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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탄소 파고, 기업 혼자선 못 넘는다…전문가들 "산단 공동 전환"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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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탄소중립은 더 이상 환경 정책의 영역에만 머물지 않는다. 유럽연합 탄소국경조정제도는 올해 1월 인증서 제출이 의무화되는 확정기간에 들어갔다. 국내 대기업은 협력업체에 탄소배출 감축계획서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조선기자재와 자동차부품, 금속가공 같은 중소 제조업이 밀집한 부산에는 곧바로 생존의 문제다. 부산CBS는 부산상공회의소와 부산연구원의 최신 실태조사, 부산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 이행점검 자료를 토대로 지역 제조업의 탄소중립 대응 수준과 과제를 세 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마지막 순서로 개별 기업 지원을 넘어 산업단지 단위 공동 전환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제언을 담았다.

[제조업 탄소중립 무방비③]
전문가들 "영세업체 개별 지원 한계…산업단지 묶어 공동 대응해야"
서부산 6개 산단 49.9㎢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지정, 제도 여건 갖춰
부산연구원, 서부산권 RE100 산단 조성 구상…해상풍력 실현 땐 보급률 144%
전문가들 "AI만 쳐다보는 산업정책, 녹색산업 지원 병행해야"

서부산의 한 산업단지 모습. 부산경제진흥원 제공 서부산의 한 산업단지 모습. 부산경제진흥원 제공
▶ 글 싣는 순서
①열 중 여덟 "온실가스 배출량 측정 안 해"
②부산 제조업 탄소 리스크, 산단 일자리부터 삼킨다
③탈탄소 파고, 기업 혼자선 못 넘는다…전문가들 "산단 공동 전환" 제시

부산 제조산업이 탈탄소 전환에 무방비로 노출된 가운데 이를 타개할 해법으로 개별 기업 지원이 아닌 산업단지 단위의 공동 전환이 제시되고 있다.

부산연구원과 녹색전환연구소 전문가들은 영세 제조업체가 개별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전환 비용을 산업단지 차원에서 분담하는 구조로 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분산특구 지정으로 열린 제도의 문

제도적 여건은 갖춰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5일 제36차 에너지위원회에서 강서구 에코델타시티와 명지지구, 명지녹산·미음·신호·화전·생곡·국제물류도시 등 6개 산업단지 49.9㎢가 '신산업활성화형 분산에너지 특화지역'으로 지정됐다.

민간자본 2094억원을 들여 2030년까지 500MWh 규모의 에너지저장장치 단지를 조성하는 것으로, 전력시장을 거치지 않고 지역 안에서 전기를 직접 거래하는 규제특례도 적용받는다.

과제는 전력망이다. 강서구 소재 산업단지는 계통 여유가 거의 없는 상태여서, 한국전력이 오는 2027년 12월 완공을 목표로 신강서 변전소를 짓고 있다. 이 계획이 차질 없이 추진돼야 재생에너지를 받아낼 계통이 확보된다.

"서부산 산단을 RE100 후보지로"

부산연구원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구상을 내놨다. 연구원은 'RE100 산업단지 조성 방안' 보고서를 통해 서부산권 기존 산단을 RE100 산단 후보지로 꼽았다. RE100 산단은 필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하는 산업단지다.

후보지 선정은 재생에너지 비중과 산업 수요, 전력망 등 5개 지표를 토대로 부산 시내 산업단지를 전수 검토해 이뤄졌다. 국제산업물류도시와 생곡·미음산단이 묶인 동북강서 권역은 데이터센터 수요와 대규모 태양광 보급 계획이 강점으로 꼽혔다.

부산 산업단지 현황. 부산 산업단지 지원시스템 제공부산 산업단지 현황. 부산 산업단지 지원시스템 제공
녹산·신호·화전산단의 남강서 권역에는 배출권 할당대상인 철강·금속 기업이 몰려 있어 RE100 이행 수요가 가장 절실한 곳으로 평가됐다.

옛 신평·장림산단인 서부산스마트밸리는 다대포와 사하 해상풍력이 모두 실현될 경우 재생에너지 비중이 144.1%에 달해 단지 전체 수요를 채우고도 남는다는 점에서 후보지에 이름을 올렸다.

중국은 이미 가동 중인 '탄소제로 산단'

녹색전환연구소 김병권 소장은 해외 사례를 들어 산단 단위 전환의 실현 가능성을 설명했다.

김 소장은 "중국은 '탄소 제로 산업단지'를 만들어 이미 작동하고 있다"며 "해안가에 단지를 조성해 주변 해상풍력과 태양광 전기를 끌어와 특정 기업이 아닌 산업단지 전체에 공급하는데, 입주 기업 입장에서는 적어도 전기는 재생에너지로 쓸 수 있어 RE100 달성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실제, 중국 오르도스시가 2022년 세계 최초로 가동한 넷제로(Net‑Zero) 산업단지는 필요한 에너지의 80%를 단지 안 풍력·태양광과 에너지저장장치에서 생산해 연간 12억 kWh의 녹색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 이 단지의 2024년 신에너지 생산 가치는 2009억 위안으로 1년 사이 두 배로 급증했다.

김 소장은 이 같은 사례를 국내에 대입해 "탄소집약적 산업이 모여 있고 여전히 수출 경쟁력과 생존력을 갖춘 중소기업 밀집 지역에 정부가 RE100 산단을 조성해야 한다"며 "재생에너지 인프라를 적극 연계하고 저탄소 기술을 지원한다면 중소기업도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제시했다.

RE100 산업단지 전력흐름 모식도. 부산연구원 제공RE100 산업단지 전력흐름 모식도. 부산연구원 제공부산연구원 장정재 책임연구원 역시 "현재의 지원책이 개별 단위로, 영세한 기업 위주로 이뤄지고 있는데 포괄적으로 가야 한다"며 "보조금이나 저리 융자, 산업단지별로 묶어서 공동 대응하거나 재생에너지를 단위별로 공급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AI 독주 산업정책에서 벗어나야"…원청 대기업 역할론도

전문가들은 탈탄소 전환의 걸림돌이자 해결해야 할 과제로 AI에 집중돼 있는 현재의 산업정책을 지적했다.

김 소장은 "한국은 마치 미래 산업에 AI만 존재하는 것처럼 정책이 집중되고 있다"며 "AI를 전통 제조업에 접목하면 경쟁력을 높이는 데 일정 부분 영향은 줄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어림도 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어 "녹색산업을 AI 못지않게 지원해 기존 산업의 저탄소화를 측면 지원하는 논의가 공론장에서도 정책 공간에서도 잘 일어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원청 대기업의 역할도 요구된다. 장 책임연구위원은 "탄소중립 전환을 큰 기업 혼자만 하지 말고 협력업체까지 묶어서 진행해야 한다"며 "정보와 경험, 시장을 읽는 능력은 대기업이 더 나은 만큼 노하우와 기술을 공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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