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영화센터에서 열린 제23회 EBS국제다큐영화제(EIDF2026)에서 이두일 EIDF 사무국장이 올해 국제다큐영화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EBS 제공인공지능(AI)이 이미지를 만들고 기록의 방식을 흔드는 시대, 다큐멘터리는 무엇을 진실로 붙잡을 수 있을까. 제23회 EBS국제다큐영화제(EIDF2026)가 올해 이 질문을 정면에 세운다.
EBS국제다큐영화제는 6일 오후 서울영화센터에서 공식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해 영화제 주요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올해 EIDF는 오는 24일부터 30일까지 일주일 동안 열리며, 9개 섹션에서 28개국 64편의 다큐멘터리를 선보인다.
올해 슬로건은 '시대의 초상(Portrait of an Era)'이다. 김광호 EIDF 집행위원장은 이날 인사말에서 "인공지능은 우리의 삶과 사회를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지만, 기술이 발전할수록 더욱 집중해야 할 존재는 인간"이라며 "다큐멘터리는 데이터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인간의 삶과 감정, 사회의 변화를 기록한다"고 말했다.
영화제 포스터도 이 방향을 따른다. 흑백 필름 사진과 콜라주, 스캔 기법을 섞어 극장과 거리, 전시장, 객석의 이미지를 한 화면에 겹쳤다. 그 위에 놓인 노란 실루엣들은 관객이자 목격자, 기록자로서 시대의 초상을 함께 채우는 존재를 뜻한다.
EIDF2026 개막작 애나 피치와 뱅커 화이트 감독의 '요(Yo): 사랑은 길들지 않는 새'. EBS 제공개막작은 '요(Yo): 사랑은 길들지 않는 새'다. 애나 피치와 뱅커 화이트 감독의 작품으로, 주인공 욜란다 할머니와 감독 사이의 우정을 따라간다. 감독은 세상을 떠난 친구를 기억하기 위해 그의 집을 실제 크기의 3분의 1 규모로 재현한다.
EIDF 측은 "시간과 공간에 대한 독특한 기록 방식이 올해 슬로건과 잘 맞는다"며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대중적 재미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프로그램에서 눈에 띄는 변화는 신설 섹션이다. '다큐필'은 다큐멘터리 역사에서 중요하게 언급되는 고전 작품을 다시 살피는 섹션이다. 올해 주제는 '진실을 만드는 이미지, 권력, 선전 그리고 허상'이다. 오손 웰스의 '거짓의 F', 라울 펙의 '오웰: 2+2=5', 레니 리펜슈탈의 '의지의 승리', 존 필저의 '당신이 보지 못하는 전쟁' 등이 소개된다.
또 다른 신설 섹션은 '비전 오브 AI'다. AI가 다큐멘터리의 본질을 흐리는지, 아니면 새로운 기록의 문법을 열 수 있는지 묻는 특별 기획이다. 장편 다큐멘터리 1편과 AI로 만든 초단편 6편으로 구성됐다.
6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영화센터에서 열린 제23회 EBS국제다큐영화제(EIDF2026)에서 이원일 EIDF 프로그램 팀장이 올해 선정된 다큐영화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EBS 제공 이두일 EIDF 사무국장은 AI 섹션과 관련해 "다큐멘터리로 분류할 만한 작품을 고르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며 "다큐멘터리라는 관점에서 AI가 어떤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지 함께 고민해볼 만한 작품들로 구성했다"고 말했다. 그는 "AI가 다큐멘터리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고 어떤 논란을 낳을지는 아직 공부가 필요한 단계"라며 "이 섹션은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지는 자리"라고 덧붙였다.
경쟁 부문인 '페스티벌 초이스'에는 12편이 본심에 올랐다. 대상 1편에는 상금 1천만 원, 심사위원 특별상 2편에는 각각 700만 원, 심사위원 특별언급 2편에는 각각 300만 원이 수여된다. 본심 심사는 다큐멘터리 감독 간차훈, 영화평론가 이승민, EBS PD 임시진, 다큐멘터리 배급사 아웃룩 세일즈의 이브 롤링스, 영화감독 겸 비주얼 아티스트 크리스티안 카피에스가 맡는다.
비경쟁 추천작으로는 '아마조메니아', '폭스 언더 핑크문', '카불, 구원의 기도', '사이공 스토리', '에바 캐시디의 초상' 등이 소개됐다.
이원일 프로그램팀장은 "올해는 유난히 추천작을 고르기 어려웠다"며 "시대의 초상이라는 슬로건에 맞춰 한 시대를 대변할 수 있는 작품들을 골랐다"고 말했다.
코리안 웨이브 섹션의 '으랏차차! 씨름소년단'. EBS 제공
비전 오브 AI 섹션의 '보이지 않는 설계자' EBS 제공한국 다큐멘터리는 '코리안 웨이브' 섹션과 경쟁 부문에서 만날 수 있다. EIDF 측은 특정한 유행을 하나로 규정하기보다 20대 감독부터 기성 감독까지 세대별 관심과 감각이 다른 작품들을 고르게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사적 이야기와 공적 담론, 사회적 의제와 정서적 울림을 두루 담은 작품들이 포함됐다.
상영은 TV와 극장, 야외 공간에서 함께 진행된다. 개막식은 24일 오후 5시 일산 EBS 디지털통합사옥에서 열린다. 같은 날 밤 EBS 1TV에서는 개막 방송과 개막작 방영이 이어진다. 극장 상영은 27일부터 30일까지 메가박스 백석 벨라시타와 서울영화센터에서 진행된다. 일산 호수공원 노래하는 분수대 앞에서는 27일부터 29일까지 야외 상영이 열린다.
부대 행사도 마련됐다. 개막작 상영 뒤에는 다큐 토크가 이어지고, 서울영화센터 루프톱에서는 '서머 나이트 스크리닝'이 열린다. 한국 다큐의 세계 시장 진출을 주제로 한 포럼과 다큐 창작자를 위한 인더스트리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월드 포커스 시네마 섹션의 '안야 니드링하우스의 헤드샷' EBS 제공
다큐필 섹션의 '오웰: 2+2=5' EBS 제공이두일 EIDF 사무국장은 인더스트리 프로그램에 대해 "다큐멘터리는 상업영화처럼 많은 투자가 모이는 장르가 아니기 때문에 제작 지원과 교육, 피칭 플랫폼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올해 EIDF 인더스트리는 신진 다큐멘터리 피치, 글로벌 매칭 아카데미, 편집 지원 프로그램 등으로 구성된다. 한국 다큐멘터리의 해외 시장 진출을 돕는 K-DOCS 인더스트리도 함께 운영된다.
EIDF는 2004년 시작된 국내 최초의 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제다. 방송과 극장 상영을 함께 운영하는 방식으로, 다큐멘터리를 영화제 관객뿐 아니라 TV 시청자에게도 전해왔다. 올해 영화제는 AI 시대의 이미지, 다큐멘터리의 오래된 진실성 논쟁, 세계 곳곳의 갈등과 삶의 기록을 한자리에 놓고 관객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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