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준 부산시장 등이 지난 4월 사상~하단선 공사현장 주변에서 발생한 땅꺼짐을 살펴보고 있다. 부산시 제공부산도시철도 사상~하단선 공사 구간에서 2년여 간 연이어 발생한 땅꺼짐 사고는 부실 시공과 이를 알고도 방치한 감독 기관의 안이함이 빚어낸 인재(人災)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동안 집중호우와 지하 상수도관 누수 등을 땅꺼짐 사고 원인으로 지목했던 부산교통공사가 할 말을 잃게 됐다.
부산시 감사위원회는 13일 '부산도시철도 사상~하단선 1공구(새별로) 땅꺼짐 사고' 특별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9월 사상~하단선 2공구에서 발생한 대형 땅꺼짐 사고가 도시철도 공사와 관련이 있다는 특정감사 결과에 따라 1공구로 범위를 넓혀 진행됐다.
1공구에서는 지난 2023년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모두 12건의 크고 작은 땅꺼짐 사고가 일어나 시민들의 불안을 키웠다.
조사 결과 땅꺼짐 사고는 도시철도 건설 공사 과정에서의 부실한 시공과 발주처의 관리 소홀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리면서 그렇지 않아도 연약 지반으로 구성된 땅이 내려 앉은 것으로 드러났다.
시공사가 변경된 설계에 따르지 않고 임의로 공사를 진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부산시 제공시 감사위에 따르면 시공사는 흙막이 가시설 공사를 하며 상하수도와 통신, 도시가스 등 지하시설물이 간섭되자 'CIP겹침주열말뚝공법'을 'H-pile+토류벽콘크리트+저압차수SGR 공법'으로 변경했다. 이에 부산교통공사는 공법변경 심의 절차 없이 설계변경을 승인했다.
시공사는 심지어 굴착에 앞서 이뤄져야 하는 '저압차수SGR' 시공 장비가 지하시설물에 저촉되자 건설사업관리단의 승인 없이 선굴착 후 수평그라우팅을 시행하는 등 설계도서와 다르게 공사를 진행했다. 핵심 공정을 진행하지 않고 이른바 땜질식 공사로 마무리를 한 셈이다.
지하수위가 높은 지반에서 선행 차수 없이 굴착이 이뤄지면서 흙막이벽 시공 과정에서 지하수와 세립토가 작업장 내로 지속해서 유출됐다. 여기에 더해 수평그라우팅(메우기) 작업으로 지하수 유출이 더해졌고, 지하에 공동(빈공간)이 커져 결국 땅꺼짐으로 이어졌다.
시공사가 엉터리 공사를 하는 동안 감리 역할을 하는 건설사업관리단과 발주처인 부산교통공사는 관리·감독은 커녕 방관으로 일관했다.
건설사업관리단은 시공사가 승인 없이 임의로 수평그라우팅 방식으로 흙막이 가시설 공사를 하는데도, 공사정지나 재시공 등 관련 사항을 조치하지 않았다.
관리단은 올해 2월이 되어서야 부산교통공사에 수평그라우팅에 대한 실정보고를 했는데, 공사는 이 같은 보고를 받고도 설계변경 지시나 승인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내부 보고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지하시설물 이설 없이 굴착 공사를 진행했다. 부산시 제공
시 감사위는 이 같은 부실 시공과 관리 소홀의 배경에 시공사가 특정 계약 금액에 설계부터 시공까지 책임 공사를 하는 턴키 방식으로 진행된 영향도 있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공사 품질보다 속도에 치중했을 가능성을 짚은 것인데, 이를 관리·감독해야할 건설사업관리단과 부산교통공사 역시 제 역할을 하지 않으면서 부실 시공과 땅꺼짐 사고로까지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시 감사위는 이번 조사결과 행정상 조치 7건과 신분상 조치 45건을 요구했다. 특히, 부산교통공사에게는 기관경고했다.
또, 시공사와 건설사업관리단과 관련한 지적 사항에 대해서는 규정에 따라 벌범 부과 등 행정조치를 취하도록 부산교통공사에 통보했다.
부산시 윤희연 감사위원장은 "이번 특별조사를 통해 사상~하단선 공사구간의 땅꺼짐 사고 원인을 파악했다"며 "부산교통공사의 사고 대응 방식의 구조적인 문제 개선과 위험관리의 지휘·감독에 대한 책임을 다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