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연합뉴스중국 외교부가 대만 유사시에 집단 자위권을 발동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를 겨냥해 "불에 타 죽을 것"이라며 강하게 비난하는 등 대만 문제를 둘러싼 양국 갈등이 확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3일 정례브리핑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최근 국회에서 공공연하게 대만과 관련한 노골적 도발 발언을 하면서 대만해협 무력 개입 가능성을 암시했다"고 운을 뗐다.
린 대변인은 "중국이 엄정한 교섭(외교 경로를 통한 항의를 의미)과 강력한 항의를 표한 후에도 잘못을 깨닫지 못하고 (해당 발언) 철회를 거부했다"며 "일본은 즉시 시정해 악성 발언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만약 일본이 감히 대만해협 정세에 무력으로 개입해 침략행위를 구성한다면, 중국은 정면으로 거세게 공격할 것"이라며 "우리는 유엔 헌장과 국제법이 부여한 자위권을 단호히 행사해 국가 주권과 영토 완전성을 굳게 수호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린 대변인은 또 "우리는 일본이 역사적 죄책을 심각하게 반성하고, 중국 내정에 간섭하면서 도발하고 선 넘는 잘못된 언행을 즉각 중단하기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대만 문제에서 불장난을 해서는 안 된다. 불장난을 하는 자는 스스로 불에 타 죽을 것"이라고 외교적 결례에 해당하는 극언을 써가며 다카이치 총리를 비난했다.
'불에 타 죽을 것'이라는 표현은 지난 2022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조 바이든 당시 미국 대통령 사이 전화 회담 당시 대만 문제를 논의하던 중 등장했다.
이후 2023년 당시 친강 중국 외교부장(장관)이 대만 문제와 관련해 '힘에 의한 현상 변경 반대' 입장을 밝힌 윤석열 전 대통령을 겨냥해 다시 한번 해당 발언을 해 한중간 갈등이 보다 깊어지는 계기가 됐다.
그런데 중국 외교부가 다카이치 총리를 향해 다시 한번 해당 표현을 쓴 것은 이전 한국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일본과의 갈등을 감수하더라도 대만 문제에 대해서는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7일 일본 중의원(하원) 예산위원회에서 "(대만해협) 해상 봉쇄를 풀기 위해 미군이 오면 이를 막기 위해 (중국이) 무언가 무력을 행사하는 사태도 가정할 수 있다"며 "전함을 사용해 무력행사를 수반한다면 존립위기 사태가 될 수 있는 경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존립위기 사태'는 일본이 직접 공격받지 않더라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 나라나 지역이 공격받아 일본이 위기에 처할 수 있는 상황을 뜻하며, 이 경우에 일본은 집단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게 일본 정부의 입장이다.
이와함께 일본 정부가 지난 3일 셰창팅 전 주일 대만대표(대사 격)에게 일본 최초의 훈장인 욱일대수장을 수여한 것을 두고도 양국간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가 셰 대사에게 훈장을 직접 수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궈자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2일 정례브리핑에서 "일본 정부가 고집스레 대만 독립 논조를 고취하는 인물에게 훈장 수여를 제안하고 추진한 것은 일본이 대만 문제에서 저지른 또 하나의 잘못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