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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조선 초호황에도…'고용 위기' 예고된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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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률 6년 만에 하락 전망…실업률과 동반 악화
성장률 3% 안팎에도 취업자 증가는 10만명대
반도체·조선 고용 비중 2%도 안돼…제조·건설 부진
정부, 이르면 이번 주 청년 일자리 대책…업종별 대응도 추진

반도체와 조선이 호황을 누리고 경제성장률도 3% 안팎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올해 고용률은 6년 만에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성장을 이끄는 반도체는 산업 특성상 고용 창출력이 낮고, 고용 비중이 큰 건설업과 상당수 제조업은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고용 없는 성장'을 넘어 성장과 고용의 연결고리 자체가 약해지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정부는 이르면 이번 주 청년 일자리 회복방안을 내놓는 데 이어 제조·건설업 등 부진 업종에 대한 대응책도 마련할 방침이다.

23일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동향분석실은 이달 초 발간한 고용·노동브리프에서 올해 연간 고용률을 62.7%, 실업률을 2.9%로 전망했다. 지난해 고용률 62.9%, 실업률 2.8%와 비교하면 고용률은 0.2%포인트 떨어지고 실업률은 0.1%포인트 오른다.

전망대로라면 고용률은 코로나19 위기였던 2020년 이후 6년 만에 하락한다. 2000년 이후 고용률 하락과 실업률 상승이 동시에 나타난 것은 2003년과 2009년, 2018년, 2020년 등 네 차례뿐이다.

취업자 증가폭 전망도 크게 낮아졌다. 노동연구원은 지난해 12월 올해 취업자가 21만명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번에는 10만3천명으로 전망치를 절반 이상 낮췄다. 상반기 취업자 증가폭이 10만8천명으로 당초 예상한 22만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데 따른 것이다. 하반기 증가폭은 이보다 작은 9만8천명으로 예상됐다. 연간으로도 지난해 증가폭 19만3천명의 절반 수준이다.

①성장을 이끈 업종이 고용을 만들지 못한다

삼성전자 제공삼성전자 제공
취업자 증가 전망은 크게 낮아진 반면 경제성장률 전망은 오히려 높아졌다. 노동연구원은 이런 엇박자의 원인으로 '성장의 구성'을 지목했다.

경제성장률이 3% 안팎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데도 취업자 증가폭이 10만명대에 그칠 것으로 보는 것은 성장의 상당 부분이 반도체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올해 성장률 전망 상향분의 대부분을 만들어낸 반도체는 취업유발계수가 제조업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업황이 크게 좋아져도 그만큼 일자리가 늘어나기 어려운 산업 구조다. 수출 증가 역시 상당 부분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에 따른 것으로, 고용으로 이어지는 실질적인 생산 증가 효과는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다.

반면 전체 고용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내수와 비반도체 부문의 성장률은 예년과 비슷한 1% 안팎에 머물렀다.

노동연구원은 이를 두고 "고용이 성장에 둔감해진 것이 아니라 고용과 연계된 성장이 부진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②호황의 파급 경로가 막혀 있다

반도체 호황의 파급 효과도 아직 제한적이다. 반도체 공장 투자액의 약 70%는 장비 구입에 쓰이지만 장비 국산화율은 20% 안팎에 그친다. 올해 1분기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상장사의 평균 영업이익률도 8%로, 60~70%대인 반도체 대기업과 격차가 컸다.

대기업의 호황이 전후방 산업의 수익성 개선과 신규 채용으로 충분히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한국고용정보원은 내년 반도체 설비투자가 2375억달러로 지난해보다 17% 늘고 세계 반도체 시장도 같은 기간 8331억달러에서 1조6173억달러로 94%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투자 계획이 실제 집행돼 전후방 산업의 채용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차가 불가피하다.
 

③잘나가는 업종의 고용 규모가 작다

위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연합뉴스위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연합뉴스
잘나가는 업종의 고용 규모 자체가 작다는 점도 한계다. 고용정보원과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이 지난 19일 발표한 '2026년 하반기 주요 업종 일자리 전망'에서 고용이 '증가'할 것으로 분류된 업종은 반도체와 조선뿐이었다. 반도체는 5.1%, 8천명 늘고 조선은 2.7%, 3천명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섬유는 3.5%, 5천명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유지'로 분류된 업종 가운데서도 석유·화학은 3천명, 자동차 2천명, 금속가공과 전자·디스플레이는 각각 1천명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고용 규모를 보면 차이는 더욱 뚜렷하다. 전체 고용보험 피보험자 1578만3천명 가운데 반도체는 15만7천명으로 1.0%, 조선은 12만명으로 0.8%에 불과하다.

