고로가 11개인데, 이들 고로를 전기로로 바꾸는 데만 최소 11조 원이 필요할 걸로 예상된다. 현대제철, 동국제강, 세아베스틸 등 전체 업계 전환 시 철강업종 전환에 필요한 투자만 몇 곱절에 달한다.
정부 관계자는 "기업들 입장에선 친환경 생산을 하는 데 들어가는 생산비를 반영한 가격에 친환경제품을 사줄 수요처를 찾을 수 있겠느냐는 우려도 하는 상황"이라며 "적절한 인센티브도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과 일본 등에서 이미 산업 부문의 탈탄소 전환에 투자를 시작한 만큼, 전환이 뒤처지면 추후 무역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편 정부는 오는 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2035 NDC' 대국민 공청회 마지막 순서인 종합토론을 열고, 최종 정부안을 도출한다. 확정 시 내주 브라질 벨렝에서 개막하는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UNFCCC COP30)에서 발표하게 된다. 그간 감축 목표로는 △48%(산업계 요구 반영) △53%(선형 감축) △61%(국제사회 권고) △65%(환경단체 요구)가 논의됐으며, 최종안 목표치에 따라 산업 부문 기여 목표도 분명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