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강민호. 김조휘 기자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의 베테랑 포수 강민호가 2군에서의 성찰을 통해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화려한 부활을 알렸다.
강민호는 14일 열린 2026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 트윈스와의 원정 경기에 8번 타자 겸 포수로 선발 출전해 홈런 한 개를 포함해 4타수 2안타 3타점 1득점으로 맹타를 휘둘렀다. 삼성은 강민호의 활약에 힘입어 LG를 9-5로 꺾고 승리를 챙겼다.
부진의 터널은 길고 어두웠다. 지난 3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되기 전까지 강민호는 27경기에서 타율 0.197(71타수 14안타)에 그쳤고 홈런은 단 한 개도 기록하지 못했다.
극심한 타격 슬럼프 속에서 선택한 2군행은 그에게 터닝 포인트가 됐다. 지난 13일 복귀전에서 3타수 2안타 2타점으로 예열을 마친 강민호는 복귀 두 번째 경기 만에 마수걸이 홈런포를 가동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경기 후 만난 강민호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며 2군에 내려갔다"고 운을 뗀 뒤 "막상 혼자 시간을 보내다 보니 지금 당장 은퇴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인데, 야구를 하는 이 행복함을 더 느끼는 게 어떨까 싶었다. 미래에 대한 걱정 없이 오늘 하루만 생각하자고 마음을 바꾼 것이 큰 도움이 됐다"며 대인배다운 심경을 전했다.
2군에서의 열정도 남달랐다. 수비는 1경기만 소화하라는 코칭스태프의 지시가 있었지만, 강민호는 실전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스스로 3경기를 모두 뛰었다. 그는 "돌아와서 시즌을 치러야 하기에 수비력이 떨어지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2군 투수들과 함께 호흡하며 좋은 시간을 보냈다"고 설명했다.
슬럼프를 극복하는 과정에서는 최고참 최형우의 조언이 이정표가 됐다. 강민호는 "형우 형이 '민호야, 이젠 좀 내려놓고 해도 돼'라고 말해줬다. 옆에서 보기에 내가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아 하니 심플하게 조언해 준 것 같은데, 그 한마디가 정말 큰 힘이 됐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박진만 감독과의 두터운 신뢰도 확인했다. 강민호는 "2군에 가기 전 감독님이 먼저 연락을 주셔서 의사를 물어봐 주셨다. 팀에 도움이 안 돼 죄송한 마음으로 쉬고 오겠다고 말씀드렸다"며 "감독님이 주신 열흘의 시간이 휴가 아닌 휴가가 돼 알차게 보내고 왔다"고 밝혔다.
자신이 자리를 비운 사이 팀이 7연승을 질주한 것에 대해서는 "진짜 다행이라고 생각했고 열렬히 응원했다. 팀이 많이 이겨놓으면 돌아왔을 때 좀 더 편하게 경기에 임할 수 있을 것 같았다"면서도 "어제 지는 바람에 마음에 짐이 있었는데 오늘 이겨서 마음이 편하다"며 미소를 지었다.
이날 선발 등판해 5이닝 2실점으로 호투하며 승리를 챙긴 투수 양창섭은 강민호에에 무한한 신뢰를 보냈다. 양창섭은 "민호 형이 안방에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크게 느껴졌고, 스트라이크존도 넓어 보였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에 강민호는 "창섭이가 모든 구종을 스트라이크로 던지며 공격적으로 승부한 덕분"이라며 공을 후배에게 돌렸다.
7-2로 앞서가던 5회말 2사 2, 3루 상황에서의 수싸움도 빛났다. LG 외국인 타자 오스틴과의 13구까지 가는 접전 끝에 삼진을 잡아낸 장면이다. 강민호는 "슬라이더를 던지면 큰 타구가 나올까 봐 맞더라도 안타를 맞자는 생각으로 볼배합을 가져갔다. 마지막에 직구를 선택한 것이 ABS 존에 걸리며 삼진으로 연결됐다"며 웃어 보였다. 루킹 삼진을 당한 오스틴은 배트와 헬멧을 집어 던지며 아쉬움을 표출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강민호는 최근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후배 백업 포수 김도환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그는 "도환이는 항상 챙기고 아끼는 후배다. 평소 '도환아, 네가 주전 되면 나 진짜 은퇴한다'고 농담할 정도"라며 "잘하고 있어서 보기 좋았는데 부상으로 내려가 아쉽다. 금방 회복해 올라올 것"이라며 따뜻한 격려를 건넸다.
다가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걱정을 비우고 '오늘 하루'에 집중하기로 한 베테랑 포수의 귀환으로, 삼성 라이온즈의 상승세는 더욱 확실한 동력을 얻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