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법정 수사 기간(최대 150일)의 반환점을 넘긴 2차 종합특검이 이번 주 윤석열 전 대통령을 비롯한 핵심 피의자들을 연속 소환한다. 특검팀은 사건의 정점에 해당하는 윤 전 대통령에 대해 공개 소환을 조율하고 있다.
이번 조사는 계엄 정당화 외교 메시지 지시 의혹, 군형법상 반란 혐의, 관저 이전 예산 불법 전용 의혹 등 주요 사건을 망라한다. 각 혐의마다 치열한 법리 공방이 예고된 가운데, 핵심 피의자들의 진술 확보 여부가 향후 공소제기로 이어지는 수사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오는 6일 윤석열 첫 소환…계엄 정당화 메시지 의혹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종합특검은 계엄 정당화 메시지 의혹과 관련해 오는 6일 오전 10시 윤 전 대통령을 직권남용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첫 소환한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의 출석 모습을 공개하겠다는 방침으로, 윤 전 대통령 측과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은 계엄 선포 직후 국가안보실과 외교부를 통해 우방국들에 계엄 정당화 메시지를 전달하도록 지시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당시 메시지에는 '이번 조치는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종북좌파, 반미주의에 대항하고자 하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윤 전 대통령은 지난 4월 '체포 방해' 사건 항소심에서 대통령실 해외홍보비서관에게 허위 사실이 담긴 PG(언론 대응을 위한 정부 입장)를 외신에 전파하도록 지시한 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 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PG 내용에 '객관적 사실 관계에 반하는 내용'이 포함됐다며, 이는 국민의 알 권리 보호라는 공공의 이익 측면에서 비서관의 보도자료 배포에 대한 주의의무를 위반하게 한 것으로 봐야한다고 봤다.
종합특검은 여기에 더해 윤 전 대통령이 계엄 정당화 메시지를 전방위적으로 전달하라고 지시했는지, 경위는 무엇인지 등을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계엄 정당화 메시지 전파 의혹과 관련해선 조태용 전 국정원장도 연루돼 있다. 특검팀은 지난 1일 조 전 원장을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다. 아울러 해외 담당 부서를 산하에 뒀던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에게도 오는 5일 두 번째 조사를 요청한 상태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김용현·이상민도 소환 예정…계엄 준비 시점 2023년 11월로 특정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경우 군형법상 반란 및 범죄단체조직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오는 4일 오전 10시 특검에 출석한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 등이 공모해 병기를 휴대한 군인들을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투입해 폭동을 일으킨 것이 군형법상 반란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등과 모의해 합동수사본부 산하에 '수사2단'이라는 비선 조직을 꾸려 선관위 장악을 계획한 혐의도 함께 적용됐다.
김 전 장관 측은 해당 혐의들이 현재 재판 중인 내란 혐의에 이미 포섭된다며 '이중 수사'를 주장하고 조사를 거부해왔다. 거듭된 조율 끝에 출석을 수용하기로 했으나, 내란죄와 군형법상 반란죄의 관계를 둘러싼 법리 논쟁은 지속될 전망이다.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김 전 장관과 같은 날 직권남용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특검 조사를 받는다. 특검팀은 2022년 대통령 관저 이전 공사 당시 무자격 업체 '21그램'에 공사비를 지급하기 위해 행안부 예산 28억원 상당이 불법 전용되는 과정에 이 전 장관이 관여했다고 의심한다.
특검팀은 예산 전용에 반발한 실무자들에게 승진 배제 등 인사상 불이익이 가해진 경위와 함께 윤 전 대통령 부부의 직접 개입 여부를 이번 조사에서 집중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수사가 '윗선'으로 확장되는 만큼, 이를 뒷받침할 구체적 진술과 물증을 특검팀이 확보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한편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2023년 11월경부터 비상계엄 선포를 준비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특검팀은 지난달 27일 김명수 전 합동참모본부 의장을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하며 "2023년 11월 29일 관저 회동에서 윤 전 대통령이 '내가 시키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고 한다.
김 전 의장이 이에 '정당한 명령이면 따르겠다'는 원론적인 취지의 답변을 하자 윤 전 대통령이 격노하면서 '총을 가져와 내 머리에 쏘라'는 등의 발언을 했다는 진술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이 같은 발언이 군 수뇌부를 포섭하기 위한 사전작업의 일환이었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계엄 준비 시점을 2023년 11월경으로 특정한 것이다. 앞서 특검팀은 국군방첩사령부 관계자 조사 과정에서 2024년 상반기부터 계엄을 준비한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는데, 이를 다시 앞당긴 셈이다.
특검팀이 이처럼 수사 속도를 높이는 가운데, 이번 주 줄소환이 수사의 향배를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현재까지 '기소 0명·구속 2명'에 그치며 수사 실적이 저조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권창영 특검은 "수사 후반기에 구속영장 청구나 공소제기가 집중될 수밖에 없다"라며 이른바 '헤비 테일'(heavy-tail) 전략을 공언한 상태다.
법조계 관계자는 "계엄 메시지 관련 직권남용 입증, 군형법상 반란 적용, 관저 예산 불법 전용의 윗선 규명까지 각 혐의의 입증 난도가 높은 편"이라며 "관련 진술에 있어 얼마나 구체성을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