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윤창원 기자계엄의 강은 넓고 깊었다. 12·3 불법 비상계엄 직후 국민의힘이 마주한 2025년은 엄혹했다.
헌법재판소는 만장일치로 윤석열 전 대통령을 파면했고, 탄핵 찬반으로 쪼개진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에 정권을 내줬다.
제1야당의 지리멸렬함은 계속됐다. 강성 반탄(탄핵 반대)파인 장동혁 대표가 당권을 쥔 것도 당이 '윤 어게인'(Yoon Again)을 벗어나지 못한 방증이라는 평가다.
장 대표는 최근 '24시간 필리버스터'에서도 계엄은 내란이 아니었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같은
국민의힘의 명운은 올해 지방선거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동훈 전 대표가 얽힌 '당원게시판 사태' 감사로 내홍이 격화 중인 가운데 지도부의 쇄신책에 관심이 쏠리는 배경이다. 지난해 내내 '당심(黨心) 일변도'였던 당 궤적을 고려하면 방향타 전환이 녹록치 않을 거란 전망도 나온다.
곧 쇄신안 내는 張…변침 가능성에 '주목'
1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장 대표는 이달 초 인재 영입을 포함한 당 쇄신 비전을 발표할 예정이다. 연말 호남행에 이어, 2일 이명박 전 대통령을 예방하는 것도 이같은 구상의 연장선상으로 풀이된다.
장 대표는 새해를 앞두고 수차례 노선 변화를 시사했다. '집토끼'만으로는 6·3 지방선거 승산이 희박한 현실을 인식한 결과로 보인다. 이번 지방선거는 장동혁 지도부의 재신임 여부를 결정할 시험대로 평가된다.
장 대표는 전날 종무식에서 이번 선거에 대해
"국민의힘의 승패가 걸린 선거가 아니라 어쩌면 대한민국이 생긴 이래 가장 중요한 선거가 될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당직자들을 향해선 "선거 때까지 더 힘차게 뛰어주셨으면 좋겠다. 여러분보다 더 먼저, 더 늦게까지 뛰겠다"며 필승 의지를 불태웠다.
다만,
계엄으로 초래된 조기 대선을 치르면서도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주저한 국민의힘이 획기적인 '유턴'을 하긴 힘들 거라는 회의적 시각도 존재한다.
가령 지난해 '윤석열 출당'은 당의 변화 의지를 보여줄 상징적 조치로 꼽혔다. 하지만 지도부가 미적거리는 사이 윤 전 대통령은 유유히 옥중정치를 이어가다가 제 발로 탈당했다.
대선에 지고 선출된 장동혁 지도부도 다르지 않았다. 장 대표 공약이었던 윤 전 대통령 접견은 취임 후 그대로 이행됐다.
당초 정치권에선 장 대표 리더십이 안정되면, 중도층을 겨눈 변침에 나설 거란 전망도 나왔었다. 그런데 아직은 기미가 없다. 지난해 11월 장외집회에서 '부정선거론자'인 황교안 전 총리를 두고
"우리가 황교안"이라고 하거나, 불법계엄 1년을 맞이한 날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밝힌 기조가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지방선거 밑그림을 그린 당 지방선거총괄기획단의 '당심 70%' 경선룰 권고도 비슷한 맥락이다. 기획단을 이끈 나경원 의원은 "당은 당원들의 뜻을 우선으로 대변해야 한다"며 '당심이 곧 민심'이란 입장을 강조했다.
'당원게시판 감사' 강행에…'당성 강화' 유지 우려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지난달 3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인근 쪽문에서 12·3 비상계엄 1년을 맞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논란의 '당원게시판 사태' 당무감사를 강행한 것도 선거 대비 쇄신을 가로막는 요소로 지목된다.
'당게 감사'는 윤 전 대통령 면회와 마찬가지로 장 대표의 주요 공약이었다.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한동훈 전 대표 가족들이 지난 2024년 9~11월 국민의힘 당원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를 비방하는 글을 대거 올렸다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됐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는 당시 당대표였던 한 전 대표의 '관리 책임'이 있음을 확인했다고 덧붙이면서, '드루킹 사건'보다 심각한 여론조작 행위라고 못 박았다. 별도의 징계 권고는 없었다. 다만,
'해당행위 엄단'을 내세웠던 장 대표가 '한동훈 망신 주기'를 통해 소기의 목적은 이미 달성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당분간 '당성 강화' 일로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되는 이유다. 한 전 대표는 가족이 논란의 게시글을 올린 사실을 일부 시인하면서도 조작된 발표 내용도 있다며 강력 대응을 예고한 상태다.
친한(親한동훈)계는 "장 대표의 공작정치"(김종혁 전 최고위원), "엉터리 감사"(박정하 의원)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국민 눈높이 맞는 혁신 없으면 선거도 물 건너갈 것"
국민의힘 이성권 의원을 비롯한 초·재선 의원들이 지난해 12월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비상계엄 1년 성찰과 반성 기자회견에서 갖고 있다. 윤창원 기자당내에서
'이대로는 안 된다'는 문제 제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실패로 끝났지만, 작년에는 당 차원의 혁신위원회가 있었다. 윤희숙 전 혁신위원장은 나경원·윤상현·장동혁·송언석 의원을 쇄신대상으로 특정했는데, 당사자들의 반발로 잡음만 키운 채 좌초됐다.
최근엔 '계엄 사과문'을 낸 소장파가 조직화에 나서고 있다. 권영진·이성권·조은희·김용태·김재섭 등 25명의 의원들은 지난달 3일
"비상계엄을 위헌·위법한 것으로 판결한 헌재의 결정을 존중하고, 윤 전 대통령을 비롯한 계엄 주도 세력과 정치적으로 단절할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고 했다.
모임명을 '대안과 미래'로 정한 이들은 정기적으로 모여 혁신안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이들은
다른 현안이 묻힌다는 점에서 '당원게시판 감사'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편이다.
이달 내로 지도부의 전향적 '액션 플랜'이 나오지 않으면, 수도권 출마자 등을 중심으로 지도부 압박이 거세질 거란 전망도 나온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단은 장 대표 발표를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대선 이후 혁신의 적기를 이미 놓쳤다. 국민 눈높이에 맞는 내용이 없다면 지방선거도 물 건너간 얘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