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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멈추면 잘린다"…작업중지권 확대에도 건설현장은 '막막' ②'찍힐까' 못 멈춘다…재해율 15% 낮춘 '스마트 멈춤'의 비결 ③"산재 예방, 많게는 20억 편익…안전은 '비용' 아닌 '투자'" (계속) |
건설현장의 작업중지권 설문 결과, 302명의 건설노동자 중 60%가 하도급 구조의 압박과 해고 공포 때문에 기계를 멈추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면에는 "작업을 멈추면 곧 비용(손실)이 발생한다"는 기업의 낡은 인식과 비용 절감 논리가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렇다면 눈앞의 손실을 피하려다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기업과 사회가 치러야 할 실제 대가는 어느 정도일까. 이에 CBS노컷뉴스는 산업안전보건연구원 김명중 연구위원과 이메일을 통한 서면 인터뷰를 진행해 '작업중지'와 산재 예방이 지니는 진정한 경제적 가치를 물었다.
김 연구위원은 최근 발표한 '산업재해 예방의 경제적 편익 추정' 보고서를 통해 "산재 예방은 단순한 비용 지출이 아니라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투자"라는 사실을 수치로 제시한 바 있다.
그는 인터뷰에서 "산재사고 1건을 예방함으로써 얻는 사회적 순편익은 사례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많게는 20억 원 이상의 경제적 가치를 보존하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이는 기업이 작업중지를 망설이는 이유인 당장의 비용 손실보다, 사고 발생 시 잃게 되는 유무형의 대가가 훨씬 크고 치명적이라는 의미다. 여기에는 근로자의 생명뿐 아니라 삶의 질을 보존하는 가치도 포함된다.
사업주가 안전·보건 조치 위반으로 연간 3명 이상의 다수·반복적 사망사고를 낼 경우 최대 영업이익의 5%를 산재보험기금으로 환수하는 과징금 조항이 담긴 산업안전보건법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직·간접적인 대가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한 번의 위험한 작업을 멈춤으로써 사고 사망자 1명을 예방했다면 약 3.5억 원에 해당하는 (피해자 개인과 가족의) 사회적 삶의 질 가치를 보존했다고 해석하는 것이 가장 직관적이다"고 부연했다.
또 "예방적 성격의 작업중지로 인한 비용은 기업이 상대적으로 예측하고 관리하기 쉽다"며 "반면 실제 산재사고 발생 이후 기업이 받는 경제적 타격은 예측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작업중지가 수반되는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이는 기업에 더욱 예측하기 어려운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건설 현장. 연합뉴스특히 건설업의 경우 중대재해 발생 시 기업이 입는 타격은 타 업종을 압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연구위원은 "건설업 사망사고는 타 업종에 비해 부가가치 손실 규모가 매우 크며, 건설현장의 규모가 커질수록 손실도 확대되는 경향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그 원인으로는 "건설업 특유의 복잡한 하도급 구조와 공사 기간 중심의 계약 형태가 영향을 미친다"고 진단했다.
규모가 작은 사업장일수록 중대재해의 충격은 기업의 생존과 직결된다. 그는 "제조·서비스 부문의 소규모 사업장에서는 산재 발생이 부가가치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매우 크게 나타나며, 경제적 완충 능력이 부족할 경우 기업의 존립 자체를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영세 사업장을 위한 대책으로 "보다 많은 영세 사업장이 안전 투자를 포기하지 않도록 실질적인 기술 지도와 재정적 인센티브가 결합된 지원 정책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끝으로 그는 "산업재해 예방이 기업의 부가가치 생산성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을 화폐 가치로 제시함으로써, 안전이 비용이 아니라 투자임을 데이터로 입증하고자 했다"며 안전 투자가 기업의 이윤 추구와 상충하지 않는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CBS노컷뉴스와 서면인터뷰를 진행한 산업안전보건연구원 김명중 연구위원.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제공다음은 김 연구위원과의 일문일답 전문이다.
