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윤창원 기자항소심 첫 공판에서 배석판사와의 합의 없이 피고인들에게 실형을 선고하는 등 불법재판 의혹으로 지난해 5월 공수처에 고발당한 오창훈 전 부장판사. 1년이 지나도록 공수처가 고발인 조사조차 진행하지 않는 등 수사가 지연되고 있다. 이에 고발인 측은 "수사 의지가 없다"며 비판했다.
1년 지나도록 고발인 조사도 안 해
12일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는 현재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직권남용감금, 특수협박 혐의로 고발당한 오창훈 전 부장판사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지난해 5월 불법재판 의혹 피해자인 피고인 측 고부건 변호사가 공수처에 고발한지 1년이 지난 것.
특히 현재까지 고발인 조사조차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사실상 1년이 지나도록 수사가 시작되지도 않은 것이다. 고발인인 고부건 변호사는 "지난해 5월 고발장을 제출한 이후로 공수처로부터 여태 아무런 연락이 없다. 도대체 공수처가 수사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그사이 오 전 부장판사는 재작년 6월 28일 근무시간 음주난동을 벌인 사실이 CBS노컷뉴스 단독 보도로 알려지며 물의를 빚은 끝에 올해 3월 대법원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법복을 벗었다.
지난해 3월 27일 공무집행방해 사건 항소심 공판조서. 고부건 변호사 제공 고발인 측 법률대리인인 신윤경 변호사는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불법재판 의혹 당일 하루 벌어진 일에 대해서 조사를 하고 법리 검토만 하면 금방 판단이 나오는 사안이다. 1년 넘도록 수사를 진행할 일이 아니다. 특히 고발인 조사조차 진행되지 않은 것은 확실히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공수처 측은 수사 인력에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공수처에 검사 15명이 근무하고 있는데 검사 1명당 맡은 사건이 적게는 50여 건에서 많게는 100여 건 가까이 된다는 것이다. 공수처 관계자는 "솔직히 사건을 빨리 처리하고 싶어도 수사 인력이 너무나도 부족하다"고 하소연했다.
음주난동 판사의 불법재판 의혹은
불법재판 의혹은 지난해 3월 27일 오전 제주지방법원 제1형사부의 심리로 열린 '공무집행방해 사건' 항소심 첫 공판에서 불거졌다. 당시 재판장인 오창훈 전 부장판사는 합의부 사건인데도 배석판사와의 합의 없이 첫 공판에서 피고인들에게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피고인들은 농민 또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로 2023년 3월 4일 제주교도소 앞에서 공안탄압을 규탄하는 내용의 시민단체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이 과정에서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피고인들이 탄 법무부 호송차가 지나가자 막아섰고 이를 저지하는 경찰관들과 몸싸움하면서 사건이 벌어졌다.
특히 피고인들이 최후진술을 마치자 오 전 부장판사는 피고인석과 방청석, 법정 입구 곳곳에 법정경위를 배치하고 방청석을 향해 "지금부터 어떠한 발언도 하지 마라. 한숨도 쉬지 마라. 탄식도 하지 마라. 눈으로만 봐라. 이를 어기면 구속시키겠다"며 공포재판 분위기를 조성한 의혹도 있다.
제주지방법원 법정 모습. 고상현 기자고발인 측 신윤경 변호사는 고발장을 통해 "당시 항소심 법정에는 아무런 소란도 없었고 소란이 곧 벌어질 것이라 예상할 만한 정황도 전혀 없었다. 설사 소란스럽더라도 '정숙해 달라' 정도의 발언으로 충분한 상황이었다. 법정질서유지권이라 해도 사실은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오창훈 부장판사는 배석판사들과의 합의를 위한 재판 휴정 없이 곧바로 판결을 선고했다. 법원조직법상 합의부 사건은 배석판사 합의를 거쳐 과반수로 판결의 결론을 결정해야 하는데도 합의 절차 없이 바로 판결을 선고한 것이다. 위법한 직무집행으로 피고인들이 구속됐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