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전재수 부산시장(왼쪽)과 국민의힘 강무길 부산시의회 의장 후보. 각 정당 제공민선 9기 전재수 부산시정이 출범한 첫날부터 부산시와 부산시의회 사이에 냉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제10대 부산시의회 전반기 의장 선출이 유력한 국민의힘 강무길 의원이 전재수 시장의 첫 공식 행사인 '부산민생 100일 비상조치' 대책회의에 불참하면서, 원 구성 협상과 맞물린 여야 간 신경전이 시장과 시의회 수장 간 힘겨루기 양상으로 번지는 분위기다.전재수 부산시장 첫 민생회의에 불참한 강무길 시의회 의장 후보
1일 CBS 종합취재결과, 이날 오전 9시 부산시청 1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부산민생 100일 비상조치' 대책회의에는 지역 경제·금융계 인사와 시민단체 관계자, 부산시 간부 등이 참석했다.
전재수 시장이 취임 직후 처음 주재한 회의로, 향후 시정을 '민생'과 '현장' 중심으로 운영하겠다는 의지를 대외적으로 천명하는 자리였다.
민선9기 전재수 부산시장은 1일 취임 이후 첫 일정으로 '민생100일 비상조치 대책회의'를 주재했다. 송호재 기자당초 이 자리에는 제10대 부산시의회 전반기 의장으로 사실상 선출이 유력한 국민의힘 강무길 의원도 초청됐다.
앞서 부산시 홍순헌 정책협치특보와 반선호 대외협력보좌관은 강무길 의원을 찾아 민생 비상조치 회의 참석을 요청했다.
강 의원은 처음에는 "아직 의장 후보 신분인데 참석하는 것이 적절한지 모르겠다. 교육감 취임식도 같은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다"며 제안을 고사했다.
그러나 홍순헌 특보 등 특보진이 "사실상 의장 아니냐"며 참석을 거듭 요청하자, 강 의원은 취임 회의 전날 낮에 참석 의사를 밝혔다.
상황은 두 시간여 뒤 급변했다.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의원 당선인들이 의장 선거에 강승주(강서1) 당선인을 후보로 내고, 해양도시안전위원장과 건설교통위원장 선거에도 후보를 내겠다고 전격 발표하면서다.
이후 강무길 의원은 불쾌감을 드러내며 1일 전재수 시장 취임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강 의원은 민주당의 의장 후보 출마 선언 이후 전재수 시장과 홍순헌 특보 측의 연락에 응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의회 내부에서는 민주당이 의장 후보를 내기로 한 결정이 강 의원의 불참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의힘 한 시의원은 "강무길 의원은 아직 의장 후보 신분인 만큼 시장 취임 행사에 참석하는 것이 적절한지 고민하고 있었다"며 "하지만 부산시 특보진이 '사실상 의장 아니냐'며 참석을 요청해 이를 받아들였는데, 불과 2시간 뒤 민주당이 의장 후보를 내겠다고 발표하면서 불쾌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견발표 놓고 부산시의회 여야 원내대표 '기싸움'
갈등의 중심에는 부산시의회 원 구성 협상도 자리하고 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제안한 제2부의장직 수용을 거부하고, 해양도시안전위원장과 건설교통위원장 배분을 요구하고 있다.
또 의장 선거에 후보를 내기로 한 이유로 '정견발표 기회 확보'를 들고 있다.
박종철 국민의힘 부산시의회 원내대표(왼쪽)와 한갑용 더불어민주당 시의회 원내대표(오른쪽). 각 정 당 제공한갑용 민주당 시의회 원내대표는 CBS와의 통화에서 "부산시의회 규정상 의장과 부의장 후보만 본회의에서 정견발표를 할 수 있다"며 "소수당의 목소리와 협치의 필요성을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의장 후보를 내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정견발표 기회만 보장된다면 의장 후보를 철회할 수 있다는 입장을 국민의힘 측에 전달했고, 답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박종철 국민의힘 시의회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조건 없이 의장 후보를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 원내대표는 "의장 후보 철회를 조건으로 정견발표를 요구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우선 조건 없이 의장 후보를 철회한다면 정견발표 문제는 충분히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또 전재수 시장이 당선인 시절 "상임위원장을 모두 가져가고 부의장만 민주당에 줄 거라면 국민의힘이 다 맡으라"고 발언한 데 대해서도 "독립된 헌법기관인 시의회의 원 구성에 시장이 개입한 것"이라며 "부적절한 발언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부산시의회 원 구성을 둘러싼 여야 원내대표 간 힘겨루기가 전재수 시장과 국민의힘 사이의 갈등으로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협치 첫 단추부터 삐걱
제10대 부산시의회는 전체 48석 가운데 국민의힘이 37석, 민주당이 11석을 차지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의장과 제1부의장, 7개 상임위원장 후보를 모두 선출했으며 민주당에는 제2부의장직만 제안했다.
민주당은 "의전용 자리만 받는 들러리는 서지 않겠다"며 이를 거부한 상태다.
결국 전재수 시장 취임 첫날부터 부산시와 시의회, 국민의힘과 민주당 모두가 얽힌 복합적인 힘겨루기가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민생 회복을 전면에 내건 전재수 시정과 새 시의회가 출범 첫날부터 원 구성과 협치 문제를 둘러싸고 팽팽히 맞서고 있다"며 "향후 시정 운영 과정에서도 시장과 시의회 사이의 관계 설정이 중요한 변수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