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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A]김성아 연구원 "고립청년 54만 명, 현실판 '오징어 게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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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닫힌 방 안에 웅크린 고립·은둔 청년 54만 명. 20명 중 1명꼴인 이들은 더 이상 낯선 타인이 아니다. CBS노컷뉴스는 고독사 위험의 그늘에 놓인 고립·은둔 청년들의 이야기를 담은 기획기사 '고독 死각지대, 고립청년' 후속 취재로 전문가 인터뷰 5편을 이어간다. '고립'을 개인의 나약함이 아닌 사회 구조적 문제로 바라볼 수 있을까. '풍요로운 고립' 시대에 홀로 남겨진 이들을 기록한 단행본 '은둔하는 청년들'에서도 목소리를 채워준 전문가들을 통해 그 질문의 답을 따라가봤다.

[고독 死각지대, 고립청년 : 전문가편①]
김성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인터뷰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넷플릭스 제공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넷플릭스 제공
▶ 글 싣는 순서
①김성아 연구원 "고립청년 54만 명, 현실판 '오징어 게임' 중"
(계속)

"여긴 지옥이야. 지옥엔 규칙이 없어."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속 징검다리 건너기 게임 참가자들은 열여덟 쌍의 유리로 이뤄진 다리를 건너야 한다. 각각의 쌍은 강화유리와 일반 유리로 구성돼 있지만, 겉으로는 구분할 수 없다. 잘못 선택하면 그대로 추락할 뿐이다.
 
16분이라는 제한 시간 안에 징검다리를 건너야 하는 이 게임은 어느 쪽 유리를 밟을지 결정하는 순간부터 사실상 '운'이 결과를 좌우한다. 한 번의 선택이 곧 생사를 가르고, 실패의 대가는 오롯이 개인이 감당해야 하기에 잔혹한 게임으로 평가받는다.
 
김성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오늘날 청년들이 학교를 졸업하고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이행기' 역시 이와 비슷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한다. 입시와 취업이라는 굵직한 이행기의 과제는 삶의 성패를 좌우하는, 그러나 운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유리 징검다리'처럼 작동한다는 것이다. 무엇이 정답인지 알기 어려운 상황에서 한 번의 실패가 너무 큰 대가로 이어질 수 있고, 일부 청년들은 반복된 좌절과 불안 속에서 사회와의 연결을 끊고 방 안으로 숨어들기 시작한다.
 
보건복지부가 고립·은둔 청년의 삶과 복지 욕구를 파악해 지원 정책 개발을 목적으로 실시한 '2023년 고립·은둔청년 실태조사'와 '2024 청년의 삶 실태조사'는 청년 고립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 3.1%였던 고립청년 비율은 2021년 5%를 넘어섰고, 이를 인구주택총조사에 적용하면 규모는 약 34만 명에서 54만 명으로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첫 전국 단위 실태조사를 총괄한 김 연구위원은 이에 대해 "고립청년의 숫자가 비로소 주변의 이야기로 다가온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20명 중 1명꼴인, 더 이상 낯선 타인이 아닌 청년들은 왜 방 안으로 숨어들게 됐을까. 그리고 우리는 이 문제를 개인의 실패가 아닌 사회 구조적 문제로 바라볼 수 있을까.
 
'고독 死각지대, 고립청년' 기획기사 후속으로 진행한 전문가 인터뷰. 첫 번째 순서로 김성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에게 고립청년 문제의 원인과 해법에 대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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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단순히 외출이 줄어든 상태를 '고립'이나 '은둔'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연구에서 말하는 고립·은둔의 정의는 무엇이며, 비고립·비은둔 청년과는 어떤 점에서 구분되나요?
 
A. 사회적 고립이란 동거하는 가족이나 업무상의 접촉 이외에 타인과의 유의미한 사회적 교류가 없고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지지 체계가 결핍된 상태를 말합니다. 새로운 위험으로 나타나는 사회적 고립과 은둔은 타인과의 관계가 연결되어 있지 않고 단절된 상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회적인 활동이 현저히 줄어든 상태이기도 합니다.
 
보통의 사람들은 학교를 가고, 학교를 졸업한 이후 입직한 뒤 경제 활동을 하면서 사람들과 만나고 교류합니다. 그게 평범한 일상적인 삶의 양상이죠. 반면에 고립되거나 은둔하고 있는 청년들은 외부에 나가 사람들과 교류할 기회가 없습니다. 생애의 일상적인 삶에서 사회 경제적인 활동이 배제되어 있다는 점에서 고립되거나 은둔하지 않는 청년들과 비교됩니다.

