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윤지나
순식간에 지나가는 뉴스 속 진짜 중요한 이야기만 전해드립니다. 뉴스 지나갑니다. 저는 윤지나 기자입니다. 어젯밤 잠은 잘 주무셨나요? 한국인들의 평균 수면 시간은 세계 꼴찌 수준이고요. 잠이 안 와서 병원을 찾는 환자도 무려 80만 명이라고 합니다. 대체 어쩌다가 우리나라가 이렇게 심한 불면 사회가 됐는지 사회학자의 시선으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김찬호 성공회대 교수와 함께 이야기 나누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 김찬호
안녕하세요.

◆ 윤지나
수면은 의사의 영역 아닌가?왜 사회학자가 수면을 가지고 연구를 하신 거죠?
◇ 김찬호
의사들도 잘 다루지 못하는 영역 중에 하나일 것 같아요. 제가 불면증에 걸려서 여러 병원도 다녀보고 도움받기도 했어요. 근데 근본적인 치료는 여러 가지 접근이 필요하더라고요. 몸이 마음과 함께 만나서 잠이 드는 거잖아요. 그 마음은 또 사회와 같이 또 결부돼 있다 보니까 수면은 사회적 현상이다.

모멸감으로 인한 통증, 불면을 부른다
◆ 윤지나
모멸감이라는 책을 쓰셨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책에도 모멸감에 시달리며 뒤척일 때 이게 제가 사실 그 목차를 보면서 '야 이거 자주 하는데' 이러면서 봤거든요. 그래서 모멸감과 불면이 연결되는 지점은 어디일까요?
◇ 김찬호
모멸감이라는 게 내가 부정 당하는 거잖아요. '너 필요 없어' 투명인간 취급당하고 인간이 제일 두려운 게 소멸되는 거거든요. 생물학적으로는 죽음이기도 하지만 사회적으로 내가 없는 사람 취급당하는 것. 그건 거의 신체 통증에 가까운 그런 걸 느낀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실제 느껴보니까 그렇기도 하고요.

◆ 윤지나
교수님도 모멸감을 느낄 일이 있어요?
◇ 김찬호
그거 안 느끼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동네 배드민턴 클럽에 오랜만에 갔는데 쉬었다가 처음에 가니까 "당신 실력이 A, B, C 중에 몇 급이니?" (하길래) B급은 될 것 같아서 'B급'(이라고) 했는데 쳐보니까 제가 C급에 가까운 거죠. 저랑 같이 치면 다 지는 거예요. 슬슬 기피하더라고요. 그러니까 어느 날 웬만하면 한 게임 끝나면
◆ 윤지나
'너 들어와 봐' 이렇게 하잖아요.
◇ 김찬호
그런데 아무도 한 달도 안 된 사람인데 아예 무시하더라고요. 30분 동안 스트레칭만 하다 왔는데 그날 진짜 거의 잠 못 잔 것 같아요. 그때 느꼈습니다. '이게 통증이 맞구나'. 진짜 아프더라고요 몸이
◆ 윤지나
그래서 그 내용이 책에 긴 걸 보면서 또 생생함이 느껴지더라고요. 굉장히 열받으셨다. 근데 그 감정이 뭔지 알 것 같아요. 꼭 같은 건 아니더라도 다들 감정 이입할 에피소드는 하나씩 다 갖고 있을 것 같아요.
◇ 김찬호
자기 비난, 후회도 그렇고요. '내가 왜 그렇게 당했지?' 이런 식으로 계속 지나간 일을 가지고 곱씹고 그다음에 아직 오지 않을 내일을 또 끌어다 쓰고. 그런데 그 사고에 한 번 빠져들면 초기에는 어느 정도 회복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데, 어느 단계를 지나면 그게 진짜 현실이 돼요. 왜냐하면 한 달 이상 못 자고 수면제 먹고 이러면…대구에서 2천 명이 모인 3시간 강의 그것도 큰 강의잖아요. 1시간도 못 하고 내려왔어요. 이게 말이 안 나와요. 끝나고 나면 눈물이 쫙 떨어지고…청중들이 얼마나 당황하겠어요 강사가 갑자기 말이 딱 끊기고 눈물 흘리고 앉았으면
◆ 윤지나
아 그 앞에서 우셨어요?
◇ 김찬호
거기선 절대 저 안 부르죠. 이제 큰 사고 쳤으니까
◆ 윤지나
저 같아도 안 부르죠.
◇ 김찬호
그렇죠 '전 그때 인생 끝났구나', '사회적으로 더 이상 난 활동이 안 되는구나'. 왜냐하면 강의 계속 취소하고 '내가 내일 강의를 망칠지도 몰라', 그런데 강의 망쳤잖아요.
◆ 윤지나
한 번에 뭔가 증명 사례가 생긴다.
◇ 김찬호
그러니까 이제 현실이 되는 거죠. 그래서 밤새도록 그 생각만, 어떻게 하면 잠 잘까 생각하다 잠을 못 자는 거죠.
긁고 긁히는 사회…'수면 불평등'도 심화

