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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아들이 이렇게 떠날 줄은…" 30대 쿠팡기사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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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진 기사 모친 "쿠팡 새벽배달 중 숨진 기사 많이 봤지만 내아들이…" 오열
아버지 장례 끝내고 다시 새벽배송중 사망…유족 "어린 두 자녀 부양하려다…"

숨진 쿠팡 배송기사 장례식장. 이창준 기자숨진 쿠팡 배송기사 장례식장. 이창준 기자
"우리 아들이 사고를 당할 줄은 꿈에도 생각 못 했어요…."
 
11일 제주시 한 장례식장에서 만난 숨진 쿠팡 배송기사 A씨의 어머니는 이같이 말한 뒤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A씨는 전날(10일) 오전 2시 16분쯤 제주시 오라2동 사거리에서 1톤 탑차를 몰다 통신주를 들이받아 숨졌다. 경찰은 현재까지 졸음운전으로 사고가 났다고 보고 있다.
 
A씨 어머니는 "쿠팡 택배기사들이 새벽배송하다 과로로 숨졌다는 뉴스 기사들을 많이 봤거든요. 그런데 우리 아들도 이렇게 하늘나라로 떠날 줄은 몰랐어요"라며 울먹이며 말했다.
 
8살, 6살 어린 두 자녀를 둔 A씨는 30대 초반의 가장이다. 생전 가족들과 함께 촬영한 사진을 보면 바쁜 택배 일 와중에도 틈틈이 자녀들을 데리고 주요 관광지를 돌며 시간을 보냈다. 빠듯한 살림살이 탓에 고등학교, 대학교 친구들을 안 만나더라도 가족과 늘 시간을 보내려 했다.
 
A씨 어머니는 "며느리도 일을 하지만 둘의 벌이를 합쳐서 어린 두 자녀를 부양하려고 하면 많이 부족했을 거예요. 아들은 1년여 전부터 쿠팡 택배기사로 일을 했어요. 일주일에 한 번씩 쉬면서 주 6일을 12시간 정도 일을 했다고 들었어요. 그러다 이번 사고가 난 거예요"라고 토로했다.
 
A씨 외삼촌도 "조카가 애들 키우느라 돈 한 푼이라도 더 벌려고 밤에도 열심히 일했어요. 원래 통통했는데 물건을 싣고, 배송 갔다 오고 뛰어다니느라 몸무게가 20㎏ 가까이 빠졌다고 하더라고요. 책임지고 가정을 지키려다 택배 일을 시작하게 됐다고 들었어요"라고 말했다.
 
사고 현장 모습. 제주도소방안전본부 제공사고 현장 모습. 제주도소방안전본부 제공
특히 A씨는 지난 4일 아버지가 폐암으로 영면하자 지난 7일까지 사흘간 장례식장을 지키며 조문객을 맞았다. 아버지 장례가 끝난 지 사흘 뒤 새벽배송 일을 하다 사고로 숨졌다.
 
A씨 어머니는 "엊그제 아버지상을 치렀기 때문에 몸과 마음이 엄청 힘들었을 거예요. 그런데 배송해야 할 자기 물량이 있기 때문에 쉬지 않고 다시 바로 일을 한 거 같아요"라며 안타까워했다. A씨는 제주시 쿠팡 1캠프(물류센터)에서 아라동지역 새벽배송을 전담하고 있다.
 
"(아들의 사망 이후) 회사에서 여태까지 전화오거나 찾아오지도 않았어요. 아들이 하늘나라로 떠났는데, 이제 와서 사과 받아서 뭐하나요. 바라는 건 산업재해로 인정받는 거예요."
 
A씨는 쿠팡에서 일하지만 쿠팡 노동자는 아니다. 쿠팡 배송은 자회사인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가 맡고 있다. CLS가 직접 고용한 배송기사도 있지만 A씨는 CLS와 계약한 대리점 소속 기사다. 부친상을 당하고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새벽시간대 배송업무를 하다 사고로 사망했다.
 
특히 쿠팡 1캠프(물류창고)에 들어가 물건을 직접 분류한 뒤 싣고 나오는 '다회전' 배송을 하다 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된다. 부친상으로 무너진 몸과 마음을 제대로 추스르지 못한 채 운전대를 잡은 30대 가장은 다회전 배송과 신선신품 배송(로켓프레시) 등 '죽음의 배송'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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