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송언석 원내대표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연합뉴스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100일도 채 남지 않은 지방선거를 사실상 '윤 어게인' 노선으로 치르겠다고 천명하면서 당내 중진들의 '책임론'이 제기된다. 12·3 비상계엄이 '내란'임을 공식 확인한 법원의 1심 판결에도 당대표가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감싸는 상황에서, 당의 중심을 잡아야 할
다선(多選) 의원들이 왜 이같은 퇴행을 수수방관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최근 당내에선 장 대표가 자신의 정치생명이 달렸다고 한 서울·부산은 물론, 대구·경북(TK)에서 조차 깃발을 꽂기 녹록지 않을 거란 전망이 무성하다. "'TK 빼고 전멸'이라는 시나리오도 불가능하지 않다"(당 관계자)는 얘기다. 텃밭인 대구 등만 예비후보 문전성시를 이루는 중이다.
현재 국회에서 107석을 가진 국민의힘 의원 중 4선 이상 중진은 19명. 전체 대비 약 18%로, 적지 않은 비중이다. 그러나, 이 가운데
장동혁 대표가 지난 20일 윤 전 대통령 1심 선고 관련 '계엄은 곧 내란이 아니다'란 내란 옹호성 입장을 밝힌 데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낸 사람은 6선의 조경태·주호영 의원 정도다.
대표적인 찬탄(탄핵 찬성)파로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장 대표와 겨뤘던 조 의원은 21일 페이스북에 "보수를 말아먹은 내란수괴 윤석열, 그 끈을 끊지 못하고 당을 벼랑 끝으로 몰아가는 장동혁"이라고 썼다. 또 "지금이야말로 국민의힘을 진정한 보수의 보루로 생각하고 지지해 왔던 모든 사람들이 떨쳐 일어서야 할 때"라며 "장동혁은 더 이상 정통보수 국민의힘을 망치지 말고 당을 떠나라"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조 의원은 23일 의원총회에서도
'국민의힘 의원들이 내란수괴범인 윤석열의 순장조인가'라고 반문하며 '절윤(絶尹)'을 거부한 장 대표를 질타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부의장인 주 의원 또한 "거의 '절연'이라는 말을 쓸 정도로 과거와 결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면서 계엄에 대한 통렬한 반성을 촉구한 바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배현진 의원. 연합뉴스
반면, 여타 중진들은 공개 언급을 삼가는 중이다. 이들 전부가 '절윤을 앞세워 당을 갈라치기하는 세력과 단호하게 절연하자'는 장 대표의 입장에 동의해서는 물론 아니다.
다선 의원들의 단체대화방 또한 지도부를 향한 비토 정서가 상당하다고 한다. 2·20 회견에 대해선 사실상 선거를 포기한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단다. 앞서 '원조 친윤' 윤한홍 의원이 작년 말 장 대표 면전에서 '계엄 사과'를 요구한 취지에도 다수가 공감했다는 전언이다.
그럼에도 이같은 기류가 중진 연석회의 또는 성명 등의 집단적 움직임으로 이어지진 않고 있다. 한 중진 의원은 "다들 이 상태로 지선을 치르면 참패라는 문제의식은 비슷하다"면서도
"쇠귀에 경 읽기니 반쯤 체념한 이들도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번 의총에서 장 대표를 겨냥, 직접적으로 쓴소리를 한 중진도 조 의원이 거의 유일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재선의 권영진·이성권 의원 등이 지도부의 '윤 어게인' 노선을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대로 오히려 일부 중진은 입장 표명을 자제하거나 지도부를 두둔하는 메시지를 내며 온도 차를 드러냈다. 윤상현 의원은 "전쟁 중에 장수를 바꿀 수 없다"고 했고, 나경원 의원은 "'절윤' 논란도 어떻게 보면 민주당의 프레임"이라며 지도부 엄호에 힘을 실었다.
당에서 잔뼈가 굵은 다선 의원들이 이처럼 몸을 사리는 이유는 뭘까.
총선이 2년이나 남은 데다, 장동혁 지도부를 대체할 대안이 딱히 없다는 현실적 문제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현 체제가 마뜩치는 않지만, 그렇다고 장 대표와 그를 지탱하는 강성 지지층과 대놓고 대립각을 세우기엔 실익이 크게 없다는 얘기다.
일각에선 중진들의 이러한 태도가
장 대표의 '보신주의'와 매한가지란 비판도 나온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이 이 지경이 되는 데 장 대표 이상으로 책임이 큰 이들은 해야 할 말을 안 하고 있는 중진들"이라며 "자리에 목을 매기 전에, 정치를 왜 하시는지부터 돌아봐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