반면 전자·디스플레이는 76만5천명, 석유·화학 48만3천명, 자동차 40만3천명, 금속가공 33만4천명 등 고용 감소가 예상되는 업종의 덩치는 훨씬 크다. 반도체와 조선에서 일자리가 늘더라도 다른 제조업의 부진을 상쇄하기 어려운 구조다.

④호황 업종 안에서도 고용 온도차

호황 업종 안에서도 고용의 모습은 제각각이다. 고용노동부의 7월 고용행정 통계를 보면 반도체 고용보험 가입자는 11만1천명으로 1년 전보다 6200명(5.9%) 늘었다.

하지만 상위 분류인 전자·통신은 55만2천명으로 4600명(0.8%)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같은 분류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영상·음향기기 가입자가 3800명 줄면서 반도체의 증가분을 상당 부분 상쇄했다.

조선업도 선박 및 보트 건조업 가입자가 4800명 늘어 44개월 연속 증가했지만 인력난은 여전하다. 상반기 조선업 미충원율은 10.3%로 전 산업 평균 6.5%의 1.6배였다. 사람을 구하지 못한 이유로는 '요구하는 경력을 갖춘 지원자가 없어서'가 27.3%, '구직자가 기피하는 직종이어서'가 22.7%로 나타났다.

제조업 전체로 시야를 넓히면 고용의 구성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난달 제조업 고용보험 가입자는 2800명 줄었지만 고용허가제 외국인을 제외하면 감소폭은 1만5천명으로 커진다. 고용보험에 가입한 고용허가제 외국인은 27만2천명으로 1년 새 1만3천명 늘었고 이 가운데 90%가 제조업에 종사한다.

청년 줄고 임금근로자 감소…고용 지표도 '빨간불'

연합뉴스연합뉴스
고용시장의 약화는 청년과 임금근로자에서 더욱 뚜렷하다. 7월 고용보험 가입자는 1587만7천명으로 1년 전보다 27만7천명 늘었지만 증가분은 서비스업(28만5천명)에 집중됐다. 제조업은 14개월, 건설업은 36개월 연속 감소했다.

연령별로는 29세 이하 가입자가 5만7200명 줄어든 반면 60세 이상은 20만8600명 늘었다.

상용직 증가세도 빠르게 둔화했다. 상반기 증가폭은 지난해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고, 지난 5월에는 상용직 취업자 수가 1999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전년 동월보다 감소했다.

지난달 임금근로자도 2248만7천명으로 1만1천명 줄어 4개월 연속 감소했다. 임금근로자가 넉 달 이상 연속 감소한 것은 외환위기와 코로나19 위기 등을 포함해 통계 작성 이후 네 번째다.

노동수요를 보여주는 빈일자리율도 통계 작성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올해 1~5월 누적 실질임금 증가율은 0.3%로 지난해 같은 기간 1.7%보다 크게 낮아졌다.

정부, 이르면 이번 주 청년 일자리 대책…부진 업종도 손본다

정부는 우선 청년과 부진 업종을 중심으로 대응에 나선다. 재정경제부는 이형일 1차관 주재로 지난 12일 관계부처 합동 일자리전담반(TF) 회의를 열어 청년 일자리 회복방안과 업종별 고용 상황을 점검했다.

정부는 청년과 제조·건설업의 고용 감소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대외 불확실성과 기상 여건까지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범부처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이르면 이번 주 발표할 청년 일자리 회복방안에는 2030년까지 일자리 20만개와 인력 양성 20만명을 목표로 구직과 채용부터 근속·성장까지 단계별로 지원하는 방안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제조·건설·농림 등 부진 업종에 대해서도 산업 활력 제고와 인력 양성, 일자리·창업 확대, 근로여건 개선 등을 포함한 대책을 검토한다.  각 주무부처가 산업 대책을 내놓고 노동부가 고용 부문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재경부 관계자는 "업종별 대책도 지켜보고 있다"며 "청년 일자리 회복방안이 마무리되는 대로 이어서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용 없는 성장으로도 설명 부족…성장·고용 분리"

전문가들은 단순한 경기 대응보다 산업정책과 고용정책을 연결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노동문제연구소 '해방'의 오민규 실장은 "'고용 없는 성장'이라는 말로도 부족하다"며 "눈부시게 성장하는 분야는 고용이 거의 늘지 않거나 오히려 줄고, 섬유·금속가공·건설처럼 고용집약적인 산업의 성장률은 낮아지는 분리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성장률이 높은 곳에서는 그 수혜가 노동시간 단축으로 이어지도록 해 고용이 줄지 않게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신속한 고용영향평가와 함께 일자리 유지·창출에 가장 높은 우선순위를 두는 정책 설계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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