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 인근 지도. AI 생성 이미지호르무즈 해협 봉쇄 사태가 한 달째 이어지면서 현지에 고립된 선원이 처음으로 배에서 내리는 등 불안과 피로감이 높아지고 있다. 하선을 고민하는 선원도 늘고 있어 송환 계획 등 최악의 상황을 고려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7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현재 호르무즈 해협 쪽 바다에 고립된 우리 선원은 178명으로 집계됐다. 이틀 전 선원 한 명이 하선을 요구해 자진해서 배에서 내린 뒤 추가 하선 요구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선박을 운항하는 정식 선원이 자진해서 배에서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선한 선원을 대체할 인력은 아직 투입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2일에는 국립한국해양대학교 소속 실습생 2명이 하선한 바 있다. 앞선 19일에도 우리 선원 2명이 배에서 내렸지만, 기존 교대 계획에 따른 정상 하선으로 파악됐다.
전쟁 발발 이후 처음으로 정식 선원이 내리면서 현지에서는 하선 고려하는 기류가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현지에서 추가로 내린 선원은 없지만, 하선 여부를 고민하는 선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라며 "정확한 숫자를 알리긴 어렵지만 선박 운항 등에 차질이 생길 정도로 동요하는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설명은 위험지역 내 고립이 길어지면서 선원들이 육체적, 정신적 어려움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중동 주요 국가가 참전 호르무즈 해협 안쪽 등으로 전선이 확대하며 선원 안전에 직접적인 위협이 생길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선박이 보유한 필수품도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해, 절반이 넘는 배가 현지에서 식량을 공급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외항선이 보유한 식량 등 필수품은 한 달 치 안팎이다. 현지에서 선상 필수품 조달 수요가 증가하면서 구매 비용 역시 많게는 수십 배가 폭등한 것으로 전해졌다.
개전 초기 아랍에미리트 제벨알리항 인근에서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선원노련 제공
업계에서는 선원들이 "버틸 만큼 버텼다"는 반응과 함께 최소한의 선박과 화물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필수 인력을 제외하고는 모두 하선하는 등 최악의 상황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현지 선박이 화물을 싣고 있고, 특히 액화 연료 등 관리 인력이 필요한 화물도 있다"며 "선원들은 자신이 배에서 내리면 누군가 그 자리를 대신해야 하는 것을 알기 때문에, 위험을 감수하면서 버틸 때까지 버티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최악의 상황에는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 인력만 남기고 귀국하는 등의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며 "선사가 경영적인 측면을 고려해 판단하겠지만, 정부도 여기에 대비해 협조하고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해수부 관계자는 "24시간 비상대응체제를 계속 가동하며 현지 선박과 선원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안전 확보를 위해 외교부 등 관계기관과도 계속 협력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