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자 국제유가가 급등한 9일 서울의 한 주유소에서 시민들이 주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놓고 미국과 이란이 다시 충돌하면서 국내 산업계에도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나프타 가격 상승, 해운업계의 물류비 부담 가중과 함께 고환율 지속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 압박까지 더해졌던 위기가 반복될 수 있어서다.
다만 아직 원유 공급이 크게 줄지 않았고 수급 다변화도 상당 부분 이뤄진 만큼, 전쟁이 장기화되더라도 이전과 같은 '공황급' 위기가 반복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또 꿈틀대는 유가…확전 가능성에 트럼프 "이란, 합의 원해"
10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국제유가는 주간 기준 6% 가량 급등하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날 기준 배럴당 73달러 선을, 브렌트유도 78달러에 육박했다.
유가가 다시 오르면서 배럴당 100달러선을 넘나들던 지난 3~5월 때처럼 공급망이 또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안정세에 접어들었던 유가가 다시 불안해지면 원자재인 나프타도 가격 상승 압박이 커지고, 비(非) 중동 지역에서 원유를 수입해 올 경우 물류비 부담 가중이 필연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에는 이란이 미국과 가까운 사우디아라비아나 카타르 국적의 대형 LNG 운반선과 선박 등을 직접 타격하면서 일각에서는 확전 가능성도 언급하고 있다. 사우디까지 전선이 확대될 경우 그동안 호르무즈 해협의 핵심 대체 우회로로 활용해 온 얀부항 경로가 막힐 수 있다. 충돌 수위가 계속 올라갈 경우 자칫 3~5월 때보다 공급망 전반에 가해지는 타격과 불확실성이 한층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를 의식한 듯 8일(현지시간) 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일정을 마치고 워싱턴으로 돌아오는 전용기에서 취재진에게 "이란이 조금 전 전화를 걸어왔다. 이들은 합의를 간절히 원한다"고 주장했다. 다시 합의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상황 악화를 수습하려는 듯한 모양새다.
연합뉴스갇힌 배들 대부분 탈출…가격 변동성엔 예의주시
국제 유가가 다시 꿈틀대면서 산업 현장에서는 다시 긴장의 끈을 바짝 죄이는 모습이다.
다만 이전처럼 극심한 물량 마비나 공급 차질이 재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는 희망 섞인 관측도 없지 않다. 호르무즈 해협이 재개방된 동안 원유를 상당 부분 확보했다는 게 주요 근거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이후 모두 12차례에 걸쳐 우회 경로를 통해 원유를 수급했다. 아울러 해협에 갇혀있던 우리 국적 및 국적선사 운항 선박 24척 가운데 22척이 순차적으로 빠져나온 상태다. 현재 해협 내부에는 두바이 항구에서 수리 중인 선박 등을 포함해 단 2척만이 남아 있다.
아울러 국내 정유사들은 봉쇄 장기화에 대비해 사우디아라비아 서부 얀부항 등 홍해 우회로나 미주 노선 등 수입선 다변화에 속도를 내오고 있다. 전쟁이 장기화되더라도 물량 확보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보는 것이 대체적인 분위기다.
석유화학 업계에서 이미 생산 설비를 줄인 만큼 현재 원유 공급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것도 이같은 배경에서다. 앞서 석유화학 업체들은 대규모 구조조정 등 생산 설비 감축을 진행해 왔다.
업계 관계자는 "산업계에서는 '트럼프발(發) 중동 리스크'를 올해 11월 중간선거까지는 상수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에, 이에 맞춰 원유 수입선을 다변화하고 도입량을 조절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전쟁 장기화에 대한 근본적인 우려는 여전하다. 중동 국가들의 증산 여력이 부족해지고, 원가 상승폭이 커질 수록 인플레이션이 심각해 질 수 있다는 점은 기업들의 수익 구조 악화는 물론 전반적인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정유업계에서는 정부가 석유 최고가격제를 유지하는 동시에 정유사들에 대한 손실 보전도 진행하고 있는 만큼, 급격한 기름값 상승은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석유 최고가격제를 유지하되 이에 따른 1차 손실 정산을 진행하고 있어 정유사들은 4분기쯤 1차 손실에 대한 보전을 받을 것"이라며 "유가가 다시 오르더라도 어느 정도 안정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최고가격제가 시행된 3월 13일부터 6월 30일까지 1차 손실액에 대한 신청을 받고 있는 동시에 7차 석유 최고가격제도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