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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센느에 빠진 러닝 기자…거제 언덕 12㎞ 뛰었다 '메이를 위해'[페이스메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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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섭의 페이스메이커, 러닝의 모든 것

사람들은 왜 달릴까요? 러닝은 단순한 운동이 아닙니다. 누군가에게는 도전이고, 누군가에게는 치유이며, 누군가에게는 삶의 방식입니다. 기자가 직접 달리고, 만나고, 묻습니다. '페이스메이커'는 러너들의 삶과 문화, 그리고 달리기 너머의 이야기를 담는 '러너리즘(Runnerism)'을 지향합니다.

[리센느에 빠진 러닝 기자…'사심 가득' 거제 탐방기①]

'거제 뛰어가기' 약속 중인 리센느 멤버 메이. 'RESCENE' 유튜브 채널 캡처'거제 뛰어가기' 약속 중인 리센느 멤버 메이. 'RESCENE' 유튜브 채널 캡처
▶ 글 싣는 순서
①리센느에 빠진 러닝 기자…거제 언덕 12㎞ 뛰었다 '메이를 위해'
②리센느에 빠진 러닝 기자…거제 7.8㎞ 달리기 '7월 8일 컴백 기념'
③리센느에 빠진 러닝 기자…거제 '덕연이 친구'를 만나다

"저 그럼 그거 할게요. 거제까지 뛰어가기."

대세 그룹 '리센느(RESCENE)' 멤버 메이가 팬들과 한 약속입니다.

메이는 지난 5월 리센느 노래 'LOVE ATTACK'이 음원 차트 역주행을 시작하자, 100위 안에 들면 경남 거제까지 뛰어가겠다는 공약을 내걸었습니다.

불가능해 보였던 '100위 진입'은 현실이 됐습니다.

약속 2주 만에 'LOVE ATTACK'은 한 음원 차트 톱100에 자리 잡았습니다. 거제까지 뛰어 가게 된 메이와 리센느는 부랴부랴 공식 SNS를 통해 팬들의 걸음을 기부받겠다는 내용의 이벤트를 공지했습니다.

리센느 열성팬, 이우섭 기자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습니다.

지루했던 일상에 침투한 리센느의 매력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던 터. '리센느의 귀염둥이' 메이를 돕기 위해 발 벗고 나서기로 했습니다. 비록 서울에서 거제까지 달릴 수는 없었지만, 직접 거제를 뛰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거제 최남단 한 바퀴…메이 위해 12.44㎞ 달리다

이 기사는 기자가 직접 뛰며 작성했습니다.이 기사는 기자가 직접 뛰며 작성했습니다.
출발지는 거제시 남부면 저구리에 위치한 저구항.

저구항에서 출발해 근포땅굴, 홍포 마을, 여차몽돌해수욕장, 다포리를 거쳐 다시 저구항으로 돌아오는 순환 코스였습니다. 거제 최남단 해안을 크게 한 바퀴 도는 길입니다.

달린 거리는 총 12.44㎞. 영상 촬영 시간 등을 제외한 순수 러닝 시간은 1시간 06분 44초로 기록됐습니다. 평균 페이스 5분 22초의 속도였습니다.

출발 전 검색 결과, 인터넷 속에서 이곳은 '중·상급자 추천 코스'라고 소개돼 있었습니다.

그러나 실상은 달랐습니다. 급경사 오르막과 내리막이 계속 반복되면서 정상적인 페이스를 유지하기 어려웠습니다. '이게 정말 중·상급자에게 추천할 만한 코스가 맞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뛰었습니다. 리센느 메이를 위해.

'인생샷' 건지는 근포땅굴…'일몰이 예쁜' 홍포마을

저구항에서 출발해 근포땅굴을 향해 달리고 있다.  이우섭 기자저구항에서 출발해 근포땅굴을 향해 달리고 있다. 이우섭 기자
저구항에서 출발해 1.9㎞를 달리니 '근포땅굴'로 향하는 표지판이 보였습니다. 초반부터 오르막길이 펼쳐졌지만 뛸 수 있는 수준이었습니다. 페이스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초반 평균 페이스는 약 4분 35초.

근포땅굴은 1941년 일제강점기 일본군이 군사시설로 굴착한 장소입니다. 현재는 근포마을을 찾는 관광객들이 '인생샷'을 건지는 장소로 거듭났습니다. 기자가 러닝을 마친 후 다시 찾았을 때도 사진을 찍으려는 많은 관광객이 긴 줄을 서 있었습니다.

