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이재명 대통령이 기업과 노동조합의 행보를 겨냥해 연일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기업 내부의 문제나 노사 간의 갈등일지라도 국민적 공분을 사거나 사회적 상식선을 넘었다고 판단되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며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스벅 이어 7년 전 무신사까지 소환…"어떻게 사람의 탈을 쓰고"
이 대통령은 20일 오전 자신의 엑스(X, 옛 트위터) 계정을 통해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사건, 그로 시발된 6월 민주항쟁을 모욕하고 조롱하는 광고"라며 무신사가 2019년 게시했던 광고를 소환했다.
해당 광고는 '속건성. 책상을 탁쳤더니 억하고 말라서'라는 문구를 제목으로 넣었는데, 이는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 당시 경찰의 해명 내용을 인용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돈이 마귀라지만 사람의 탈을 쓰고 이럴 수가 있겠느냐"며 강한 어조로 광고 내용을 비난했다.
이 대통령의 돌직구 퍼레이드는 이에 그치지 않고 이날 오후 국무회의까지 이어졌다.
그는 "법률이 정하지는 않았지만, 상식적으로 우리 국민 모두가 동의하는 적절한 정도, 선, 이런 것이 있는 것 같다. 상도의라고 표현되기도 한다"며 "최근에 예를 들면 광주 5.18 문제에 대한 표현이나 또는 참혹한 피해자들에 대한 표현, 이런 것들이 '어떻게 사람의 탈을 쓰고 이럴 수 있나', 이런 것들이 상당히 많이 벌어진다"고 지적했다.
이날 비판한 무신사 뿐 아니라 전날 '탱크데이' 등 행사 광고로 큰 논란을 불러일으킨 스타벅스코리아까지 싸잡아 겨냥한 것이다.
그는 "그냥 한 개인이 구석에서 또는 몇몇 개인들이 술 먹으면서 하는 소리가 아니고, 공개된 장에서 책임 있는 인사들이, 조직적, 체계적으로 그런 만행을 저지른다"며 고강도 비난을 이어갔다.
삼성 노조 향해서는 "이익 관철하라고 무력 준 것 아니다"
연합뉴스이 대통령의 화살은 삼성전자 노조로도 향했다.
이 대통령은 특정 기업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노동 3권이라고 하는 것은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개인, 몇몇 사람의 이익만을 위해서 집단적으로 뭔가를 관철해내는 무력을 준 것이 아니다"라고 말해 사측에 대규모 성과급을 요구 중인 삼성전자 노조를 사실상 겨냥했다.
이어 "사회적 약자들을 배려하기 위해서 우리가 일정한 특별한 보호를 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이 단체행동권, 노동단결권, 교섭권 이런 것"이라며 "전체의 자유로운 질서도 보장하는 것이지만, 적정한 선을 넘어서 누군가에게 심각한 고통을 가하는 방식으로 악용되거나 남용되면 안 되는 것이지 않느냐"고까지 말했다.
아울러 "이어 "지금 일부 노동조합이 단결권, 단체행동권을 통해서 단체 교섭을 하고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건 좋은데, 그것도 적정한 선이 있지 않나 싶다"며 "국민 공동의 몫이라고 할 수 있는 세금도 떼기 전에 영업 이익을 일정 비율을 제도적으로 나눠 갖는다(는 것은) 투자자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노동자가 사용자에 비해 사회적 약자인 점을 고려해 만들어진 제도를 특정 노조가 악용해 자신들의 이익 채우기에 급급하다는 비판인 셈이다.
이 대통령은 이에 그치지 않고 "선을 넘을 때에 대해서는 사회 전체, 공동체를 위해서, 모두를 위해서 주어진 책임을 다해야 된다. 그것이 정부의 큰 역할이 아니겠느냐"고 말해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을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사적영역에도 국민감정 고려해 '적극 개입'…"마땅히 해야 할 일"
성격은 다소 다르지만, 세 사안은 모두 기업이나 기업 소속 노조와 관련한 일이라는 점에서 사적 영역에 해당하는 일로 분류할 수 있다.
기업이 잘못을 저지르면 소비자로부터 구매거부 등 외면을 당하게 되고, 노조의 요구 또한 과하면 요구사항이 관철되지 못하거나 여론의 뭇매를 맞는 등 각각의 문책성 결과를 얻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대통령은 이번 사안들에 대해 다소 과한 수위의 메시지까지 내면서 어느 때보다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이 같은 대응은 국민들이 '정책 효능감'을 느끼게끔 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평소 소신과 맞닿아있다.
스타벅스코리아와 무신사의 광고는 민주화운동을 희화화함으로써 다수 국민의 분노를 샀다. 삼성전자 노조의 경우 요구하는 성과급 규모가 인당 수억원에 달하면서 많은 국민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안기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민적 불편함이 있다면 이를 해소하는 것이 대통령의 역할 중 하나이기에 적극 대응에 나선 것인데, 삼성전자 사태의 경우 이 대통령이 과거부터 친노동 성향을 보여 왔음에도 노조를 비판함으로써 실용주의와 국민정서에 보다 더 무게를 두고 있음을 나타냈다.
적극 개입의 효과는 곧바로 나타나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공식사과, 손정현 스타벅스코리아 대표 해임을 비롯한 담당 임직원 징계, 전 임직원 대상 역사교육 실시 등에 나섰다. 무신사는 7년 전에 사과를 하고 개선에 나섰음에도 이날 재차 사과에 나섰다.
삼성전자 노조 또한 이날 사측과 임금협약 잠정 합의안을 투표에 부치겠다며 21일로 예정됐던 총파업을 유보하기로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민 정서, 실효성, 행정 효능감 등을 무엇보다 중요시하기 때문에 국민들이 신경 쓰시는 사안들에 대해서는 자연스럽게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마땅히 해야 할 일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