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6일 오후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참배를 시도하고 있다. 연합뉴스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고 그를 면회하는 등 극우 강성 지지층을 끌어안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돌연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았지만, 시민들의 반발에 쫓기듯 철수했다. 그럼에도 그는 "매월 호남을 방문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월간 호남'이라고 이름도 지었다.
하지만 그의 월간 호남에 대해 진정성과 시의성을 둘러싼 의구심이 당 밖은 물론 안에서도 나온다. 지방선거 대비 호남·중도 민심을 겨냥한 행보로 보기엔 윤 전 대통령을 끊어내지 않았고, 불법 비상계엄에 대한 입장 정리도 명확히 되지 않았다. 또 호남을 간다고 해서 현안 해결 등으로 민심을 얻을 방법은 있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윤 어게인' 끌어안던 장동혁의 '뜬금 호남행'에 쏠린 의문
9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장 대표가 임기 중 매월 1회 이상 호남을 찾겠다는 이른바 월간 호남을 두고 당내에서조차 "명분도 전략도 보이지 않는다"는 반응이 터져나오고 있다.
앞서 이달 6일 장 대표는 돌연 호남행을 밝히고 광주 5·18 민주묘지를 찾았다. '불법 계엄 옹호' 언행과 당내에서도 비판이 쏟아진 윤석열 전 대통령 면회 등 자신의 행보에 대한 입장 정리 없이 간 광주였다.
결국 그는 시민단체 등의 거센 항의 속에 방명록은 쓰지도 못한 채, 추모탑 구석에서 15초 묵념만 하고 현장에서 철수했다.
당내에선 이른바 '윤 어게인'으로 불리는 강성 지지층을 끌어안아온 장 대표가 취임 두 달 만에 아무런 입장 정리도 없이 5·18 묘역을 찾은 것이 오히려 광주 시민사회의 분노를 키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힘 한 재선 의원은 "자주 가는 게 진정성은 아니다"라며 "윤 전 대통령과의 관계 정리를 하고 가야지, 그 전제 없이 자꾸 가면 (호남 지역민은) 더 반발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강성 지지층 20%의 지지만으론 선거에 이길 수 없다"며 "중도로 가면 강성 지지층이 반발하겠지만, 괴롭더라도 그걸 버텨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성 지지층 때문에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지 못한 상태인데, 호남을 자주 간다고 해서 지방선거 지형 변화로 이어질 수 없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도 "왜 갑자기 뜬금없이 광주로 갔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전략적인 측면에서 타깃층과 메시지 없이 그냥 '매월 호남 간다'고 던지면 영남·충청·강원은 현안이 없느냐는 말이 나온다"며 "민주당도 매월 안 가는데 우리가 매월 간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장 대표의 호남행을 두고 탄압 이미지를 만들어 지지층을 결집시키려는 의도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쫓겨나는 보수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 지지층을 자극하려는 의도냐는 것이다.
김종혁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지난 6일 YTN라디오에서 "(장 대표는) 비상계엄이나 탄핵에 대해서 호남이나 민주당에서 생각하는 것과 다른 얘기를 해왔다"며 "그런 배경을 가지고 그냥 가면 어떤 반응이 나올지는 불 보듯 뻔하다. 강성 지지층한테 내가 이렇게 당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려는 건가"라며 의문을 표했다.
하지만 당 핵심 관계자는 '보수 결집 효과를 노리는 것'이란 의구심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이 관계자는 "보수 지지층은 (장 대표의 호남 행보에)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갔구나, 갔는데 또 막혔구나' 정도로 생각할 것"이라고 했다.
'월간 호남' 두고도…"전략은 있나" 의구심
당 핵심 관계자는 "호남을 방문할 때 3대 원칙을 세운 게 있다. 점진적으로, 소규모로, 계속해서 가야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호남에서의 효과가 아니라 수도권이나 타지역에 거주하는 호남인들이 '저렇게 꾸준히 가는데 저렇게까지 막아야 되느냐'는 반응이 나올 때까지 계속 가면 효과가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호남은 TK(대구·경북)·PK(부산·울산·경남)에 비해 인구가 너무 적고, 가장 낙후된 지역"이라며 "우리는 젊은 층 일자리 부족 문제 등 지역 불균형을 해소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러한 계획에 '현실성이 있느냐'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국민의힘이 호남 현안을 해결하거나, 입법·정책을 통해 민심을 얻기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지역구 의원은 물론 지방자치단체장 등 국민의힘은 호남에 기반이 전무한 상태다. 게다가 여당이 아닌 야당이기도 하다.
실제로 장 대표는 지난 3일부터 6일까지 대구·경북, 부산·울산·경남, 대전·세종을 잇따라 방문하며 각 시도지사를 초청해 예산정책협의회를 열었지만, 마지막 방문 지역인 광주에서만 유일하게 협의회가 열리지 않았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관계자는 "광주·전남·전북 시도지사들에게 모두 연락했지만, 불참 의사를 밝혀 (예산정책협의회를) 개최할 수 없었다"며 "(국민의힘이) 여당일 때는 왔는데, 야당이라 올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