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리전트 아이웨어 워비파커 디자인. 삼성전자 제공삼성전자가 스마트 AI 안경 '인텔리전트 아이웨어'의 새로운 디자인을 공개했다. 지난 5월 구글 I/O에서 제품 콘셉트를 처음 선보인 데 이어 두 달 만에 디자인과 활용 구상을 구체화하면서, 메타가 주도하는 스마트 AI 안경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기기와의 연동, 구글의 제미나이 AI와 안드로이드 XR 생태계, 일상적인 착용감 등을 차별화 요소로 내세웠다.
아직 세부 사양과 가격 등이 공개되지 않았는데 높은 가격에 걸맞은 활용도를 확보할 수 있을지는 과제로 남는다. 카메라를 통한 불법 촬영과 사생활 침해 우려를 불식시키는 것도 시장 대중화를 위해 해결해야 할 문제로 꼽힌다.
연평 18.5% 성장…2035년 626억달러 전망
들고 다니는 컴퓨터 스마트폰, 차고 다니는 컴퓨터 스마트워치. 이제는 얼굴에 쓰고 다니는 스마트 AI 안경이 점차 관심을 받고 있다. 안경이나 선글라스 형태에 카메라와 마이크, 스피커, 디스플레이, 인공지능(AI) 등의 기술이 결합된 스마트 AI 안경 시장은 이제 막 초기 단계로, 갈수록 그 시장 규모가 커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시장조사기관 마켓그로스리포트가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스마트 AI 안경 시장 규모는 2024년 93억8882만 달러에서 2025년 111억2576만 달러로 18.5% 성장했으며, 2035년에는 626억375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이 기관은 2026년부터 2035년까지 연평균 성장률을 18.5%로 예상했다.
스마트 AI 안경은 번역이나 통역, 피트니스, 길 찾기 등 일반적인 경험에서 의료나 산업 현장에서 필요한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마켓그로스리포트는 미국 스마트 안경 시장이 소비자용 기기를 넘어 기업과 의료 현장으로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산업 현장의 원격 지원과 물류창고 피킹 등이 주요 활용처로 부상하고 있으며, 스마트 안경 도입으로 일부 현장에서는 작업자 생산성이 약 25%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 시장은 사실상 메타가 독점한 상태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메타의 세계 스마트 AI 안경 시장점유율은 85.2%다. 2·3위는 중국의 로키드와 샤오미가 추격하고 있으나, 점유율이 각각 3.9%와 3.5%에 그쳐 메타와의 격차가 크다.
미국 글로벌 투자은행 제프리스는 "스마트 안경은 개선할 부분이 존재하지만, 메타는 현재 대규모 출하를 진행 중인 유일한 플레이어로 선발 주자의 이점을 누리고 있다"며 "애플워치와 비슷한 보급률을 가정하고 스마트 안경의 평균 판매단가를 400달러로 잡는다면 향후 몇 년 안에 140억~180억 달러(약 20조~26조 원) 규모의 하드웨어 매출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관측했다.
갤럭시·안드로이드 생태계…메타에는 없는 것
인텔리전트 아이웨어 젠틀몬스터 디자인. 삼성전자 제공삼성전자는 지난 22일 갤럭시 언팩 2026에서 인텔리전트 아이웨어의 새로운 디자인을 공개했다. 지난 5월 구글 I/O 2026에서 젠틀몬스터와 워비파커가 디자인한 제품 2종을 처음 선보인 데 이어 두 달 만에 디자인과 활용 구상을 보다 구체화했다.