1.7㎞를 더 뛰니 '홍포마을'이 나왔습니다. 저구항을 기준으로는 3.6㎞ 지점, 평균 페이스는 4분 30초로 빨라졌습니다. 평지는 아니었지만, 뛰지 못할 정도도 아니었습니다. 초반이라 체력도 충분했습니다.

오르막 하나를 넘으니, 시원한 내리막이 이어졌습니다. 바다를 끼고 달리는 풍경은 발걸음을 가볍게 만들었습니다.

홍포마을은 아름다운 일몰로 손꼽히는 곳입니다. 특히 해가 질 무렵 붉게 물든 하늘과 푸른 바다가 맞닿는 풍경으로 유명합니다. 과거부터 '무지개 뜨는 마을'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렸습니다.

급경사 언덕의 반복…최고 절경 자랑하는 '여차홍포전망대'

러닝이 끝난 뒤 뛰어올랐던 오르막길을 다시 찾았다.  이우섭 기자러닝이 끝난 뒤 뛰어올랐던 오르막길을 다시 찾았다. 이우섭 기자
하지만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홍포마을을 지나자, 언덕은 한층 더 가팔라졌습니다. '그만둘까?' 첫 번째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다음 경유지인 여차몽돌해수욕장까지는 약4.8㎞. 그러나 1.7㎞밖에 가지 못한 뒤 발걸음을 세웠습니다.

멈출 수밖에 없었습니다. 정상 속도를 유지하며 뛸 수 있는 정도가 아니었습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겨우 언덕 하나를 넘었는데, 눈앞에는 더 높은 언덕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번 고개만 넘으면 끝이겠지'라는 기대는 번번이 무너졌습니다.

여차홍포전망대에서 바라본 바다 풍경.  이우섭 기자여차홍포전망대에서 바라본 바다 풍경. 이우섭 기자
뛰기를 포기하고 걸어서 언덕을 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마지막 고개를 넘어갈 때 예상치 못한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탁 트인 에메랄드빛 바다가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크고 작은 섬들이 시야를 가득 채웠습니다.

우연히 마주한 이곳은 '여차홍포전망대'. 거제시는 이곳을 거제 해변 중 가장 경관이 빼어난 곳이라고 소개합니다.

절경을 보고 나서 다시 힘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리센느 메이를 위해서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다포마을에서 마지막 위기…'저구항 한 바퀴' 완주 성공

다포에서 저구항으로 향하는 코스에서 만난 급경사 언덕. 이우섭 기자다포에서 저구항으로 향하는 코스에서 만난 급경사 언덕. 이우섭 기자
약 10㎞ 지점, 출발 후 약 52분 정도가 흘렀습니다. 평균 페이스는 5분 09초.

이제 최종 목적지인 저구항까지는 불과 1.7㎞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완주가 눈앞이었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시련과 마주합니다. 경사 약 18%의 높고 긴 언덕이 최종 관문처럼 버티고 서 있었습니다.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없이 많은 고개를 넘어왔는데, 가장 힘든 언덕은 제일 끝에 나타났습니다.

정신이 혼미해졌지만, 다시 발걸음을 뗐습니다. 뛰기는 불가능했고 걸어서 기나긴 언덕 끝에 섰습니다.

이제 남은 길은 내리막. 남은 힘을 모두 쏟아 마지막 스퍼트를 시작했고, 저구항으로 무사히 돌아왔습니다.

도착 지점인 저구항을 향해 막판 스퍼트를 올리는 모습.  이우섭 기자도착 지점인 저구항을 향해 막판 스퍼트를 올리는 모습. 이우섭 기자

기록 노리는 러너에게는 '비추천', 멋진 풍경 보고픈 관광객에게는 '추천'

저구항 한 바퀴 코스는 뛰어서 완주를 목표로 하는 러너에게 추천하기 어렵습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언덕 탓에 페이스를 유지하기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름다운 바다 풍경을 보며 천천히 뛰기를 원하는 러너라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달리는 내내 푸른 바다와 크고 작은 섬들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언덕을 하나 넘을 때마다 새로운 절경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힘든 만큼 더 큰 보상이 기다리는 코스입니다.

리센느 메이에게 12.44㎞를 기부합니다. 팬의 마음도, 거제의 풍경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달리기의 즐거움도 함께 품은 러닝 코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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