◆ 윤지나
책 안에 이진준 작가의 <불면증>이라는 작품을 넣어 놓으셨는데 일부러 잠을 자기 위해서 이렇게 암막 커튼처럼 해놨는데 내가 잠을 자야지 자야지 하고 하다가 결국 못 자고 그 사이로 비춰 들어오는 저 강렬한 햇살을 보라. 그때 느껴지는 그 뭔가 일종의…
◇ 김찬호
네 어느 날 전철에서 노숙인 이렇게 겨울에 누워 자는데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어요.
◆ 윤지나
저렇게 딱딱하고 추운 데서도 잘 자시는군요 하시면서. 그러면 지금 불면증 환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왜 그렇다고 보시나요?

◇ 김찬호
사회 전체적으로 사람들이 굉장히 이제 신경이 과민해진 게 있어요. 여러 가지 불확실한 게 많아지고 불확실 어 끊임없이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게 있고요. 별거 아닌 것에 긁고 긁히고 긁지 않았는데 긁히기도 하잖아요.
◆ 윤지나
'긁다'라는 표현 자체가 사실 그거죠. 의도를 확실히 잘 모르겠는데 나는 기분이 나빠 이런 거잖아
◇ 김찬호
그러니까 긁혔다는 표현이 나온 지 오래되지 않았거든요. 맞습니다. 그게 굉장히 중요한 지점이라고 생각해요. 그만큼 우리가 취약해진 거죠. 그렇죠 정서적으로 관계가 좀 다양하게 열려 있고 거기서 편안한 그런 상호작용이 있으면 이게 채워지는데 그런 건 없이 계속 깎이기만 하니까 나중에 고갈이 돼서 뭔가 대처가 안 되는 거죠. 결국 계속 이제 자기를 비난하는 거
◆ 윤지나
지금 말씀하신 걸 들어보니까 사회적으로 취약하고 자의식을 단단하게 벼를 기회가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어떤 그룹이 불면이 잦겠네요. 그래서 그런지 실제로 진짜 무슨 침대 회사에서 설문조사한 거 보니까 20대 여성들의 불면증 수준이 제일 높았다고 하더라고요.
◇ 김찬호
코로나 기간 동안에 여성들의 자살이 확 늘어난 거하고 맞물린다고 보거든요. 직결될 수밖에 없죠. 객관적으로 비정규직이 많고 남자보다 인스타그램 이런 영향도 큰 것 같아요. 굉장히 비교를 많이 할 수밖에 없어 외모 같은 것도 남자보다 훨씬 더 많이 따지는 분위기고 이러다 보니까 마음이 휘둘리고 무너지고 그렇게 되는 거죠.

