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0일 대전 대덕구 문평동의 자동차 부품 제조공장인 안전공업에서 불이 나 14명이 숨졌다. 박우경 기자| ▶ 글 싣는 순서 |
①"의무인가요?" 안전공업 참사에도 외면받는 산단 화재 교육 (계속) |
지난 3월 20일 대전 대덕구 문평동 자동차 부품 제조공장 안전공업에서 난 불로 14명의 노동자가 숨졌다. 참사 이후 산업단지 곳곳에서는 뒤늦게 화재 예방 교육이 열렸지만, 교육장은 좀처럼 채워지지 않았다.
기업들이 가장 먼저 확인한 건 화재 위험성이 아니라 '의무 교육' 여부였다.
"입주업체에 교육 일정을 안내하면 가장 먼저 물어보는 게 '이거 의무인가요?'라는 말입니다."
지난 4월 대전산업단지 복합문화센터에서 입주기업을 대상으로 화재 예방 교육을 진행한 대덕소방서 관계자는 기업들의 반응을 묻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16일 대전산업단지관리공단 등에 따르면 지난 4월 23일 대덕소방서가 산단 입주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화재 예방 집합 교육에는 전체 643개 업체 가운데 185곳만 참여했다. 10곳 중 7곳은 교육에 나오지 않은 셈이다.
같은달 29일 대덕산업단지관리공단이 입주기업 365곳을 대상으로 개최한 '문평동 공장 화재사고 관련 안전 및 화재 예방 교육' 참석 업체도 56곳(15%)에 그쳤다.
법정 의무 교육이 아닌 경우 인력 공백 등을 이유로 참여를 꺼리는 업체들이 많기 때문이다.
대덕소방서 관계자는 "산단 내 대부분 기업이 5인 미만의 영세 사업장"이라며 "직원 한 명만 빠져도 생산 차질이 생긴다는 이유로 의무가 아닌 소방 교육은 외면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문제는 형식적인 화재 교육 관행이 실제 대형 참사와도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73명의 사상자를 낸 안전공업도 서류상으로는 연 1회 이상 소방 교육과 훈련을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경찰이 직원과 유족 등 48명을 조사한 결과 "그동안 소방 훈련이 서류상(형식적)으로만 이뤄졌다"는 진술이 주를 이뤘다.
대전산업단지관리공단 홈페이지에 게시된 입주업체 소방안전 교육 홍보 게시글. 홈페이지 캡처전문가들은 산업단지 화재 특성상 확산 속도가 빠른 만큼 반복적인 대피 훈련과 초기 대응 교육이 필수적이라 입을 모은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생산성이 안전보다 우선시 되는 관행이 고착화되며 교육과 훈련이 '서류상'에만 머무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현행 화재의 예방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기업은 연 1회 이상 자체 소방교육과 훈련을 실시해야 한다. 대부분 기업은 자체 고용한 소방 안전관리자를 중심으로 화재 교육과 훈련을 진행한다.
그러나 기업의 '셀프 교육' 실효성을 외부에서 검증할 장치가 부족한 게 사실이다.
특히, 2~3급 소방 안전 대상물의 경우 교육 결과를 관할 소방서에 제출할 의무 없이 기업이 2년간 자체 보관만 하면 되는 구조여서 관리 사각지대가 발생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우송정보대 고왕열 재난소방안전관리학과 교수는 "젊은 직원들은 한국소방 안전원에서 일주일 정도 교육을 받으면 2~3급 소방 안전관리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며 "이들은 화재 예방 교육에 대한 충분한 역량이 갖춰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안전관리자가 소화기 사용법을 간단히 설명하고 사진을 찍은 뒤 직원 서명만 받아놓으면 관할 소방서에서 실제 교육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화재 진화 모습. 박우경 기자허술한 교육 관행 속 대전지역 산업단지 화재는 반복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용갑 의원이 대전시로부터 제출받은 '대전산업단지 화재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대전 산단에서 150건의 화재가 발생했고, 재산 피해 규모는 약 1896억 8865만 원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형식적인 교육 관행을 방치한다면 비슷한 참사가 반복될 수 밖에 없다고 경고한다.
우송대 인세진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산업단지는 화재 시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어 직원 개개인이 화재 대응 능력을 갖춰야 한다"며 "관할 소방서 등 관계기관이 주기적인 교육을 실시하고 일정 비율 직원들이 반드시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