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공사 선수들이 5일 GS칼텍스와 챔프전 3차전에서 패배가 확정되자 코트를 빠져나오고 있다. KOVO 누구도 예상치 못한 우승이었다. 프로배구 여자부 정규 리그 1위의 프리미엄을 안았던 한국도로공사가 우승을 스스로 걷어찬 모양새였다.
도로공사는 5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진에어 2025-2026 V리그' GS칼텍스와 챔피언 결정 3차전에서 세트 스코어 1-3으로 졌다. 5전 3승제 챔프전을 3연패로 씁쓸하게 마무리하게 됐다.
챔프전에 앞서 전반적인 예상은 도로공사의 우위가 대부분이었다. 정규 리그 전적도 GS칼텍스에 5승 1패, 압도적 우위였다.
또 도로공사는 정규 리그 1위로 챔프전에 직행해 2주나 체력을 비축한 터였다. 반면 GS칼텍스는 2위 현대건설과 플레이오프(PO) 2경기, 4위 흥국생명과 준PO 단판 승부까지 3경기를 더 치른 상황이었다.
하지만 지난달 26일 배구계를 발칵 뒤집은 상황이 발생했다. 도로공사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김종민 감독과 함께 한 지난 10년의 여정을 마무리한다"고 재계약 불가 방침을 밝혔다. 계약 기간이 3월 31일까지였는데 김 감독은 챔프전까지만 팀을 이끌겠다고 구단에 요청했지만 무산됐다.
구단은 김 감독이 A코치 폭행 혐의로 약식 기소됐다는 이유를 댔지만 설득력이 없었다. 폭행 혐의 자체가 경미한 정도라 약식으로 기소가 진행된 데다 법원 판결도 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모기업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지난달 20일 서울 강남구 호텔 리베라에서 열린 '진에어 2025-2026 V-리그 포스트 시즌 미디어 데이'에서 한국도로공사 김종민 감독(왼쪽)과 배유나가 각오를 밝히는 모습. 연합뉴스 특히 중요한 일전을 앞두고 컨트롤 타워가 사라진 황당한 경우였다. 김영래 수석 코치가 부랴부랴 감독 대행을 맡았지만 이미 선수단은 흔들렸고, 코치진의 경험과 전술 부족이 염려됐다. 지난 1일 경북 김천체육관에서 열린 1차전에 앞서 김 대행은 "첫날 (김 감독 관련) 기사가 나가고 나서는 선수들이 많이 힘들어 했다"면서 "코치들이 잠도 못 자고, 먹지도 못하고 있는데 나도 6kg이나 빠졌다"고 털어놨을 정도였다.
싸움도 하기 전에 이미 기세에서 밀렸다. 도로공사는 올 시즌 안방에서 GS칼텍스를 3번 모두 이겼지만 1차전을 1-3으로 허무하게 내줬다. 승부처에서 이렇다 할 전술이 없는 상황이었다. 2차전에서 도로공사는 풀 세트로 경기를 끌고 갔지만 역시 고비를 넘지 못했다.
적지에서 치른 3차전은 그야말로 분위기 넘어간 뒤였다. 도로공사는 2세트를 따냈지만 나머지는 완전히 밀렸다. 이날 팀 공격 성공률은 31.85%로 GS칼텍스의 47.01%에 크게 밀렸다.
도로공사 김영래 감독 대행이 5일 챔프전 3차전에서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KOVO 경기 후 김 대행은 "미팅에서 말을 하려 했는데 선수들 눈물을 보니 나도 눈물을 흘렸다"면서 "미안하다고만 했다"고 전했다. 이어 "선수들은 열심히 해줬는데 내가 많이 부족했다"면서 "이걸 막으니 저게 뚫리고, 상대도 너무 잘 했고, 기세에서 흐름이 넘어올 것 같은데 연결과 기본적인 게 안 되다 보니 점수를 쉽게 줘서 뼈아팠다"고 짚었다.
만약 10년 동안 2회 우승을 이끈 김종민 감독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이 질문에 김 대행은 "10년 동안 감독님을 모셨고, 선수 생활도 같이 했고, 나중에는 선수와 코치로도 있었다"면서 "하지만 민감한 사안이라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향후 김 대행은 당분간 팀을 이끈다. 김 대행은 "5월에 다른 팀과 평가전도 있고, 웨이트 등 훈련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어 "세터의 운영에 대한 부분을 보완해야 할 것"이라면서 "너무 보이는 플레이를 하다 보니 공격수도, 세터도 힘들었다"는 세터 출신다운 답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