◆ 윤지나
거기서 제가 이제 눈에 띄는 게 바로 '수면 불평등이라는 표현'입니다. 2017년도에 뉴욕 타임즈에서는 '잠이 신흥 상류 계급의 상징이다'라는 그런 표제의 제목을 썼더라고요. 그러니까 성공의 정점에 있는 사람들, 뭐 최상위 자산가들, CEO들 보면, 그 아마존 CEO 같은 경우는 '나는 8시간씩 자, 주주님들도 8시간씩 자세요' 막 이런 인터뷰를 하고 그랬더라고요.
수면에 굉장히 진심입니다. 수면 코치를 두고 침실 온도 조도까지 조절해서 수면의 질을 하나하나 자기 관리 영역으로 두고 그런 식으로 할 수 있는 자가 또 성공한 자다라는 일종의 지위 상징 같은 게 생긴 거예요. 그런데 반면에 심야 택배 노동자들은 일단 잠을 못 자잖아요. 그 시간에 일해야 되니까 잠이 일종의 불평등을 보여주는 현상이다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건 어떻게 보세요?
◇ 김찬호
상류층의 경우에는 일종의 구별 짓기.
◆ 윤지나
네 사치재.
◇ 김찬호
'난 이 정도 여유가 있어, 쓸데없는 데 이렇게 시간을 보내' 그런 게 <유한계급론>이라는 책에 옛날 소스타인 베블런이 쓴 책이기도 한데 그런 것처럼
◆ 윤지나
그 300달러짜리 생체리듬 재는 그 시계가 또 그들 사이에서 되게 '잇템'이래요. '나 이런 거 차고 자' 이러면서요.
잠도 '빈익빈 부익부'…불면증, 어떻게 벗어날까?

◇ 김찬호
이제 몸을 가지고 구별 짓게 하는 것 중에 하나겠죠. 다 몸매뿐만 아니라 외모 그런 것뿐만 아니라 잠을 잔다는 걸로.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 노동자들의 경우에는 사회적으로는 과로사 이런 문제가 돼도 '아니 나 이거 돈 벌려고 하는 거야'.
◆ 윤지나
'나의 선택이야.'
◇ 김찬호
그다음에 이제 대리기사라든지 이런 식으로 24시간 사회가 돌아가면서부터 또 그쪽에 노동 시장이 생긴 거잖아요. 결국 잠을 줄여서라도 최소한의 경제적 기반을 마련해야 되는 그런 분들한테는 잠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 윤지나
자본주의가 잠을 빼앗아가고 그리고 더 나아가서 잠을 판매하는 상황까지 됐다는 지적을 하셨는데요.
◇ 김찬호
거기에 하나가 더 있어요. 워렌버핏이 자기 주식 투자 원칙 중에 하나가 잠을 잘 자는 거래요. 그러니까 잠 못 잘 정도로 위험한 투자 안 한다 뭐 그런 뜻이기도 할 텐데요. 시키는 일 잘하고, 그냥 주어진 대로 따라가는 일은 잠을 그렇게 잘 못 자도 괜찮아요 어떻게 보면. 근데 새로운 것을 개발해야 되고, 없던 걸 만들어야 되는 영역에 있는 분들은 당연히 그 잠재력을 최대화시키려면 잠을 잘 자야 되는 거죠. 이게 빈익빈 부익부 같아요.
◆ 윤지나
고소득층이네요 딱 그 역할들이.
◇ 김찬호
집약적으로 성과를 내고 여유 시간에 자고 자다 보면 더 또 성과가 높아지고 선순환 그런 거죠.
◆ 윤지나
반면에 악순환도 존재하죠. 밤 시간에 일을 하는 게 발암 2군인가 그래요. 그러다 보면 점점 자기 몸도 마음치 그리고 요즘에는 또 기대 연령 수준이 높아지니까 치매 이슈도 되게 있잖아요. 치매에서 잠을 잘 자야 뇌에 독소가 깨끗하게 씻긴다. 그것도 이제 약간 이제 정설이 돼 가고 있단 말입니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나뉘어진 수면의 체계가 점점 누적이 되면 어느 순간에는 인지 기능 수준에서도 차이가 날 거 아니에요. 그럼 거기서 또다시 그 소득과 관련한 활동에서 차이가 벌어질 거고, 그럼 또 자산 불평등이 되고 이런 식으로 가게 된다는 거죠.
◇ 김찬호
자녀 입장에서도 부모님이 낮은 수면으로 쭉 살다가 노년의 인지 장애가 오면 그 돌봄에 따른 부담이 엄청나죠. 그러면 당연히 경제적으로도 격차가 생길 테고.
◆ 윤지나
불평등이 또 수면 불평등이 그런 식으로 대물림까지 될 수도 있군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사실 잠 많이 자면 '이 잠꾸러기 녀석'! 좀 부정적이잖아요. '잠잘 시간에 이래야지, 공부해야지'.
◇ 김찬호
저 고등학교 때는 수업 시간에 졸면 뺨 맞았거든요. 그런 시대였어요. '사당오락(四當五落)'이라는 말 4시간 자면 붙고 5시간 자면 떨어진다. 그 말을 어릴 때 많이 듣고 자라잖아요.
◆ 윤지나
지금도 사실 그 얘기를….

