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26일 이틀 동안 일본 요코하마 닛산 스타디움에서 세 번째 단독 공연을 연 그룹 동방신기. 동방신기 일본 공식 트위터"닛산 스타디움에 서 보니 역시 그 규모에 압도당하는 것 같았어요." (유노윤호)"닛산이라는 큰 공연장에 다시 설 수 있을까 생각하기도 했었죠." (최강창민)'하루만 네 방의 침대가 되고 싶어'라는 달콤한 세레나데 '허그'(Hug)로 데뷔 때부터 엄청난 인기를 끈 그룹 동방신기(TVXQ!)는 2005년 4월 첫 싱글 '스테이 위드 미 투나잇'(Stay With Me Tonight)을 통해 일본에 정식 데뷔했다. 이들은 음악도, 공연도 '계단식 성장'을 해 나갔다.
두 번째 싱글 '섬바디 투 러브'(Somebody To Love)와 3번째 싱글 '마이 데스티니'(My Destiny)가 오리콘 싱글 차트 7, 9위에 각각 오르며 주목받았던 동방신기는 일본 진출 1년 만인 2006년 삿포로·오사카·요코하마·후쿠오카·나고야·니가타·도쿄 등 전국 7개 도시에서 첫 라이브 투어를 열었다. 2007년에는 부도칸(무도관)을 마지막으로 총 9개 도시에서 5만 5천 관객을 모으는 투어를 성황리에 마쳤다.
2008년 열린 세 번째 라이브 투어 '티'(T)는 당초 11회 공연으로 기획됐으나, 현지 팬들의 열렬한 요청으로 6회 연장돼 8개 도시 17회 규모로 치러졌고 15만 관객을 동원했다. 일본에서 회당 1만 명 수준의 관객을 동원하는 '아레나'(체육관) 투어가 가능해진 아티스트가 됐다는 의미였다.
동방신기는 지난 2013년 닛산 스타디움에서 처음으로 단독 콘서트를 열었다. 닛산 스타디움은 7만 5천 명 이상의 인원을 수용하는 초대형 스타디움으로, 당시 동방신기는 한국 가수는 물론 해외 아티스트 최초로 닛산 스타디움에 입성했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네 번째 일본 라이브 투어의 마지막 공연은 많은 가수에게 '꿈의 무대'로 불리는 도쿄돔에서 진행됐다. 일본 데뷔 때 도쿄돔 단독 콘서트를 열고 싶다고 했던 동방신기는 4년 만에 꿈을 현실로 만들었다. 5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도쿄돔에서 이틀 동안 10만 관객과 호흡했다.
영웅재중·믹키유천·시아준수가 SM엔터테인먼트와의 전속계약을 문제 삼아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을 냈고, 법원이 이를 일부 인용해 독자 활동이 가능해짐에 따라 세 사람은 제이와이제이(JYJ)로 독자 활동에 나섰다. 동방신기는 유노윤호·최강창민 2인 체제로 재편돼 2011년 '왜'(Keep Your Head Down)로 활동을 재개했다.
'와이?'(Why?)(Keep Your Head Down)라는 제목으로 발매된 일본어 곡도 큰 사랑을 받았고, 동방신기는 본격적으로 투어 규모를 키워나갔다. 원래 20회로 계획했던 2012년 '톤'(TONE) 투어는 팬들의 요청이 쇄도함에 따라 도쿄돔과 오사카 교세라돔 등 대규모 돔 공연을 각 3회 추가해 26회로 늘었으며, 최종 55만 관객을 모았다.
2013년에는 한국 가수로는 처음으로 일본 5대 돔(도쿄돔·오사카 교세라돔·후쿠오카 야후재팬돔·삿포로돔·나고야돔) 투어를 돌았고, 같은 해 8월 닛산 스타디움에 입성해 이틀 동안 14만 4천 관객을 만났다. 7만 5천 명 이상의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닛산 스타디움 단독 공연을 한 최초의 한국 가수가 바로 동방신기였다.
동방신기는 지난 25~26일 이틀 동안 일본 요코하마 닛산 스타디움에서 일본 데뷔 20주년 기념 단독 콘서트의 피날레 공연 '레드 오션'을 열었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5년 후인 2018년에는 일본 공연 사상 처음으로 닛산 스타디움 3일 공연을 성황리에 치러 22만 관객과 함께했고, 8년 만인 올해 4월 25~26일 같은 장소에서 일본 데뷔 20주년 기념 공연의 대미를 장식할 '레드 오션'(RED OCEAN)을 열어 13만 관객을 동원했다. 동방신기는 3시간 30분 동안 총 31곡 전 곡을 모두 일본어로 소화했으며, 유창한 일본어로 공연을 이끌었다.
데뷔 23주년을 맞은 동방신기는 올해 해외 아티스트 사상 '최초·최다' 닛산 스타디움 공연 기록을 보유하게 됐다. 단독 콘서트 개최는 3번째고, 공연 횟수는 7회(2013년 2회·2018년 3회·2026년 2회)다. 해외 아티스트 사상 도쿄돔 및 전국 돔 최다 공연 기록을 자체 경신한 지 1년 만의 일이다.
황선업 음악평론가는 "닛산 스타디움은 일본에서도 상징성이 큰 초대형 공연장으로, 정상급 일본 아티스트에게도 쉽게 허락되지 않는 이른바 '꿈의 무대'로 꼽힌다. 해외 아티스트인 동방신기가 이곳에서 세 번째 단독 공연을 개최하며 최초·최다 기록을 이어갔다는 것은 단순한 팬덤 규모를 넘어 일본 시장 안에서 축적해 온 장기적 신뢰와 누적 동원력을 입증하는 사례"라고 분석했다.
