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수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후보가 4일 새벽 부산 부산진구 선거사무소에서 당선이 확정된 후 소감을 밝히고 있다. 부산=류영주 기자6·3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박형준 현 부산시장이 낙선하고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후보가 당선되면서 부산시청 안팎에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5년 만에 정당을 달리하는 권력 교체가 이뤄짐에 따라 시청 내 조직과 인사에도 큰 변화의 바람이 일 전망이다. 부산 공직사회는 숨죽이며 새 시장 체제를 맞을 준비에 들어갔다.
해양 관련 실 신설 위해 박형준 표 조직 재편 불가피
조직 개편의 첫 칼날은 박형준 시장 체제에서 만들어진 부서들로 향할 가능성이 높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곳은 도시혁신균형실이다. 민선 8기 출범과 함께 신설된 이 부서는 도시 인프라 혁신과 지역균형 발전을 총괄하는 기능을 담당해 왔으나, 다른 지자체에는 유사한 기능과 규모의 조직이 없다는 점에서 박형준 시장의 정책 색채가 짙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비슷한 맥락에서 환경물정책실도 재편 대상으로 이름이 오르내린다.
도시디자인본부 역시 '2028 세계디자인수도' 사업을 위한 팀이나 태스크포스(TF) 수준으로 축소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이밖에 국 단위로 신설된 미래공간전략국도 기능이 불분명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터라 재편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푸른도시국은 애초 과 단위 조직을 국으로 승격한 것인데, 공원과 동물 복지를 한데 묶어 기능 불일치 논란이 있었다.
박형준 시장의 핵심 정책인 '15분 도시'를 담당하는 15분도시기획과도 해체 가능성이 거론된다. 다만, 시민 생활과 밀접한 어린이복합문화공간 '들락날락'과 통학로 사업 등이 이 부서를 통해 추진되고 있어 과 단위를 당장 없애기는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전임 시장 지우기라는 비판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측면도 있다.
부산시청. 부산시 제공이런 가운데, 전재수 당선인은 자신의 핵심 공약인 해양수도 부산 완성을 위해 해양 관련 실(2급) 신설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 단위 조직을 새로 만들려면 행정안전부 승인이 필요한데, 현실적으로 행안부의 기준인건비 아래에서 기존 실을 없애야 신설이 가능한 구조다. 결국, 도시혁신균형실과 환경물정책실의 통폐합 또는 폐지가 해양 관련 실 신설의 전제 조건이 되는 셈이다.
조직 개편, 시의회 넘어야…8월 이후 전망
일각에서는 전재수 당선인이 취임 직후 전면적인 조직 개편을 단행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실이나 국 단위의 큰 틀의 조직 개편에는 행정기구 설치와 관련한 조례 개정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시의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부산시의회는 국민의힘 37석, 민주당 11석으로 여소야대 구도가 굳어졌다. 국민의힘이 절대 다수 의석을 차지한 상황에서 전재수 시장 체제가 원하는 조직 개편안을 단번에 통과시키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다만, 새 시장 취임 직후라는 '허니문 효과'가 작용하면 몇 개 정도의 조직 변경은 야당이 수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시의회 8월 임시회에서 조직 개편 논의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그 이전까지는 조례를 건드리지 않아도 되는 시장 보좌 기구 개편이나 팀 또는 태스크포스 등 소규모 조직 신설로 새 시정의 방향성을 드러낼 가능성이 높다.
부산시의회 본회의장. 부산시의회 제공"인사가 먼저?"…물갈이 가능성 거론
조직 개편이 지지부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만큼, 전재수 당선인이 초반 드라이브를 걸기 위한 실질적인 수단은 결국 인사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취임과 동시에 가장 먼저 손이 갈 자리로는 행정자치국장이 꼽힌다. 인사를 움직이는 핵심 보직인 만큼, 역대 신임 시장들이 첫 인사에서 이 자리를 교체하는 것이 관례였다.
박형준 시장 체제에서 주요 보직을 맡았고 정년이 임박한 일부 실·국장들은 이미 희망퇴직 의사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초까지 10여 명이 빠져나갈 것으로 전망되면서 굵직한 국실장급 인사 요인이 생기는 셈이다.
현 미래혁신부시장 자리도 주목받는다. 선거 캠프 출신 또는 외부 인사가 맡을 가능성이 높은 이 자리를 누구로 채울지, 직책 명칭이 어떻게 바뀔지도 관심사다.
한편, 현재 시청 안에서는 과거 행정부시장을 역임하고 민주당 부산시당위원장을 지낸 인사가 키를 쥘 것이라는 관측이 돌고 있다. 이에 따라 기초단체 부단체장과 시의회 사무처 등 시청 밖에서 일하는 일부 인사들이 요직에 기용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출자·출연기관장 12명, '순장조 조례' 첫 적용
부산시 산하 출자출연기관장 12명(1명 공석)의 일괄 교체도 임박했다. 이른바 '순장조 조례'로 불리는 '부산시장과 부산시 출자·출연기관장 임기 일치 조례'가 이번 지방선거 이후 처음 적용되기 때문이다.
이 조례에 따라 전재수 당선인이 취임하는 이달 30일을 기점으로 부산연구원, 부산문화재단, 부산경제진흥원 등 주요 출자·출연기관장들이 일제히 임기를 마감하고 물러나야 한다. 무더기 공백을 채우기 위해 인수위원회 차원의 후속 인사가 이어질 예정이다.
현실적으로 보면 국민의힘 의원이 절대다수인 시의회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만큼 기관장 인사가 상당 기간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 기관장이 공석인 상태에서 부산시 담당 국장이 업무 대행을 맡아야 하는 만큼 행정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조례 자체가 행정 진공 상태를 만든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어, 향후 조례 개정 논의도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