Q. 작업 중단 등 산재 예방으로 발생하는 일시적 손실과, 실제 사고 발생 시 기업이 치러야 하는 '부가가치 손실(생산성 저하)'의 규모를 비교하면 어느 쪽 리스크가 더 치명적이라고 보나?
A. 본 연구에서는 작업 중지에 따른 손실 비용을 직접 측정하지 않았습니다. 작업 중지로 발생하는 비용은 업종, 사업장 규모, 생산 품목의 부가가치 등에 따라 매우 다양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두 손실을 화폐 가치로 정량화해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기업 경영의 관점에서는 비용의 절대적 크기를 줄이는 것뿐 아니라, 예측 불가능성(리스크)을 낮추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예방적 성격의 작업중지(산안법 제51~52조)에 따른 비용은 기업이 상대적으로 예측하고 관리할 수 있는 반면, 실제 산재사고 발생 이후 기업이 받게 되는 경제적 타격은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작업중지(산안법 제54~55조)가 수반되는 중대재해의 경우 기업에 훨씬 더 큰 불확실한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Q. 건설업에서 사망 사고가 기업의 생산성(부가가치)에 큰 타격을 주는 주된 메커니즘은 무엇이라고 해석해야 할까?
A. 본 연구에서는 건설업 사망사고가 타 업종에 비해 부가가치 손실 규모가 매우 크게 나타났고, 건설현장의 규모가 커질수록 손실도 확대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이는 건설업의 복잡한 하도급 구조와 공사기간 중심의 계약 형태가 영향을 미친 결과로 해석됩니다.
여러 선행연구에서도 사망사고 발생에 따른 작업중지가 장비 임대료나 노무비 등 고정비 손실을 지속적으로 발생시키고, 준공 지연에 따른 지체상금, 하도급 업체의 연쇄적 비용 발생, 공사 입찰 자격 제한 등으로 이어지면서 타 업종보다 생산 중단 피해가 크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Q. "현장에서 작업중지권이 발동돼 사망사고 1건을 예방했다면 그 '멈춤'의 경제적 가치는 수십억 원에 달한다"고 표현할 수 있을까? 또 사회적 비용 절감 등 보이지 않는 편익까지 고려하면 그 가치는 더 크다고 볼 수 있을까?
A. 산재 예방의 경제적 가치는 근로자의 연령, 임금 수준, 사업장의 부가가치 창출 규모 등에 따라 상당한 차이를 보입니다.
본 연구에 따르면 제조업 40대 초반 남성 근로자의 사망을 예방했을 때 사회적 순편익은 약 16억 원 수준으로 추산되기도 하지만, 연령이나 성별, 업종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수십억 원"이라는 표현으로 단순화하기보다는, "멈춤을 통한 산재 예방은 노동자의 기대소득 보호와 기업의 생산성 유지 측면에서 상당히 높은 가치를 지닌다"고 표현하는 것이 연구 취지에 더 부합한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본 연구의 사회적 순편익은 측정 가능한 직·간접 편익을 폭넓게 포함하고 있어, 별도의 '보이지 않는 편익'을 추가로 구분해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Q. 경제적 여력이 부족한 중소규모 사업장에서 작업중지가 정착되기 위해 가장 시급한 제도적 보완(예: 멈춤에 대한 손실 보전 등)은 무엇이라고 보나?
A. 중소규모 사업장에서 작업중지가 활성화되지 못하는 주요 원인으로는 '급박한 위험'에 대한 경직된 해석, 위험 상황에 대한 인식 부족, 그리고 작업중지에 따른 생산 차질 등 불이익에 대한 우려가 있습니다.
따라서 정부는 위험이 합리적으로 예상되는 단계에서도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요건을 완화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 작업중지가 실제로 행사되더라도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노사 간 신뢰를 구축하고, 사업장별로 작업중지 절차를 규정과 매뉴얼에 명확히 반영하도록 지원하는 정책도 중요합니다.