엔터 관계자 A씨도 "K팝 역사상 가장 돋보이는 롱런의 훌륭한 선례"라며 "초대형 스타디움을 가득 채우는 폭발적인 관객 동원력과 팬덤의 결속력은, 급변하며 글로벌해지는 K팝 엔터테인먼트 시장 속에서도 동방신기의 클래스가 영원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가장 확실한 증명이다. 아이돌이 더 이상 수명이 짧지 않다는 것도 증명했다"라고 진단했다.
동방신기는 3시간 30분 동안 세트 리스트 31곡 전 곡을 일본어 곡으로 소화했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연예 기획사 관계자 B씨는 "단순한 인기 K팝 아티스트를 넘어 현지 음악 시장에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했다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더욱이 데뷔 20년을 넘어선 만큼 현지에서 오래도록 사랑받는 K팝 아티스트의 좋은 사례로 남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성상민 문화평론가는 "닛산 스타디움은 어지간한 인기 가수도 쉽게 공연을 시도하지 않는 초대형 무대다. 이런 곳에서 3차례나 단독 콘서트를 연 것은 멤버 이탈 등 여러 부침 속에서도 한국은 물론 일본 활동 20년 차를 넘긴 동방신기 위치가 일본 대중음악계에서 여전히 굳건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라고 전했다.
연예 기획사 관계자 C씨는 "닛산 스타디움에서 '최초'와 '최다'라는 기록을 동시에 갖고 있다는 것은 동방신기가 일본 음악 시장에서 얼마나 유일무이한 존재인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동방신기는 K팝의 일본 진출이 확장되던 시기를 이끌었고, 이후 수많은 무대 경험과 노하우를 쌓으며 자신들만의 영역을 견고하게 다져왔다"라고 밝혔다.
이어 "K팝이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는 지금 여전히 흔들림 없는 존재감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번 기록은 단순한 관객 동원이나 공연 횟수를 넘어 동방신기가 현재진행형 레전드임을 다시 한번 증명한 결과"라며 "K팝의 한 시대를 열었던 팀이 지금도 닛산 스타디움이라는 상징적인 무대 위에서 새 기록을 써 내려가고 있다는 점에서, 팬들에게도 업계에도 오래도록 벅찬 장면으로 남을 것 같다"라고 전했다.
동방신기는 2018년 닛산 스타디움 공연을 총 사흘 개최해 22만 명을 동원했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
바닥부터 다진 현지화 전략의 의미를 짚는 반응도 있었다. 엔터 관계자 D씨는 동방신기를 "현지 앨범 발매와 방송 출연, 공연 등 체계적인 현지화 전략을 바탕으로 일본 활동을 이어오며, 잠시 들르는 가수가 아니라 현지 팬들과 같은 언어로 소통해 온 아티스트"라고 표현했다.
D씨는 "이 과정에서 K팝이 일본에서 하나의 주류 장르로 자리 잡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고, 동방신기 이후 닛산 스타디움, 도쿄돔 등 상징적인 공간에서 공연을 여는 K팝 아티스트도 늘어났다. 이번에 동방신기가 세운 기록은 단순히 한 팀의 성과를 넘어, 후배 K팝 아티스트들이 현지에서 팬들과 어떻게 호흡하고 팬덤을 확장·유지해 나가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이정표이자 기준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부연했다.
성 평론가는 "동방신기와 보아는 2000년대부터 서서히 주류가 되던 아이돌 팝과 해외(주로 일본) 진출을 통한 수익 증대를 꾀한 한국 대중음악 산업 전략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라며 "특히 동방신기는 신인과도 다를 바 없는 상황에서 인지도를 높이고자 애쓰며 일본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뿌리를 내리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라고 짚었다.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는 "세 번째 닛산 스타디움 공연을 성공적으로 개최한 동방신기에게 진심 어린 축하를 전합니다. 해외 아티스트 최초∙최다 공연이라는 뜻깊은 기록을 완성한 K팝의 레전드, SM의 자랑 동방신기의 눈부신 여정에 SM이 앞으로도 변함없는 동반자로 함께하겠습니다"라고 지난 26일 밝혔다. 동방신기 공식 트위터그러면서 "그 결과 동방신기는 보아와 더불어 '한국인 가수'라는 역사적·심정적 허들에도 불구하고 일본 음악 시장에 정착해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가 되는 데 성공했다. NHK '홍백가합전' 출연, 인기 만화 '원피스' 오프닝곡 참여 등은 동방신기가 일본 음악계의 일원으로 완연하게 인정받고 있음을 상징하는 장면"이라고 밝혔다.
황 평론가는 "K팝이 지금처럼 글로벌 주류로 자리 잡기 이전부터 일본에 진출해 현지 언어와 정서에 밀착한 로컬라이징 활동을 꾸준히 이어왔던 만큼, 동방신기는 국적의 경계를 넘어 일본 대중에게 친숙한 아티스트로 자연스럽게 자리매김한 셈"이라며 "여기에 그룹 본연의 꾸준함과 성실함, 그리고 한번 신뢰한 아티스트를 오래 지지하는 일본 대중 특유의 충성도 높은 팬 문화가 맞물리며 지금의 독보적인 기록이 가능해졌다"라고 말했다.
이어 "시간이 흐르며 아이돌에서 공연형 아티스트로 성격이 변화해 온 과정 또한 일본 팬들에게는 일회성 소비의 대상이 아닌 오랜 세월을 함께 걸어온 동반자의 서사로 받아들여졌고, 이는 안정적인 티켓 파워와 신뢰로 이어졌다. 결국 이번 기록은 K팝의 일시적 인기 차원을 넘어 한 팀이 2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일본 대중문화 안에 얼마나 깊게 뿌리내렸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 아닐까 싶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