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조희대 대법원장의 대법관 서면 제청 사태를 두고 청와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대법원은 청와대와 협의를 거쳐 서면 제청이 이뤄졌다고 주장했지만, 청와대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협의 자체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김민석 대표를 필두로 전면전을 선포했지만, 행정부를 이끄는 청와대는 신중한 입장이다. 반려와 재제청 요청, 국회 판단에 맡기는 방안 등 여러 선택지를 검토하고 있지만, 법적 근거와 정치적 부담이 맞물리면서 쉽사리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靑, '청와대와 합의' 노경필 주장에 "전혀 사실 아니다" 반박
청와대 성기홍 홍보소통수석은 대법관 후보 서면 제청이 청와대와 합의된 것이라는 대법원의 주장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21일 밝혔다.
성 수석은 이날 유튜브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에서 "대법관 제청의 일반적인 사항을 논의한 사실은 있지만, 서면 제청 여부 등 구체적인 제청 방식에 대해선 협의 자체가 없었다"며 "'협의가 되면 만날 수 있느냐'라는 대법원 측의 문의가 있었고, 이에 대해 '협의가 되면 그때 논의하자'고 일반적인 답변을 한 것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과 조희대 대법원장 간 면담이 이뤄지지 않아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대법관 후임자를 협의한 후 서면으로 후보를 제청하게 됐다는 노경필 법원행정처장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대법원은 면담 불발로 협의에 나섰고 그 협의가 이뤄졌다는 입장인 반면, 청와대는 그 협의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3가지 선택지 둘러싼 고민…①반려 ②재제청 요청 ③국회 판단에
헌정사상 초유의 대법관 후보 서면 제청에 대해 청와대는 △반려, △임명절차를 아예 밟지 않는 재제청 요청, △국회의 판단에 맡기는 임명동의안 제출 등의 방안을 두고 고민하고 있다.
대법원이 청와대와의 협의를 패싱한 만큼, 반려 등의 절차를 통해 이를 인정하지 않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지만 이 경우 적잖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우선 헌법은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반려 절차를 규정하지 않고 있다. 때문에 대법원이 청와대를 패싱한 것처럼, 청와대도 관련 논란에서 자유로워지지 못하게 된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도 변수다.
검찰청 폐지와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출범으로 검찰개혁이 일단락되려는 찰나에서, 사법부와 또다시 대립각을 세우기는 부담스럽다.
여기에는 이재명 대통령 본인도 지난해 대선 직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파기환송으로 조희대 대법원장과의 관계가 불편하다는 점도 포함된다.
연합뉴스정면에 나선 민주당…'절차' 아닌 '관례' 위반에 고심하는 靑
대신 최전선에 나선 쪽은 민주당이다. 민주당 김민석 대표는 전국에 조 대법원장을 비판하는 현수막 게재를 지시하는가 하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민주당·혁신당·진보당 의원들은 21일 기자회견에서 조 대법원장이 윤석열 전 대통령과 이 대통령에게 대법관 후보자 제청 과정에서 다른 태도를 보였다며 사퇴를 촉구했다.
조 대법원장이 윤 전 대통령에게 3차례 대법관 후보자를 제청하면서 직접 만났고, 후보 추천부터 제청까지 평균 11일이 걸린 반면, 이 대통령 취임 이후에는 제청까지 209일이 걸렸고 사전 협의 없이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를 제청했다는 이유에서다. 김성수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의 경우 청와대와 대법원 간 사전 합의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뿐만 아니라 법사위는 오는 31일 이 건 등과 관련해 현안질의를 진행하기로 하고, 조 대법원장과 노 행정처장에 대한 증인 출석 요구 안건을 민주당 주도로 의결했다.
때문에 청와대에서 직접 대응에 나서기보다는, 국회 동의를 구하고 자연스럽게 부동의 처리되도록 하는 것이 부담이 적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법원이 관례를 지키지 않았을 뿐, 서면 제청이 '절차상의 하자'에까지 해당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다만 이 경우에도 '사전협의 관례를 깬 서면제청'이라는 새로운 전례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점이 불편한 지점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한민국 헌정사 초유의 사태로, 협의를 건너뛴 유례없는 일방 통보이기에 다른 관례들과 법률을 충분히 먼저 검토해야 하는 사안"이라며 "여러 방안을 숙의하고 있으며,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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