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광주 여학생 피습 살인 사건' 범인 장윤기의 아버지가 현직 경찰 신분으로 증거를 인멸하고도 친족 간 특례에 따라 처벌을 피한 데 대해 "참담하고 황당한 일"이라고 밝혔다.
정 장관은 지난 1일 자신의 SNS에 "'광주 여학생 피습 살인 사건'의 범인인 장윤기의 아버지가 현직 경찰 신분으로 주요 증거를 인멸했던 사실이 드러났다"며 이같이 적었다.
정 장관은 "다행히 경찰 수사에서 압수되지 않았던 해당 증거들의 존재 사실을 검찰 보완수사 단계에서 확인해 장윤기의 성범죄 의도를 밝혀냈고, 당초 경찰이 송치했던 단순 살인이 아닌 '강간목적살인죄' 등으로 재판에 넘겼다"고 밝혔다.
단순 살인죄는 형량 하한이 징역 5년이지만, 강간목적살인죄는 사형 또는 무기징역만 선고할 수 있다.
정 장관은 "현직 경찰관인 아버지가 중요 증거를 인멸했음에도 곧바로 제재하기가 어려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형법 제155조 4항은 타인의 형사사건 증거를 인멸하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7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지만, 친족이 가족을 위해 저지른 경우 처벌하지 않는다.
정 장관은 '친족 특례'를 두고 "자신의 가족을 감싸고자 하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혈연적 본성을 사법 관점에서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12월 유사한 취지로 가족 간 절도, 사기 등 재산범죄의 처벌을 면제해주던 '친족상도례' 규정도 시대의 흐름에 맞게 폐지한 만큼, 이 특례 역시 개선돼야 할 부분은 없는지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고(故) 이채원(16)양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합당한 처벌이 내려질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광주지검 등에 따르면 장윤기가 구속 상태로 수사받던 중 그의 주거지에서 사람 모양 성인용품인 이른바 '리얼돌' 여러 개와 휴대전화 등이 사라진 것으로 파악됐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보완수사 과정에서 현직 경찰 간부인 장윤기의 아버지가 아들이 살던 원룸의 리얼돌 등을 폐기한 정황을 확인했다.
앞서 경찰은 범행 당일 장윤기 거주지에서 가슴과 목 부분이 날카로운 도구에 훼손되고 여러 조각으로 나뉜 리얼돌을 발견하고 성범죄 연관성을 추궁했으나, '우발적 범행'이라는 장윤기의 주장을 뒤집지 못했다. 경찰은 장윤기가 아르바이트 동료였던 20대 외국인 여성 A씨에게 일방적으로 호감을 표시했다가 거절당하자 분풀이 대상으로 이양을 살해한 것으로 보고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검찰은 경찰이 리얼돌을 촬영해둔 영상을 토대로 증거 확보에 나섰고, 장윤기의 아버지가 리얼돌을 해체한 뒤 광주 지역 여러 곳에 나눠 버린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장윤기에게 강간 등 살인죄를 새로 적용했지만, 아버지에 대해선 형법상 친족 간 특례를 들어 증거인멸 혐의로 형사 입건하지 않았다.
장윤기는 지난 5월 5일 오전 0시 10분께 광주 광산구 월계동의 인적 드문 보행로에서 이양을 성폭행 목적으로 납치하려다 여의치 않자 흉기를 휘둘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장윤기가 이양을 등 뒤에서 제압해 차량 쪽으로 끌고 가려 한 점, A씨를 상대로 한 성폭행과 수법이 일치하는 점 등을 근거로 성폭행 계획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했다.
공소사실에는 지난해 6~7월 지역아동센터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하던 시기 여중생의 허벅지 등 신체를 7차례 몰래 촬영한 혐의도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