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 윤창원 기자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에서 인정되지 않았던 윤 전 대통령의 12·3 계엄 준비와 관련한 '군이 나서야 되지 않느냐' 발언을 두고, 해당 진술을 했던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이 법정에서 이를 재차 확인하는 증언을 내놨다. 신 실장은 "군이 나서야 되지 않겠느냐는 대통령의 말이 있었던 취지로 기억한다"며 "군이 정치에 개입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겠다고 느꼈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류경진 부장판사)는 23일 직무유기,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의 2차 공판을 열고 신 전 실장을 증인으로 불러 신문했다.
신 전 실장은 윤 전 대통령이 가진 2024년 3월말 서울 종로구 삼청동 안가 만찬 자리와 관련 "그동안 정부의 여러 성과, 특히 외교·안보 분야의 성과를 쭉 말했다. 그러다가 현재 정치 상황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며 "말미에 비상 조치 관련 언급이 있었고, 제가 반대 말씀을 드린 뒤 식사가 끝났다"고 증언했다.
재판부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군이 나서야 되지 않느냐'는 취지의 발언이 있었는지를 묻자, 신 전 실장은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국정 난맥을 해결하기 어렵다고 말했고, 거기에 군이 나서야 되지 않겠느냐는 대통령의 말이 있었던 취지로 기억한다"고 확인했다.
그는 "그것이 대통령의 명확한 말이었는지, 제가 그렇게 느낀 것인지 지금 시점에서 구분하라고 하면 자신은 없다"면서도 "대통령이 말한 표정과 맥락을 봤을 때 군이 정치에 개입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겠구나 하고 느낀 것은 맞다"고 밝혔다.
조 전 원장 측이 반대신문에서 신 전 실장의 해석이 과장된 것 아니냐고 지적하자, 신 전 실장은 "군이 만일 역할을 암시 받았으면 다른 분들은 직접 (군)관여자가 아니지만 저는 관여자"라고 답했다. 삼청동 안가 회동 당시 국방부장관이었던 신 전 실장은 회동 이후 김용현 전 경호처장과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을 자신의 공관에 불러 이들에게 윤 전 대통령이 비상조치와 관련해 군을 염두에 두지 않도록 전달해달라고 말한 것으로 진술했다.
신 전 실장은 또 "군인들은 여 전 사령관도 그랬겠지만, 군이 정치에 개입한 이후 오랫동안 트라우마가 있어 일반인이 느끼는 것보다 훨씬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통상적"이라며 "대통령의 이런 말들이 밖으로 나가거나 장병들 귀에 꽂히면 심각하다고 생각해 반대 의견을 드렸다"고 말했다.
반대신문 과정에서 조 전 원장 측이 신 전 실장의 '윤 전 대통령이 군이 나서야 되지 않느냐고 했다'는 발언을 반박하기 위해 "증인이 당시 수사기관에게 약점이 잡혀 있거나 과장되게 진술하는 것이 아니냐"고 묻자 신 전 실장이 "재판장님 (변호인 측이) 모욕적인 유도신문을 하고 있다"고 항의하는 모습이 펼쳐지기도 했다.
한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등 1심 선고에서, 2024년 3월 삼청동 안가 모임에서 윤 전 대통령이 '군이 나서야 되지 않느냐'고 말한 사실은 신 전 실장의 진술뿐이고, 같은 해 4월 경호처장 공관 모임 등에서도 군 사령관들이 비상계엄의 현실성에 대해 논의했다는 사실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또 12·3 비상계엄 결심 시점을 계엄 선포 이틀 전인 2024년 12월 1일로 꼽았다. 재판부는 더불어민주당이 다수를 점한 국회가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을 사실상 무력화하고 있다는 인식에 집착하게 된 윤 전 대통령이 12월 1일 무렵 "더는 참을 수 없다. 무력을 동원해서라도 국회를 제압해야겠다"고 결심해 이틀 뒤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이 이 사건의 실체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