Q. 2019년 약 34만 명으로 추정됐던 고립·은둔 청년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이 시행되던 2021년 54만 명까지 증가했습니다. 이후 2023년에는 49만 명으로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는 회복하지 못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A. 감염병으로부터 우리의 생명을 지켜야 했던 코로나19 유행기는 전 세계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경험한 새로운 형태의 위기였습니다. 생명을 지키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야 했죠. 생존을 위해 필연적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러한 상황은 고립의 경험을 일반화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이후인 2023년에는 고립의 출현율이 다소 감소했습니다. 하지만 사실상 감염병 위기의 상흔이 남아 있던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온전히 그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지 못하는 게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기도 했죠.

그리고 독립된 성인으로서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 청년기에 2~3년의 결정적 시기를 박탈당한 당시 코호트(특정 기간·경험을 공유하는 집단)는 타인과 관계를 유지하는 사회기술을 내재화하는 과업이 지연됐을 수 있습니다.
 
Q. 오늘날 왜 이렇게 많은 청년들이 고립과 은둔 상태에 놓이게 됐다고 보시나요? 청년들의 삶을 '오징어 게임' 속 징검다리 건너기에 비유하시기도 하셨는데요.
 

A. 청년기는 일반적으로 독립된 성인으로서 이행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는데요. 이들이 이행기 과업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실패를 경험하게 됐을 때, 그 실패의 경험을 누적하게 되고, 누구의 조언이나 도움도 얻지 못할 때 삶을 포기하는 방식으로 고립되거나 은둔하는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청년들의 삶을 오징어 게임에 징검다리 건너기에 비유했습니다. 이행기 과업이라는 하나하나의 퀘스트를 완수하는 거죠. 그런데 징검다리 건너기 게임을 보면 각 단계에서 아무런 정보도 없이 단계에서 주어진 선택지 중에 정답을 골라야 합니다. 정답을 고르지 않으면 탈락하게 되죠.

Q. 이행기를 통과하는 청년들이 보다 안전하게 '징검다리'를 건널 방법은 없을까요?
 
A. 이 게임에서 정답을 고를 확률을 높이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누군가 정답에 가까운 길을 알려주는 것. 둘째, 틀려도 떨어지지 않도록 안전하게 받쳐주는 것. 셋째, 정답 자체를 늘리는 것입니다.

첫 번째는 부모나 지인 등 주변의 조언과 지원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고립·은둔 청년들은 이런 지지 체계가 부족한 경우가 많아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세 번째는 사회가 다양한 삶의 방식을 인정하도록 구조를 바꾸는 문제라 단기간에 실현하기 쉽지 않습니다.

결국 현실적으로 중요한 건 명문대 진학에 실패하거나 취업이 잘되지 않거나 직장 내 괴롭힘으로 퇴사하더라도, 개인의 책임으로만 돌리지 않고 다시 도전할 수 있도록 받쳐주는 것입니다. 실패해도 최소한의 삶을 유지하며 회복할 수 있게 하는 사회안전망, 사회보장과 복지가 바로 그 역할을 합니다. 청년들에게는 이를 청년복지라고 부를 수 있겠죠.

황진환 기자황진환 기자
Q. 세대 구분 없이 누구나 고립될 수 있지만, 특히 청년 세대가 스스로 사회와 단절하는 경향이 두드러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A. 누구나 고립될 수 있습니다. 중장년층 중에서도 고립되거나 의존하고 있는 집단들이 있고, 노년이나 아동, 청소년 집단도 그럴 수 있습니다. 데이터를 보면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고립된 인구의 비율이 체계적으로 높아집니다. 생애주기에서 경험할 수 있는 위험이 누적됨에 따라 고립이 심화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럼에도 청년 세대에서 고립의 문제가 주요 사안으로 다루어지는 것은 청년들이 고립과 은둔 상태의 어려움을 인지하고, 이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 도움을 요청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단절된 상태에 안주하거나 지원의 대상으로 머무르지 않고, 삶의 주체로서 자신의 가능성을 인지하고 동료들과 함께 변화를 주도하기 위해 시도하면서 역설적으로 청년의 고립이 부각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Q. 고립과 은둔을 하게 되는 사회 구조적 요인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A. 가족의 돌봄 기능이 변화하고, 1인 가구가 증가하고, 고용 안정성이 떨어지고, 사회에 소통하는 방식들이 변화하고, 팬데믹 기간에는 생명을 지키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야 했던 상황들이 고립을 심화하는 데에 영향을 미쳐왔습니다. 그런데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제도적 여건과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인식입니다.
 