이번 제품은 삼성전자가 갤럭시 기기를 통해 축적한 하드웨어 기술력을 안경 형태로 확장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사용자가 익숙한 폼팩터(하드웨어 기기의 크기, 모양, 물리적 외형이나 구조)에 AI 기능을 탑재해 일상 속에서 '핸즈프리'를 경험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아직 제품이 출시되지 않아 구체적인 사양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경쟁제품 '레이밴 메타'보다 가볍고 오래 사용할 수 있는 편리함이 강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재인 삼성전자 확장현실(XR) 개발팀 부사장은 지난 23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올드 빌링스케이트 전시장에서 "메타를 포함한 경쟁사와 삼성전자의 제품은 접근 방식이 다르다"면서 "삼성 글라스가 경량화하고 편하게 쓰는 착용감 측면에서 강점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SNS 서비스 기반으로 성장한 메타와 달리 삼성전자에게는 '갤럭시 생태계'가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메타 제품과 달리 스마트폰이나 워치 등 사용자가 함께 쓰는 다른 갤럭시 제품들이 AI 글라스에 탑재될 기능들을 돕기 때문에 경량화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레이밴 메타의 배터리 사용시간은 최대 8시간, 무게는 50g이다. 삼성전자의 제품은 무게는 더 가볍고 배터리도 1회 충전으로 최대 9시간 사용이 가능할 전망이다.
또 다른 삼성전자의 강점은 구글과 함께 구축한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 XR이다. 안드로이드 XR은 삼성과 구글이 이미 함께 꾸려가는 OS 생태계인 만큼 스마트폰에서 했던 것처럼 여러 기업들이 함께 같은 OS를 이용하며 플랫폼을 강화할 수 있다. 삼성은 지난해 이미 갤럭시 XR 헤드셋을 출시했고, 중국 XR 기업 엑스리얼(XREAL)도 구글의 안드로이드 XR을 기반으로 한 '프로젝트 아우라'를 개발하고 있다.
구글 안드로이드 생태계 부문 사장 사미르 사마트(Sameer Samat)는 "구글과 삼성전자는 사용자의 상황을 이해하고 필요한 도움을 직관적으로 제공하는 AI 경험을 구현해 나가고 있다"며, "안드로이드 XR 기반의 인텔리전트 아이웨어를 통해 제미나이 AI와 디자인 경쟁력을 갖춘 핸즈프리 경험을 빠른 시일 내 선보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사생활 침해' 논란과 향후 과제
삼성전자가 스마트 AI 안경 제품을 출시한 배경에는 로봇 등 피지컬AI 분야를 염두에 둔 포석이란 분석도 나온다. 피지컬AI 분야에서 핵심으로 꼽히는 1인칭 영상 데이터를 수집하기 용이해서다. 사용자 시점에서 주변 상황을 인식해 판단하고 결정하는 작업을 연속적으로 수행하는 로봇 등에게 1인칭 영상 데이터는 뛰어난 학습 자료다.
삼성전자는 최근 로봇 사업 조직 'RX(로보틱스 경험) 사업추진실'을 노태문 대표이사 사장 직속으로 신설했다. 로봇 관련 역량과 기술 경쟁력을 하나로 결집하고, 중장기 로봇 전략 수립부터 핵심기술 개발, 사업화까지 아우르는 통합 추진체계를 구축해 사업 기회를 본격적으로 창출해 나갈 계획이다.
다만, 스마트 AI 글라스의 용도가 명확하지 않아 대중적인 호응이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에 달하는 고가 제품이지만, 아직까지 사용자들의 일상을 크게 변화시킬 만한 기능이 없다는 지적이다. 레이밴 메타가 2025년 700만대 정도가 팔렸는데, 1억대가 넘게 팔리는 스마트워치나 10억대 이상 출된 스마트폰에 비하면 현재까지는 매우 작은 시장 규모다.
또 인터넷에 연결된 카메라가 수시로 촬영할 수 있는 기능은 사생활 침해 논란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도촬이나 부정행위도 가능하다는 면에서 부정적 인식도 다소 확산하고 있다. 이에 애플은 당초 올해 말 스마트 AI 안경을 선보일 예정이었지만, 첫 공개 일정을 내년으로 미루기도 했다.
삼성전자 최재인 모바일경험(MX) 부사장은 최근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동영상 촬영 사실을 알리는 LED 표시등이 가려지거나 식별할 수 없게 되면 촬영이 자동으로 차단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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