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한 축구 국가대표팀 홍명보 전 감독과 일부 선수들이 30일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로 귀국하고 있다. 인천공항=황진환 기자유튜브와 예능 프로그램으로 발길을 돌린 스타 선수들이 침묵하는 사이 한국 축구는 완전히 침몰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끈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사상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손흥민, 이강인, 김민재 등 역대 최고 수준의 전력을 보유하고도 당한 수치스러운 결과다. 특히 이번 대회는 이동 거리와 상대 전력 등 그동안 누리지 못한 천운까지 따랐기에 팬들이 느끼는 배신감과 허탈함은 상상을 초월한다.
비난의 화살은 자연스럽게 2년 전 홍 감독의 선임 과정으로 다시 향하고 있다. 당시 축구협회는 세계적인 외국인 지도자를 영입해야 한다는 여론에도 불구하고 재정적 한계를 핑계로 댔다. 국내 지도자 중 경험과 성과가 가장 뛰어난 인물이 홍 감독이라는 현실론을 내세운 것이다. 실제로 울산 HD를 이끌고 K리그 2연패를 달성한 홍 감독이 국내 지도자 중 최선의 카드였다는 사실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진짜 비극은 홍 감독마저 무너진 지금, 한국 축구를 맡길 다음 주자가 아예 전멸했다는 점이다. 김기동, 이정효 등 K리그에서 두각을 나타낸 감독들이 거론되지만, 대표팀이라는 거대한 조직과 스타 선수들을 장악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검증이 더 필요하다.
유튜브 채널 캡처더 심각한 대목은 1970년대 후반생 이후의 젊은 스타 축구인 세대다. 현재 축구계 현장에서 경력을 쌓으며 후배들을 이끌 차세대 지도자는 눈을 씻고 봐도 찾기 힘들다. 은퇴 후 현장에 남아 지도자로 헌신하는 보편적인 공식이 깨진 지 오래다. 고용 불안과 극심한 스트레스가 가득한 현장의 벤치는 젊은 축구인들에게 철저히 기피 대상이 됐다.
이들이 향한 곳은 달콤한 방송국과 유튜브다. 리스크 없이 대중의 인기를 유지하며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뉴미디어 플랫폼에만 스타 출신 축구인들이 넘쳐난다. 그라운드에서의 헌신을 거부한 이들은 정작 한국 축구의 치부가 드러나자 매서운 저격수로 변신했다. 현장을 외면한 대가로 대중의 공분에 편승해 독설을 내뱉으며 조회수를 올리는 데 열을 올린다.
2002 월드컵 멤버이자 대형 유튜버로 활동 중인 이천수는 "축구협회와 홍명보 몇 사람 때문에 실패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비난을 퍼부었다. 이어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더 열심히 해야 한다"며 전형적인 유체이탈 화법을 보여줬다.
일본 대표팀 코치로 합류한 나카무라 순스케. 연합뉴스라이벌 일본 축구의 풍경은 정반대다. 시대를 풍미한 레전드들이 후배들을 위해 기꺼이 현장의 진흙탕으로 뛰어들고 있다. 월드컵에서 세 차례나 주장 완장을 찼던 하세베 마코토는 은퇴 직후 프랑크푸르트 U-21 코치로 바닥부터 경험을 쌓은 뒤, 현재는 비상근으로 일본 대표팀을 보좌하고 있다.
유럽 진출의 선구자이자 환상적인 프리킥으로 유명했던 나카무라 순스케 역시 올해 일본 대표팀 코치로 합류해 모리야스 감독 아래서 벤치를 지킨다. 한국으로 치면 박지성과 이영표가 국가대표팀 코치로 부임해 운동장에서 선수들과 함께 뛰는 격이다.
이름값을 내려놓고 후배들을 돕는 스타들도 수두룩하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출신 요시다 마야는 지난달 은퇴 후 직함도 없는 '훈련 파트너'를 자처했고, 부상으로 전력에서 낙마한 미나미노 타쿠미 역시 '멘토' 역할로 선수단과 일정을 함께 소화했다.
현장을 외면한 채 제삼자의 시선으로 쓴소리만 뱉어내는 유튜버들이 가득한 구조 속에서는 한국 축구의 미래를 기대하기 어렵다. 책임을 나누지 않고 비판만 일삼는 스타들의 유체이탈이 계속되는 한, 한국 축구의 발전은 더욱 더뎌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