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멕시코의 선제골로 아쉬워하는 시민들의 모습. 김창훈 수습기자 "지난 경기(체코전)는 GPT가 맞았는데 이번엔 승리한다더니 틀렸네요."(이은빈·28)19일 친한 동생과 함께 거리 응원에 나선 이은빈씨는 "사실 (AI 예측 때문에) 이길 줄 알았다"며 "다음번 남아공 경기에서는 더 공격적이고 투지 있게 임하면 될 것 같다"고 웃어 보였다. 개최국 멕시코에 0대 1로 패배가 확정된 이날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은 아쉬움으로 물들었다.
광화문 일대에는 무더운 날씨에도 오전부터 수많은 인파가 몰렸다. 체코와의 조별리그 1차전이 열린 지난 12일보다 훨씬 많은 시민들이 찾았다. 경찰 비공식 추산 약 2만 명이 모이면서 일부 도로가 개방되는 등 일대는 붉은 물결로 가득 찼다. 발걸음을 멈추고 경기를 지켜보는 시민들의 모습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오전 10시 전반전이 시작되자 시민들은 숨을 죽인 채 경기를 지켜봤다. 시원한 골 장면이 나오지 않자 더운 날씨 탓인지 메인 응원장을 제외한 곳에서는 다소 지친 기색도 보였지만, 이내 응원 소리가 다시 커졌다. 재수생 윤태경(20) 씨는 "전반전은 멕시코가 게임을 잘 풀어가고 있는 것 같지만 이길 수 있다"며 선수들에게 힘을 보냈다.
반면 한국 대표팀의 끈질긴 수비와 탄탄한 조직력이 빛날 때마다 곳곳에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득점 없이 전반전이 끝나자 시민들은 함성 대신 가벼운 박수로 후반전을 맞이했다.
하지만 후반 5분쯤 멕시코의 선제골이 터지자 광화문 일대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시민들은 일제히 머리를 감싸 쥐거나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경기 내내 좋은 흐름을 보여주던 대표팀이었기에 아쉬움은 더욱 컸다. 한쪽에서는 한국을 찾은 멕시코 관광객들이 함성을 내지르며 인증샷을 찍기도 했다.
선제골이 터지자 인증샷을 찍고 있는 멕시코 관광객의 모습. 김창훈 수습기자
그러나 응원 열기는 쉽게 꺼지지 않았다. 시민들은 다시 박수를 치고 함성을 지르며 선수들을 독려했다. 이후 한국 대표팀이 몇 차례 결정적인 기회를 만들 때마다 광장에는 기대 섞인 환호가 터졌고, 득점으로 연결되지 않을 때마다 탄식이 뒤따랐다. 휴가를 내고 광화문을 찾았다는 맹주완(29) 씨는 "후반에 (대한민국이) 많이 흔들렸다"며 "골키퍼는 잘했지만 수비수와의 호흡이 안 맞았다"고 아쉬워했다.
결과는 아쉬웠지만 시민들은 함께 응원한 경험 자체에 의미를 두며 다음 경기를 기약했다. 친구와 함께 응원에 나선 배지윤(31) 씨는 "사람들과 함께 분위기를 느끼고 싶어서 이곳에 왔는데 평일 오전인데도 생각보다 사람이 많아서 놀랐다"며 "아쉬운 점이 많지만 선수들이 열심히 했다고 생각하고,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경기는 반드시 이겨야 하니 더 경계하며 준비해서 이겼으면 한다"고 말했다.
청주에서 서울을 찾은 한 고등학생은 "평소 축구를 잘 안 봤는데, 선수들이 치열하게 경기하는 모습을 보고 아이들과 함께하다 보니 월드컵 때 국민들이 다 같이 응원하는 문화가 왜 생겼는지 알 것 같았다"며 "다음에도 기회가 있으면 보러 올 것"이라고 말했다.
아쉬운 패배에도 광화문광장의 응원 열기는 식지 않았다. 시민들은 오는 25일 오전 10시(한국시간) 열리는 남아공전에서 대표팀이 32강 진출의 희망을 이어가길 기대하며 발걸음을 돌렸다.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인 남아공전 때도 광화문 광장에서 거리 응원이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