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27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했다.
고환율이 지속되고 있는데다 수도권 집값 상승세와 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이는지 좀 더 확인이 필요하기 때문에 동결을 결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음달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정책금리(기준금리)를 낮출지도 지켜봐야하는 상황이다.
앞서 금통위는 지난해 10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낮추면서 통화정책의 키를 완화 쪽으로 돌렸고, 한 달 뒤인 11월에는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연속 인하를 단행했다.
금통위는 올해 상반기에도 2월과 5월 두 차례 인하로 완화 기조를 이어갔다. 미국 관세 영향 등에 올해 경제성장률이 0%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자 통화정책의 초점을 경기 부양에 맞춘 결과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 환율과 부동산 시장이 불안해지자 인하를 멈추고 네 차례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금통위는 금리 인하가 환율과 집값 상승을 부채질할 가능성을 고려해 이같은 판단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은은 이날 수정 경제 전망에서 올해와 내년 성장률 예상치를 기존 0.9%와 1.6%에서 1.0%로 1.8%로 각각 상향 조정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고환율과 부동산 시장 불안, 경기 회복 전망 등을 근거로 한은의 금리 인하 주기가 종료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이날 금통위의 통화정책방향 회의 의결문 표현에도 비슷한 맥락의 변화가 보인다.
금통위는 향후 통화정책 방향을 두고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되, 대내외 정책 여건의 변화와 이에 따른 성장·물가 흐름, 금융안정 상황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기준금리의 추가 인하 여부·시기를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금통위는 지난해 10월 기준금리 인하와 함께 통화 완화 정책을 시작한 뒤 지난달까지 의결문에 '금리인하 기조를 이어 나가되 대내외 정책 여건 변화와 물가 흐름, 금융안정 상황 등을 점검하면서 추가 인하 시기와 속도를 결정하겠다'고 표현했다.
그러나 이날 의결문에는 '인하 기조'가 '가능성'으로, 추가 인하 '시기'가 '여부'로 바뀌었다.앞으로 전개될 경제와 금융 상황에 따라 인하 기조를 종료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반면 내년에 추가 인하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조영무 NH금융연구소장은 "내년 성장률 상승이 대부분 기저효과 때문인데, 하반기로 갈수록 기저효과가 약해지면 경기 우려가 커지고 한은이 금리 인하를 고려할 가능성이 커진다"며 "내년 4월 한은 총재 교체 이후 하반기까지 1~2회 인하 기조가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