이처럼 조직 문화와 절차적 기반이 갖춰질 때, 근로자 포상이나 손실 보전과 같은 경제적 촉진 정책도 실효성을 가질 수 있습니다.
Q. 안전 예산을 '비용'으로 보는 인식이 여전히 강하다. 이번 연구는 안전을 기업의 부가가치(생산성)를 지키는 '수익성 자산'으로 제시했는데, 이런 접근이 현재 대한민국에 왜 필요한가?
A. 안전을 위한 노력과 투자는 단기적이고 직접적인 비용으로 쉽게 관측되는 반면, 생산성은 중장기적으로 변화하는 데다 관측이 어려운 간접적인 이익이 포함되기 때문에 그동안 기업은 안전을 비용으로만 인식해 온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본 연구는 산업재해 예방이 기업의 부가가치 생산성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을 화폐 가치로 제시함으로써, 안전이 비용이 아니라 투자임을 데이터로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기업 경영에서 이윤 추구는 핵심 목적입니다. 사고 예방이 단순한 비용이 아니라 유무형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한다는 점이 명확해진다면, 기업의 자발적인 안전 투자도 더욱 확대될 것이고 나아가 지속 가능한 안전보건 생태계 구축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Q. 사망사고 시 개인의 삶의 질(QoL) 저하 비용을 약 3.5억 원으로 추산했다. 이는 인간의 존엄을 화폐로 환산한 것이 아니라, '멈춤'이 최소한 그 정도의 사회적 가치를 보존하는 행위라는 의미로 이해해도 될까?
A. 삶의 질 저하 비용은 피재근로자 당사자와 가족이 겪는 정신적 고통과 압박 등을 포함하며, 교통사고 연구 사례(한국교통연구원, 2013)를 준용해 산출된 값입니다. 조건부가치측정법(CVM)을 활용해 "사망이나 부상으로 손상된 상태를 회복할 수 있다면 지불할 의사가 있는 금액"을 기준으로 산정했습니다.
이미 사망하신 분의 경우 사망 이후의 주관적 삶의 질 저하를 측정하기 어렵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CVM 기법에서는 응답자에게 반사실적(counterfactual) 상황을 가정해 가치를 측정하기 때문에 3.5억 원이라는 비용에는 사망재해에 노출됨으로써 주관적으로 예상하는 인간 존엄의 훼손비용도 (제한적으로) 일부 포함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위험한 작업을 멈춰 사망사고 1건을 예방했다면 약 3.5억 원의 사회적 삶의 질 가치를 보존했다"고 해석하는 것이 가장 직관적입니다.
Q. 10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일수록 산재로 인한 부가가치 타격이 치명적(존폐 위기)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이 '멈출 여력'을 갖도록 하기 위한 정책은 무엇이 필요할까?
A. 제조·서비스 부문의 소규모 사업장은 산재 발생 시 부가가치 손실의 영향이 매우 크고, 경제적 완충 능력이 부족할 경우 기업 존립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습니다.
작업중지권 안착의 핵심은 노사가 함께 위험을 발굴하고 제거하는 것이지만, 영세 사업장은 이를 자발적으로 수행할 여력이 부족합니다.
이에 정부와 공단은 위험성 평가 지원, 안전장비 지원,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컨설팅 등을 제공하고 있으나 예산과 인력의 한계가 존재합니다.
보다 많은 사업장이 안전 투자를 포기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기술 지원과 재정 인센티브를 결합한 정책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습니다.
Q. "사고 예방 1 건이 창출하는 경제적 편익은 OO 원 이상이다"라고 요약해 준다면, 독자들에게 큰 울림이 될 것 같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산업재해 예방은 우리 사회의 후생을 증진시키는 고부가가치 투자입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산재사고 1건을 예방할 경우, 사례에 따라 많게는 20억 원 이상의 사회적 순편익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수치는 사회적 기회비용을 합산한 것이며, 생명의 가치를 금액으로 환산하는 의미로 받아들여서는 안 됩니다. 생명의 가치는 금액으로 환산할 수 없는,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