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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학대 의혹, 세종시 "처분 안 바꾼다"는데…법은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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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선명령이 끝"이라는 세종시…장애인단체는 "시설 폐쇄"까지 요구
재수사 결과 나와도 처분 그대로…차기 시정 숙제로 넘어가나

학대 의혹이 불거진 세종시 한 장애인 거주 시설 폐쇄를 촉구하는 시위. 고형석 기자학대 의혹이 불거진 세종시 한 장애인 거주 시설 폐쇄를 촉구하는 시위. 고형석 기자
세종의 한 장애인 거주 시설 학대 의혹 사건과 관련해, 세종시가 경찰 재수사 결과와 무관하게 기존 행정처분을 바꿀 일이 거의 없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행정법상으로는 새로운 사실이 확인되면 별도의 처분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세종시의 이런 입장이 법적으로 절대적인 것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장애인단체는 세종시 처분 자체가 이미 너무 약하다며 시설 폐쇄를 요구하고 나서, 처분 수위를 둘러싼 견해차가 한층 뚜렷해지고 있다.

대전CBS가 확보한 행정처분명령서를 보면, 세종시는 지난 2월 6일 이 시설에 장애인복지법 제62조 제1항제4호에 따른 개선명령 처분을 내렸다.

처분의 원인이 되는 사실란에는 '시설 내 장애인 학대 행위 발생'이라고만 적혀 있고, 학대 행위자는 '미상(경찰 수사 결과 증거 불충분으로 내사 종결)'으로 명시돼 있다. 가해자가 누구인지 가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시설 전체에 책임을 묻는 처분이 내려진 셈이다.

세종시는 피해자의 상해 정도와 시설의 안전관리 미흡, 옹호기관의 학대 판정, 법률 자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학대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행위자 개인을 처벌하는 형사 처분과 달리, 행정처분은 시설 운영자에게 관리·감독 책임을 묻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번 개선명령은 행정처분 기준상 1차 위반에 해당하는 가장 낮은 단계의 처분이다. 장애인복지법 시행규칙은 시설 이용자에 대한 부당한 체벌, 폭행, 학대 등 인권침해가 발생하면 1차 위반 시 개선명령, 2차 위반 시 시설장 교체, 3차 위반 시 시설 폐쇄로 처분을 단계적으로 강화하도록 정한다.

현재, 이 사건은 세종경찰청 강력마약수사대가 원점에서 재수사하고 있다.

재수사를 통해 가해자가 특정되거나 기존 수사 결과와 다른 결론이 나올 경우 처분에 영향이 있을지를 두고, 세종시는 사실상 선을 그었다. 이미 학대로 결정해 처분이 나간 만큼, 일반적인 학대로 확인되는 경우라면 변경할 일이 없다는 것이다.

다만 조직적이고 장기간에 걸쳐 이뤄졌고, 고의성과 악의적 의도가 있었다는 점이 수사로 확인되는 극히 예외적일 때만 재검토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런 입장이 법적으로 확정된 결론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행정처분은 처분 당시 확인된 사실관계를 근거로 내려지는데, 그 이후 가해자 특정이나 학대 경위처럼 처분의 핵심 근거가 되는 새로운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면 행정청이 별도의 처분을 할 수 있다는 게 행정법의 일반적인 원리다.

절차나 형식상 하자로 취소된 처분을 보완해 다시 낸 처분이 기존 처분과 별개로 인정된다는 대법원 판례 역시, 행정처분이 한번 내려졌다고 해서 절대 불변은 아니라는 의미로 연결된다.

가해자가 누구인지, 학대가 어느 정도로 조직적이었는지는 처분의 핵심 근거에 해당하는 사실관계인 만큼, 재수사로 이 부분이 새롭게 확인된다면 세종시가 기존 처분을 그대로 둘 수밖에 없는 것은 아니라는 해석도 나온다.

세종의 한 장애인 거주 시설에서 학대 의혹으로 전치 12주 판정을 받은 피해자 A씨의 환부. 피해자 가족 측 제공세종의 한 장애인 거주 시설에서 학대 의혹으로 전치 12주 판정을 받은 피해자 A씨의 환부. 피해자 가족 측 제공
장애인단체는 아예 처분 수위 자체를 문제 삼고 나섰다. 세종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지난달 24일 조상호 세종시장 당선인을 만나 학대 의혹이 불거진 시설의 즉각 폐쇄와 탈시설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문경희 세종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는 "폭행이 발생한 거주 시설은 즉각 폐쇄하고 이용자들의 자립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며 "조 당선인은 직무 시작 전이라 관련 내용을 알아보겠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말했다.

단체는 이날 세종시청 앞에서 150일 넘게 점심 피켓 시위를 이어가며 "세종시는 더 이상 장애인 권리를 외면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문 대표는 "장애인 거주 시설에서 발생한 중대한 학대 사건을 개선명령으로 처리하는 것은 피해자의 고통을 축소하는 결정"이라며 "이번 사건은 시설 폐쇄와 탈시설 전환을 검토해야 할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단체가 요구하는 시설 폐쇄는 법령상 가장 무거운 3차 위반 처분에 해당하는데, 현재 내려진 처분은 그보다 두 단계 낮은 1차 위반 수준에 머물러 있다.

세종시가 재수사 결과와 무관하게 기존 처분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가운데, 처분 수위를 둘러싼 논쟁은 1일 취임하는 조상호 세종시장의 시정으로 넘어가게 됐다. 기존 처분에 대한 평가와 향후 추가 조치 여부를 둘러싼 판단이, 결국 새 시정의 과제로 남게 된 셈이다.

세종시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재수사 결과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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