어느 날 고립을 벗어나기 위해 시도하고 있다는 한 청년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교육 콘텐츠를 활용한 창업을 했는데, 안타깝게도 팬데믹 동안 대면 활동이 중단되면서 그 청년이 소득을 벌어들일 수 있는 기회가 원천적으로 차단되었습니다. 폐업은 자연스러운 수순이었습니다. 만약 사회 안전망이 충분히 작동했다면, 그래서 그 청년이 폐업의 부담을 혼자 부담하지 않고 고용보험 등을 통해서 적절히 분산할 수 있었다면, 상황이 달랐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실패의 부담을 분산하는 사회안전망이 튼튼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또 실패 경험을 공론의 장에서 이야기 나누고 공감하고 지지해 줄 수 있어야 합니다. SNS에서 볼 수 있는 누군가의 특별한 순간과 우리의 평범한 일상을 비교했을 때 존재하지 않는 박탈감을 느끼고 그게 실패의 경험으로 재생산됩니다. 비교가 문제라고 단정 짓기보다 평범함의 가치를 비하했던 경험이 가지는 부작용 중 하나가 사회적 고립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외롭거나 의기소침할 때 문득 연락해 공감을 나눌 수 있는,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의논할 수 있는 누군가 있는 평범한 관계로 연결되는 공동체가 다시금 필요한 때입니다.

    Q. 고립·은둔 청년 10명 중 8명이 현재 상태를 벗어나길 원하지만, 실제로는 변화에 실패하고 있습니다. 가장 큰 장애 요인은 뭘까요?
 
A. 상당수의 고립·은둔 청년들은 재고립을 경험합니다. 변화의 가장 큰 장애물은 고립 그 자체입니다. 자신의 상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도움을 요청하며, 공감해 주는 사람들과 연결될 때 비로소 고립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또한 우리 사회의 인식 변화도 필요합니다. 고립·은둔 청년을 잠재적 위험군으로 바라보기보다 변화를 시도하는 이들의 용기를 응원하고 손을 내밀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포용적 태도가 탈고립과 사회 복귀를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조건입니다.
 
Q. 현재 정부나 지자체에서 청년 고립 예방, 정신 건강 지원 정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현장의 정책들은 실제로 효과를 내고 있다고 보시는지, 보완이 필요하다면 어떤 지점일까요?
 

A. 현재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청년들의 고립과 은둔 문제에 공감하고 이들을 돕기 위한 지원 방안들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지원 사업들이 실질적인 효과를 내고 있다면 단순히 발굴이나 일련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로 변화하는 삶의 모습을 청년 당사자들과 함께 상상하고 그 변화를 실현하기 위해서 같이 노력하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지금 비어 있는 것은 그다음 단계입니다. 일상과 관계를 회복하고 있지만, 평범한 청년으로서의 1인분의 삶을 살기 위해 일을 통한 자립의 가능성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고용노동부의 사업 등에 참여하는 것도 고립·은둔 청년에게는 큰 성과일 수 있지만, 지원 사업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자립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보다 실효성 있는 취·창업 지원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사회연대경제의 일환으로서 고립과 은둔 경험을 활용해 현재 고립·은둔 상태에 있는 다른 청년 혹은 청소년들을 돕는 활동을 한다면, 우리 청년들이 공동체 안에서 새로운 사회·경제적 부가 이익을 창출하는 창업의 경제모형을 상상할 수도 있습니다.
 
Q. 고립·은둔, 고독사, 쉬었음 청년 현상은 단기간에 사라질 문제가 아닐 것입니다. 앞으로 정부나 학계에서 어떤 시각과 접근을 가져야 할까요?

A. 사회적으로 연결이 끊어진 상태인 사회적 고립은 이제 새로운  위험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 현상을 입체적으로 이해하고 지식을 축적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사회 문제로서 고립을 다룬다면 궁극적인 목표는 고립 인구를 줄이는 데 있어야 합니다. 단순히 고립된 사람을 발굴하거나 원인을 연구하고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됩니다. 이들이 다시 사회와 연결되고,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데 우리의 관심과 정책 역량이 모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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