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평택 청북읍 유해화학물질 보관 창고 인근 배수로에서 살수차가 오염수를 퍼내고 있다. 정성욱 기자"불은 꺼졌는데 오염수가 하천으로 흐르거든요. 막아야 돼요."초록빛 논 사이를 살수차 10여대가 쉴새 없이 오고 갔다. 살수차는 배수로 앞에 멈춰서더니 요란한 소리를 내며 오염수를 퍼냈다.
이곳은 경기 평택시 청북읍 토진리 한 배수로. 이달 11일 화재가 발생한 유해화학물질 보관창고로부터 약 800m 거리에 있다. 다시 이곳에서 1km 뒤로는 지방하천인 평택 관리천(川)이 있다.
화재 발생 이후 평택시 관계자들은 24시간 내내 이곳에서 상주하고 있다. 공장에서 흘러나온 유해물질이 관리천으로 흘러들어가지 않도록 막기 위해서다.
소화수 타고 유해물질 줄줄…둑으로 막고 비상대기
지난 11일 평택시 청북읍 유해화학물질 보관창고에서 화재가 발생하면서 소화수를 타고 유해물질이 배수로로 흘러나왔다. 평택시는 둑을 쌓고 긴급 방제작업에 나섰다. 정성욱 기자지난 21일 찾은 현장. 평택시 관계자가 모여 방제작업을 논의하고 있었다. 시 관계자는 "이번에 불이 난 창고에서 사용한 물이 여기로 흐르기 때문에 가장 먼저 대응해야 하는 곳"이라며 "일종의 1차 방어선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11일 새벽 발생한 화재는 21시간 만에 완전히 진화됐다. 다행히 인명피해 없이 마무리됐으나 평택시는 계속 비상이었다. 창고에 보관중이던 제4류 위험물(유해·인화성 물질) 100여종이 불을 끄기 위해 뿌린 소화수를 타고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오염수가 그대로 인근 하천인 관리천으로 흘러갈 경우 수질오염은 물론 인근 나무나 풀 등이 훼손될 수밖에 없었다.
관리천은 이미 2년 전 오염되는 사고를 겪었다. 2024년 화성시 양감면 유해화학물질 창고에서 불이 나면서 오염수가 관리천으로 흘러들었고, 화성을 거쳐 평택까지 피해를 봤다. 당시 오염수를 수거하는 데 38일이 걸렸고, 복구 비용은 60억원에 달했다.
평택시 관계자들은 화재 직후 총 8개 구간에 흙더미를 쌓아 둑을 만들었다. 오염수가 흐르는 속도를 늦추고 물을 퍼내기 위해서다. 현재까지 걷어낸 오염수만 5천톤. 이 오염수는 다시 폐수처리장으로 옮겨 정화 작업을 하고 있다.
이날도 시 관계자와 작업자는 각 구간에 있는 물을 퍼낸 뒤 배수로에 남은 오염물질을 긁어내며 방제작업을 진행했다.
화재 대비 훈련 적중…오염 피해 최소화했다
이달 11일 발생한 화재 여파로 오염수가 인근 하천으로 흘러가는 것을 막기 위해 평택시 관계자들이 현장에서 비상대응을 하고 있다. 정성욱 기자이번 화재가 대규모 오염 피해로 이어지지 않은 배경에는 평택시가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모의훈련을 진행해 온 영향이 크다.
2년 전 관리천 오염 사고 이후 평택시는 유해물질을 다량 보유하고 있는 창고 25곳을 추리고 예행훈련을 진행했다.
그 중 유해물질을 가장 많이 보관하고 있는 창고를 정한 뒤 해당 창고에서 오염수가 흘러가는 경로를 확인하는 실험을 했다. 평택시는 물 48톤을 흘려보내며 임의로 정해놓은 1차 방어선까지 40분 만에 도착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반면 방어선에서 둑을 쌓고 대응하는 데는 25분이면 가능하게 훈련했다. 하천까지 총 8개 구간을 정하고 단계별로 대응할 시나리오도 짰다.
공교롭게도 이번 화재는 해당 훈련을 진행한 창고에서 발생했다. 시 공무원들은 즉시 1차 방어선으로 이동해 흙더미로 둑을 쌓고 오염수가 하천으로 향하는 것을 막았다.
빠른 대응 덕에 실제 하천으로 흘러나간 오염수는 미미한 수준이었고, 환경에 영향을 끼칠 수준도 아닌 것으로 분석됐다. 시는 수질검사 결과에 따라 이번주 중 방제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평택시 지민철 환경지도과장은 "오염수가 하천으로 흘러가면 큰 사고가 나기 때문에 화재 직후부터 지금까지 공무원들이 상주하며 대응하고 있다"며 "다행히 인명피해도 없었고 심각한 오염도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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