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 참석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한국은행이 통화정책을 긴축으로 전환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6일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0.25%포인트(p) 인상했다. 지난 2023년 1월(연 3.25→3.50%) 이후 3년 6개월만이다. 금통위원 7명 전원이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앞서 금통위는 경기 부양을 위해 2024년 10월과 11월, 지난해 2월과 5월 네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총 1.00%p 인하했다. 비상계엄 사태에 따른 정치적 혼란과 국내 건설경기 악화, 미국 상호관세 충격 등 대내외 악재가 겹친 데 따른 것이었다. 이후 1년2개월 동안 기준금리를 8연속 동결하다가 드디어 긴축으로 통화정책 방향을 전환했다.
신현송 총재 "기준금리 인상 기조 지속 필요"
신현송 한은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성장, 물가, 금융안정 세 가지 측면 모두 금리인상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전개됨에 따라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신 총재는 특히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며 추가 금리 인상을 공식화했다. 이어 "추가 인상의 시기와 속도는 입수되는 데이터를 토대로 물가상승 압력의 정도와 경기 개선 흐름, 금융안정 상황 등을 점검하면서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속도'라는 표현이 등장하면서 시장에선 추가 인상을 상수로 놓고 그 횟수와 강도에 초점이 맞춰지는 분위기이다.
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데 경기는 반도체 수출 호조에 힘입어 개선 움직임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릴 여유가 생긴 것이다.
물가는 올해 2월 말 미국-이란 전쟁 발발 이후 국제유가가 치솟으면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1~2월에는 목표치인 연 2.0%를 유지했지만, 3월 2.2%, 4월 2.6%에 이어 5월(3.1%)과 6월(3.2%)에는 3%선마저 뚫었다.
신 총재는 "물가상승률은 국제 유가가 하락했지만 그간 높아진 비용 및 환율의 영향이 지속되고 소득 개선에 따른 수요측 압력도 점차 확대되면서 상당 기간 높은 수준을 나타낼 것"이라고 밝혔다.
증시 호황과 집값 급등에 따른 가계부채 증가도 금리 인상의 이유였다.
지난달 말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1189조4천억원으로 한 달만에 7조6천억원 늘어 1년 10개월 만에 가장 많이 늘었다. 국내증시 호조로 빚을 내 주식투자를 하는 '빚투'가 늘어난데다 주택 수급 우려로 수도권 집값이 연 10~15% 오르면서 주택. 관련 대출도 증가한 영향이다.
"성장률 전망치 2.6% 상향 조정…수요 쪽 물가상승 압력 유의"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반면, 성장률은 크게 개선되면서 금리 인상의 부담을 덜고 있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0%에 그쳤지만 올해 1분기는 1.8%로 2020년 3분기(2.3%) 이후 5년 6개월 만에 최고치였다. 명목 기준으로는 10.5% 성장해 50년 만에 가장 높았다. 올해 연간 경상수지 흑자 규모도 역대 최고였던 지난해 1230억5천만달러의 두 배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정부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3.0%, 한은의 5월 전망치는 2.6%이다. 신현송 총재는 "지금 판단으로 2.6% 성장률은 너무 낮다"면서 "8월 통화정책회의 때는 상당폭 상향 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를 떠받치는 부담이 사라진 것은 고사하고 오히려 소득 증가에 따른 수요 측면의 물가압력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신 총재는 "반도체 수출이 워낙 잘돼 1분기 실질 GNI(국민총소득) 증가율이 13.2%가 나왔다"며 "계속 된다면 수요 쪽 물가상승 압력에 유의해야 하며 당초 예상보다 크고,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환율 측면에서도 기준금리 인상은 원화의 기초가치 회복에 도움이 된다. 한국과 미국(연 3.50~3.75%)의 정책금리 격차는 1.00%p로 축소됐다.
"물가 목표 안정 확산까지 대응"…2~3차례 추가 인상 전망
이제 관심은 한은의 긴축 기조가 언제까지 지속되느냐이다.
신 총재는 "통화정책을 수행하는 데 있어서 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까지 안정적으로 수렴한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8월 기준금리 연속 인상 여부에 대해선 "통화 정책의 경로는 사전에 결정해서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앞으로 나올 데이터가 중요한 게 많이 있어서 한 쪽으로 단언할 수 없다"며 즉답을 피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몇 차례 '살아있는 회의'(Live Meeting)를 통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정책을 펴겠다"면서 "다음주 발표되는 2분기 국민소득 통계와 7월 물가 등을 주의깊게 볼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선 최소 3%에서 내년 추가 인상을 통해 3.25~3.5% 수준까지 오를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금리가 주가 좌우? 100% 동의 안해"
한편, 신 총재는 한은의 통화 긴축 기조가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확장 정책과 엇박자를 낼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원칙론으로 반박했다.
그는 "재정 정책이 경제 전반의 성장 여력을 증가시킬 수 있는 투자로 이어진다면 반드시 통화 정책과 엇박자가 안 될 수도 있다"면서 "특히 생산성을 높여서 잠재성장률을 높인다면 통화정책과 부합한다고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주택시장 과열과 금리 인상의 효과와 관련해서는 "통화 정책으로 집값을 잡는 것은 무리"라면서 "거시 건전성 정책을 사용하고, 통화 정책도 보완적인 역할을 하면서 서로의 효과를 증대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날 기준금리 인상 이후 증시가 급락한 것과 관련해 긴축 기조 전환이 증시 조정의 방아쇠가 될 수 있다는 지적에는 "주가가 변동성이 커졌지만 금리가 주가를 좌우한다는 평가는 100% 동의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반도체 기업 주가보다는 반도체 가격 그 자체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신 총재는 "앞으로 AI산업이 새로운 경제의 가장 중요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요소로 된다면 AI 밸류체인의 핵심 국가로 수혜를 보는 한국경제의 미래에 시사하는 점이 상당히 많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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