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이언주 최고위원. 윤창원 기자, 연합뉴스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당헌·당규 개정에 착수한 가운데, 당 최고위원인 이언주 의원이 '졸속 강행'이라고 공개 비판했다.
이번 당헌·당규 개정이 정 대표의 연임을 위한 포석이라는 의구심이 당내 일각에서 제기된 상황에서 당 지도부 인사가 재검토를 요구하면서 파장이 예상된다.
이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대의원과 당원 간 투표 가치 비율을 1대 1로 동일하게 하는 내용 등의 당헌·당규 개정 추진과 관련한 최고위 결정에 대해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스러운 점이 많다"고 밝혔다.
이어 "공개회의 이후 속개된 비공개회의에 몇몇 최고위원이 상임위 참석 등 미리 정해진 일정으로 불참한 가운데 그냥 통과됐다"고 했다.
앞서 지난 17일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 1인 1표 시대를 열겠다는 전대 때 약속을 실천하겠다"며 관련 당헌·당규 개정 방침을 밝혔다.
민주당은 전날까지 이틀간 당원에게 의사를 묻는 여론조사 취지의 투표를 진행했다. 투표권을 가진 당원 중 16.8%가 참여한 투표에서 '1인 1표제' 관련 안건에는 86.8%가 찬성했다. 이에 정 대표는 "90%에 가까운 당원의 뜻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 의원은 '낮은 투표율'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당원) 여론조사에 참여한 당원이 전체 권리당원 164만여명 중 27만6589명(16.81%)에 그쳤다"며 "86.81%라는 압도적 찬성률을 내세운다 해도, 16.8%에 불과한 24만여명이 찬성한 결과를 두고 '압도적 찬성'이라며 개정안을 밀어붙이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또 "만약 중요한 투표였다면 당헌·당규상 정족수인 권리당원 100분의 30에 미달해 투표가 불성립했을 것"이라며 "이번 당헌·당규 개정을 신속히 처리하자는 입장을 가진 분들이 당원 주권주의의 참 의미를 다시 한 번 숙고하고, 이번 사안을 전향적으로 재검토하시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민주당은 24일 당무위, 28일 중앙위를 각각 열어 당헌·당규 개정안을 의결할 계획이다.
다만 당헌·당규 개정 시 영남 등 취약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더 많이 의존하는 대의원 제도가 사실상 무력화된다는 관측이 나온다. 절대적으로 당원 규모가 큰 호남 지역과 특정 성향 지지층의 의사가 당에서 과대 대표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와 함께 정 대표가 당헌·당규 개정을 추진하는 것은 내년 8월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연임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각에서 제기된다. 정 대표는 지난 전대에서 조직표인 대의원 투표에서는 밀렸지만, 당원 투표에서 크게 앞서면서 압승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