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검색
  • 댓글 0

실시간 랭킹 뉴스

"당신이 나의 숲입니다"…신영복 10주기에 띄우는 늦은 답장

노컷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

노컷뉴스를 선호 하는 출처로 추가

이 시각 추천뉴스를 확인하세요

관계·연대·글쓰기·평화로 이어지는 사유의 유산

연합뉴스·돌베개 제공연합뉴스·돌베개 제공
신영복 선생이 세상을 떠난 지 10년. '당신이 나의 숲입니다'는 그가 남긴 글과 사유에 오늘의 독자들이 보내는 늦은 답장이다.

책의 출발점은 신영복 선생이 '더불어숲'에서 남긴 한 문장이다.

"나는 당장 당신의 답장을 받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언젠가 나는 당신의 답장을 읽어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감옥에서, 여행지에서, 강의실에서 끊임없이 엽서를 띄우듯 글을 써온 선생에게 이 책은 10년 만에 도착한 답장이다.

김명인, 김미옥, 김하나, 김중미, 정지우, 정희진, 최재봉, 강원국, 이동국 등이 참여해 각자의 방식으로 신영복을 다시 읽는다. 글들은 단순한 추모문이 아니라, 그의 언어가 오늘의 삶 속에서 어떻게 다시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사유의 기록에 가깝다.

김미옥 작가는 '숲에서 보내는 편지'에서 오래전 강연장 뒷줄에서 신영복 선생을 바라보던 기억을 꺼낸다. 그는 "말과 글과 삶이 일치하는" 사람으로 신영복을 떠올리며, 뒤늦게나마 "당신이 나의 숲입니다"라고 고백한다.

김하나 작가는 '관계'의 힘에 주목한다. 보행 보조기를 끌고 지나가는 노인의 소리를 알고 난 뒤 불쾌함이 사라진 경험을 통해, 신영복식 사유가 결국 '보고 만나는 일'에서 시작된다고 말한다. 관계가 생기면 세계는 달라진다는 것이다.

김중미 작가는 신영복의 '하방연대'를 자신의 공부방 아이들과 연결한다. 가난하고 약한 이들이 서로 기대지 않으면 희망을 만들 수 없다는 믿음은, 신영복이 말한 낮은 곳으로 흐르는 연대의 감각과 맞닿아 있다.

정지우 작가는 '강의'를 통해 동양고전을 다시 읽는 의미를 짚는다. 인공지능이 무수한 문장을 만들어내는 시대일수록 우리를 붙잡아줄 것은 깊이 뿌리내린 말, 사람과 사람의 만남을 회복시키는 고전의 문장이라고 본다.

정희진 작가는 신영복의 평화를 '취약한 몸들이 서로 의지하는 세상'으로 읽는다. 그는 약한 사람에게 "열심히 하라"고 말하는 사회의 폭력성을 비판하며, 신영복의 사유가 강한 의지보다 약함과 의존의 윤리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고 말한다.

강원국 작가는 신영복의 글쓰기를 "삶이 글이 되고 글이 삶이 되는" 경지로 설명한다. 신영복의 문장이 오래 살아남은 이유는 아름다운 표현 때문만이 아니라, 그 말처럼 살고자 했던 한 생애가 문장 안에 스며 있기 때문이다.

'당신이 나의 숲입니다'는 신영복을 과거의 지식인으로 기념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경쟁과 각자도생이 당연해진 시대에 관계, 만남, 연대, 약함, 글쓰기의 의미를 다시 묻는다. 선생은 부재하지만, 그가 남긴 말들은 여전히 우리 삶의 방향을 묻는 숲으로 남아 있다.

김명인·강원국·김미옥 외 지음 | 돌베개



0

0

실시간 랭킹 뉴스

오늘의 기자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