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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방탄보유국'의 자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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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4년만의 컴백을 대하는 '모국'의 자세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피어17에서 '스포티파이 X BTS : 스윔사이드' 행사를 기다리고 있는 미국 아미들. 연합뉴스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피어17에서 '스포티파이 X BTS : 스윔사이드' 행사를 기다리고 있는 미국 아미들. 연합뉴스
지난 23일(현지 시간) 오후 뉴욕 맨해튼 남쪽 이스트 리버. 잔뜩 찌푸린 날씨에도 야외 공연장 피어17(pier 17)을 찾은 1천명의 관객은 한껏 들떠 있었다. 그들은 아미, 즉 BTS(방탄소년단)의 팬들이었다. 글로벌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가 주최한 'BTS 스윔사이드(SWIMSIDE)' 행사에 초청된 '찐'아미들이었다.
 
마침내 BTS가 등장하자 비명에 가까운 환호가 터져 나왔다. 무려 4년 만의 재회였다. BTS는 사흘 전에 발매된 컴백 앨범 '아리랑'의 수록곡을 여전히 화려하고 아름다운 안무와 함께 열창했고 이미 가사를 다 외운 미국 아미들은 떼창으로 화답했다. 가수와 팬 모두 행복한 밤이었다.
 
묘한 위화감이 들었다. 이틀 전 모국인 대한민국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렸던 컴백 무대보다 방탄소년단은 편안해 보였다. 팬들과 대화하는 모습도 더 즐겁고 여유로워 보였다. 광화문 공연을 마친 뒤 곧바로 다음날 뉴욕행 비행기를 타고 15시간을 날아왔다. 그런데도 피로는 물론 시차 문제도 느껴지지 않았다. 병역 공백기를 끝내고 컴백하는 극도의 긴장과 엄청난 부담을 털어내서였다고 애써 생각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피어17에서 '스포티파이 X BTS : 스윔사이드'에서 공연하는 방탄소년단. 연합뉴스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피어17에서 '스포티파이 X BTS : 스윔사이드'에서 공연하는 방탄소년단. 연합뉴스
21일 밤 BTS 컴백 무대는 논란의 중심에 섰다. "K팝의 제왕이 돌아온다", "K팝에 새로운 부흥을 가져올 것", "수조원 가치의 BTS노믹스 재개" 등 한국 언론을 도배했던 기대감이 순식간에 '호들갑'으로 전락해 버렸다. 4만8천명이 모였다는 서울시 추산이 기사화되면서 비난과 조롱이 쏟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26만명 예상하더니 폭망했다", "공공재와 세금을 컴백에 사용해 시민 불편을 끼쳤다", "대박을 기대하고 마련해둔 김밥을 다 버렸다", "일생에 한 번인 결혼식인데 하객이 아무도 못왔다" 스물스물 기어나온 악담들을 일부 언론은 긴급 배송했다. 어린 학생들까지 "4만 명 밖에 안 왔대"를 주문처럼 떠들고 다녔다. 멤버 지민이 절대 듣고 싶지 않았던 "방탄 한물 갔다"라는 말이 세간에 돌기 시작했다. 정상에서 잠시 내려와 조국을 위해 병역 의무를 수행하고 돌아온 BTS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컴백 무대와 새 앨범, 경제적 파급 효과 등을 다룬 기사와 유튜브 방송 등에는 내용과는 상관없이 적대적이고 악의에 찬 댓글들이 일제히 달렸다. 시민 불편, 흥행 실패를 다룬 기사는 말할 것도 없다. 갑자기 온 세상이 방탄을 증오하는 안티로 가득 차 버린 듯했다. 언제나 조회수에 목마른 일부 언론은 신이 나서 날뛰었다. 이들에게 언론의 기본인 '사실 확인'은 실종된 지 아득하다.
 
정치 세력까지 가세했다. 그들에게 BTS는 항상 상대 진영을 공격하는 데 타격감이 최고인 거물 타깃이었다.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BTS는 야권이 된 진영으로부터 난타 당했다. BTS가 한 일이라고는 정부의 요청으로 국가 행사에 참여하거나 홍보를 한 것 뿐이었다. 특정 정당을 지지한 것도, 특정 색깔의 옷을 입고 투표장을 간 것도 아닌데 BTS는 양쪽 진영 모두에게 번갈아 욕을 먹었다. 한국에서 BTS는 동네북이었다.

2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BTS 컴백 라이브: 아리랑'(BTS THE COMEBACK LIVE | ARIRANG)이 열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2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BTS 컴백 라이브: 아리랑'(BTS THE COMEBACK LIVE | ARIRANG)이 열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그렇다면 BTS에 대한 직·간접적 비판에는 근거가 있을까? 하객이 못 와서 결혼식을 망쳤다는 신혼부부들은 어디에 있을까? 하객들은 불편은 있었지만 경찰 버스로 식장까지 갈 수 있었다. 허니문에서 돌아오면 하이브는 물론 정부와 서울시 모두에게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걸면 좋겠다. 가게 주인들은 황금 같은 토요일 장사를 모두 망쳤을까? 통제구역 내 일부 가게들을 제외하고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대박이 났다. 공연 당시 딸과 함께 찾았던 음식점 사장님은 손님이 너무 많이 오는 바람에 재료가 떨어져 1시간 빨리 마감한다며 미안해 했다. 그 옆 와플집도 재료 소진으로 일찌감치 문을 닫았다. 국내 4대 편의점은 하이브가 언론 플레이를 했는지, 매출 폭증으로 신바람 났다는 보도자료를 앞다퉈 냈다. 호텔 영업을 망쳤다던 포시즌스 호텔은 공연 관계자들이 통째로 예약을 했고, 공연을 못해 피해가 컸다던 세종문화회관 역시 하이브가 대관해 공연의 베이스캠프가 됐다.
 
