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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제조업 탄소 리스크, 산단 일자리부터 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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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탄소중립은 더 이상 환경 정책의 영역에만 머물지 않는다. 유럽연합 탄소국경조정제도는 올해 1월 인증서 제출이 의무화되는 확정기간에 들어갔다. 국내 대기업은 협력업체에 탄소배출 감축계획서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조선기자재와 자동차부품, 금속가공 같은 중소 제조업이 밀집한 부산에는 곧바로 생존의 문제다. 부산CBS는 부산상공회의소와 부산연구원의 최신 실태조사, 부산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 이행점검 자료를 토대로 지역 제조업의 탄소중립 대응 수준과 과제를 세 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두 번째 순서로 탄소중립 지연이 지역 경제에 미칠 충격에 대해 살펴봤다.

[제조업 탄소중립 무방비②]
부산연구원, 지역 기업 4만 3863곳 재무·고용·에너지 데이터 분석
전환위기지수 10점 오를 때 고용 감소…경기 무관한 구조적 압력
고용감소 예상 상위 15곳 중 13곳 강서·사상·사하 집중
EU보다 빠른 국내 원청 압박…"감축계획 못 내면 납품 끊긴다"
영세사업장 많은 부산, 공급망 배제 겹치는 최악 국면엔 고용 12.6% 감소 전망

서부산의 한 산업단지 모습. 부산경제진흥원 제공 서부산의 한 산업단지 모습. 부산경제진흥원 제공 
▶ 글 싣는 순서
①열 중 여덟 "온실가스 배출량 측정 안 해"
②부산 제조업 탄소 리스크, 산단 일자리부터 삼킨다
(계속)
부산 제조업의 탄소중립에 대한 무방비가 지역 경제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경고음이 나온다. 특히, 탄소 리스크가 일자리 감소를 불러올 수 있다는 구체적인 연구결과까지 나와 위기감을 높이고 있다.    

부산연구원이 부산 소재 기업 4만 3863곳의 재무·고용·에너지 데이터를 결합해 분석한 결과 전환위기지수가 10점 오를 때마다 고용이 평균 6.3%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환위기지수는 기업이 위기를 버틸 재무 체력, 탄소 배출에 따른 비용 부담, 저탄소 전환 기술력을 합쳐 매긴 점수다. 지수와 고용 감소의 상관관계가 우연으로 보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점이 통계적으로 확인된 것이다.

코로나19 시기의 고용유지지원금 효과와 금리, 환율, 생산지수를 모두 통제한 뒤에도 음의 방향성이 남았다. 탄소규제가 경기 변동과 무관하게 작동하는 구조적 하방압력이라는 뜻이다.  

강서·사상·사하 등 서부산 산단에 몰린 위기

탄소중립 대응 지연이 고용 감소로 이어진다는 연구 결과는 지역별로 온도차가 컸다. 제조업이 밀집한 서부산에 충격이 집중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부산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예상 고용감소 인원 상위 15개 클러스터 가운데 13곳은 강서구와 사상구, 사하구에 몰렸다.

강서구 기타기계가 543명으로 가장 많았고, 강서구 자동차 389명, 기장군 자동차 361명, 강서구 금속가공 346명이 뒤를 이었다.  

사상구와 사하구의 1차금속 업종은 고용 규모는 작지만 전환위기지수가 45를 넘어 조사 대상 업종 가운데 가장 높았다. 부산 제조업 위기 클러스터 평균(43 안팎)을 웃도는 수치인데, 연구진은 연쇄 도산에 따른 공급망 붕괴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부산 사하구 장림공단. 박상희 기자부산 사하구 장림공단. 박상희 기자
기장군은 위험의 성격이 다소 달랐다. 지역 전체 지표는 양호해 보이지만 내연기관 자동차부품이라는 단일 업종에 리스크와 고용이 쏠려 있다. 미래차 전환이 늦어지면 지역경제가 한꺼번에 흔들릴 수 있는 구조로 분석됐다.  

눈에 띄는 점은 탄소 배출 지도가 위기 지형과 겹친다는 점이다. 2022년 부산 온실가스 배출량은 2612만 톤이었다. 사하구가 559만 톤으로 가장 많았다. 강서구는 424만 톤으로 2010년보다 25.8% 늘었다.  

"이미 원청이 감축계획서를 요구하고 있다"  

유럽연합 탄소국경조정제도는 2년의 전환기를 마치고 올해 1월 인증서 구매와 배출량 검증이 의무화하는 확정기간에 들어갔다.  

부산상의 조사에서 최근 5년간 거래처로부터 ESG (환경·사회·지배구조)관련 요구를 받아본 기업은 47%였다. 요구 주체의 69.8%가 국내 거래처였다. 해외 거래처는 7.5%, 금융기관은 3.8%에 그쳤다.

현장에서는 유럽연합보다 국내 원청의 압박이 앞서는 것으로 전해진다. 부산지역 모 산단 자동차부품업체들은 이미 원청업체로부터 탄소배출 감축계획서를 제출하라는 요구를 받고 있다.

부산연구원 장정재 책임연구위원은 "탄소중립은 이제 단순한 환경정책이 아니라 국제무역이나 산업 조달에 직결돼 있다"며 "대기업들이 협력업체에 배출량 산정과 감축계획을 요구하고 있어 공급망이 같이 들어가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원청업체에 납품도 못 하게 된다"고 말했다.  

유럽연합은 지난해 5월 탄소국경조정제도를 손질했다. 연간 수입 물량 50톤 이하 수입자는 면제 대상이 되면서 수입업체의 90% 가까이가 의무에서 빠졌다.  

다만 규제 범위에 남는 배출량은 여전히 99%를 넘는다. 장 위원은 "실제 탄소 배출이 많은 큰 기업에 집중하도록 제도를 바꾼 것이지 기조가 바뀐 건 아니다"라며 "면제가 되는 게 아니라 소기업에 약간의 여유를 준 정도"라고 설명했다.  

2023년 기준 부산의 5인 미만 사업장 종사자 비율은 32.7%로 전국 평균을 웃돈다. 부산연구원은 규제 강도가 한 단계 더 오르면 부산 제조업 고용이 6.3%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공급망 배제와 매출 급감이 겹치는 최악의 국면에서는 12.6%까지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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