◇ 김찬호
다른 나라도 그게 없는 게 아닌데 그냥 한국은 워낙 압축 성장, 따라잡기 식으로 가다 보니까 단기간에 최대한 역량을 투입해서 성과를 내는 걸로 성공하다 보니까 잠을 적게 자는 게 다른 나라보다 훨씬 더 높게 평가된 그런 측면이 있는 것 같아요. 인정 투쟁, 지위 경쟁을 끊임없이 하다 보니까 계속 피곤해지는 거죠.
◆ 윤지나
그런데 해결책을 찾기가 어려운 게, 그건 나 혼자서 열렬히 투쟁한다고 바꿀 수 있는 조건이 아닌 듯한데요.
◇ 김찬호
그거는 그 게임을 그렇게 세게 안 하면 되거든요. 같이 안 하려면 어떻게 해야 되냐? 그런 게임을 안 하는 사람들을 만나야죠.
◆ 윤지나
있나요?
◇ 김찬호
전 너무 많아요. 옆에 많이 계세요. 그 덕분에 그래도 벗어난 거예요. 나를 있는 그대로 봐주고 아끼고 서로 저울질하거나 판단하거나 그러지 않는 사람들이 (곁에 있어야 해요).
◆ 윤지나
'혹시 내가 긁었을까?' 이런 생각 안 하고. 제가 운이 좀 나쁜 삶을 살았나 봐요. 저는 항상 그런 사람이 있던데요.
◇ 김찬호
저한테 정말 힘이 됐던 말은 제가 아는 정신과 의사가 진료는 안 해줬어요. 그분은 왜냐하면 자기 아는 사람 진료 안 한다고 하면서 (제가) 전화로 막 힘들다고 하니까 '찬호 씨 내 말 믿어 당신 반드시 회복될 거야'. 저는 그때 안 믿었어요. 그 말을.
그런데 그 말이 남더라고요. '안 죽어'. 그걸로 난 죽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말들 그런 거 하나 붙들고 길게 보면서 조금씩 나아지는 것을 견뎌야 한다. 저 10년 걸렸거든요. 이렇게 됐다가 이렇게 됐다 이렇게 내려 이렇게 심지어 내려가는 순간도 뭐든지 그래요.
불면증뿐만 아니라 많은 게 그렇거든요. 인간 관계도 그렇고 주식도 그 주식은 이렇게 떨어지기도 하죠. 그런데 이렇게 떨어질 때 '이때 극복 잘해, 이때를 놓치면 이때 조심해야 돼. 이게 올 게 왔구나' 하면서 좀 기다리면 올라가는데 자기 스스로 '아 안 되는구나' 포기하면 안돼죠. 운동도 그래요. 몇 주 해갖고 안 되거든요.

◇ 김찬호
최소한 6개월 이상 해야지 이제 그다음에 몸에 붙고 사이클이 돌기 시작하니까 그것까지 이렇게 가는 거죠.
◆ 윤지나
알겠습니다. 오늘 잠에 대해서 그동안 생각해 보지 못했던 방식으로 여러 가지 접근해 봤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곧 출간됩니다. 책 <무수면 사회>에서 확인해 보시길 바라면서요. 오늘 밤은 이 영상을 보시는 분들 모두 푹 잘 주무시기 바랍니다. 성공회대 김찬호 교수와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 김찬호
고맙습니다.
※생생한 영상, 유튜브 <씨리얼> 채널을 통해 직접 확인해 보세요.
잠 안 오는 건 내 잘못이 아닙니다|수면 불평등영문기사 보기 (View English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