공공재인 광화문 광장과 서울 광장 등을 무료로 사용했다는 지적도 있는데, 하이브는 광화문 광장 사용료를 서울시에 지급했다. 그러자 너무 싸게 빌려줬다는 비판이 나왔는데, 그동안 열렸던 각종 콘서트나 정치 집회, 체육행사 등은 어떻게 된 건가? 앞으로 민간이 주최하는 마라톤의 경우 도로 사용료를 내야 하는 걸까? 그건 시민을 위한 행사라고 한다면 공연을 보러 간 팬들은 시민이 아닌 걸까? 게다가 이번 공연은 무료였다. 넷플릭스가 단독 생중계해 유료로 시청해야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리는 있지만 넷플릭스 중계로 전 세계에 서울, 아니 대한민국의 심장 광화문이 전 세계에 홍보된 것은 왜 고려하지 않는가? 넷플릭스는 이번 공연을 위해 광고나 협찬 없이 막대한 자체 금액을 썼다.
 
애초에 서울시가 빌미를 준 4만 명은 국내 통신 3사 접속 수에 근거한 것이다. 40% 정도로 추산되는 현장의 외국인들은 졸지에 유령이 됐다. 경찰 추산 8만 명, 하이브 추산 10만 명은 철저하게 삭제되고, '4만 명'만 남았다. 하기야 26만 명이라는 예상치도 서울시와 정부가 내놓은 것이다.
 
한국에서 BTS 컴백을 매우 치고 있는 동안 세계는 난리가 났다. 세계 언론은 광화문 공연을 극찬했다. "한국 소프트파워의 핵심 동력인 BTS의 웅장한 귀환(뉴욕타임스)", "한국의 역사에서 현대 문화로 이어지는 상징적 여정(빌보드)", "광화문 공연만으로 1억7700만 달러(2561억 원)의 경제 효과 창출(블룸버그 통신)"
 
새 앨범 '아리랑'에도 세계 평단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완벽한 귀환을 증명하다(롤링 스톤)", "엘비스 프레슬리에 비견할 컴백(뉴욕타임스)", "한국에서 자생한 K팝의 궁극적 실현이자 민족적 자부심의 구현(NPR)".

BTS의 컴백 앨범 '아리랑'. 빅히트뮤직 제공BTS의 컴백 앨범 '아리랑'. 빅히트뮤직 제공 
이를 증명하듯 '아리랑'은 스포티파이, 애플뮤직 등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을 휩쓸고 있다. 한국 최초, 아시아 최초, 그룹 최초 등 기록 제조기의 활동도 다시 시작됐다. 수록곡 전곡을 글로벌 음원 차트 1위부터 한꺼번에 진입시키는 이른바 '줄 세우기'를 시전하고 있다.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 1위는 이미 예약했고, 싱글 차트 HOT100에서 일곱번째 1위도 가시권에 두고 있다. 심지어 국보 성덕대왕신종의 종소리만 담은 'NO.29'를 놓고는 사물 최초로 인간의 피처링없이 HOT100 차트에 진입할 수 있다는 농담 같은 예측도 나오고 있다. 성덕대왕신종의 종소리에 맞춰 춤을 추는 챌린지는 틱톡을 중심으로 번지고 있다.
 
한국의 일각은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럴까? 비판을 한다면 최소한의 사실 관계 확인은 해야 하지 않을까? BTS라는 글로벌 대중음악의 정점에 선 존재를 깎아내리는 게 국가와 사회의 공정과 정의, 도덕과 공익을 위해 무슨 도움이 될까? 실은 자신의 이득이나 이해 관계를 위해서, 또는 사회에 대한 분노, 박탈감, 열등감을 해소하려는 건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BTS 죽이기에 에너지를 헛되이 낭비하지 말고 그들의 노래를 들어볼 것을 권한다.
 
한국 아미들은 '방탄보유국'의 원조 아미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외국 아미들은 그런 한국 아미들을 'K-다이아몬드'라고 부르며 애정을 표시한다. 무명의 방탄소년단을 발견하고 지켜주고 키워줘서 고맙다는 뜻이다. 그런데 병역 공백기를 지나 시간이 갈수록 한국에 대한 실망감이 커지고 있다. 자국의 위상을 전 세계에 빛내고 있는 보석들을 왜 홀대하고 비난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는 반응이다. 한국은 더 이상 '방탄보유국'의 자격이 없다고도 한다. 우리는 그들의 격한 발언에 제대로 반박할 수 있을까? 너무나도 질문이 많아지는 요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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